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입맛 ‘고수’를 위한 고수 샐러드

고수 샐러드는 돼지고기 구이와 같이 먹으면 아주 잘 어울린다. ‘고기 도둑’이 된다. 그 자체로도 향긋해서 좋다


‘마이 싸이 팍치’. 이 말에 빙그레 웃음짓는 분은 여행깨나 하신 분이다. 해외여행 정보가 귀하던 시절에 태국 여행을 간다고 하면 여행 고수들이 ‘무림 비급’인양 생색내면서 알려주곤 했던 ‘주문’이다. 태국어로 “팍치 빼주세요”라는 뜻이다. 지금은 거의 모든 가이드북에 다 나와 있다.


팍치는 우리 말로 고수라고 부르는 식용 식물이다. 영어로 코리앤더(Coriander), 중국어로 샹차이(香菜), 스페인어로는 실란트로(Cilantro)라고 부른다. 태국이나 동남아, 중국 등에서 음식에 많이 넣어 먹는다. 유럽 등 서양에서도 “노 프러블럼”인데(원산지가 지중해이다)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질색 하는 분이 많다. 옛날 사람들은 빈대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빈대풀’이라는 굴욕스러운 이름까지 붙였다.


사람이 선천적으로 느끼는 맛은 오미(五味) 즉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의 다섯 가지다. 그 외의 모든 맛은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이다. 고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식용으로 거의 일반화 되어 있지 않은 것이어서 익숙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 맛이 이상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고, 거부감이 드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향이 강해서 존재감이 큰 만큼 거부감도 비례해 더 커졌다. 나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낯설고도 강한 향이 싫어서 동남아나 중국에서 식당에 갈 때면 “마이 싸이 팍치” 혹은 “부야오 샹차이”, “노 코리앤더”를 외치기 바빴다.


그런데 자주 접하면서 ‘학습’이 되다 보니 그 맛의 진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기름기가 많은 고기를 먹을 때 같이 먹으면 느끼한 맛을 잡아주면서 상큼하게 잘 어울렸다. 밋밋한 국물 음식에는 독특한 향으로 자극을 주면서 생기를 불어 넣어줬다. 새로운 맛의 세계가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이 세계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고수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오랜 입맛이 바뀌는데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는 법이다.


그런데 그 거부감 많은 고수를 조금 쓰는 것도 아니고 아예 샐러드로 만들어서 듬뿍 쓰는 개성 있는 음식점을 만났다. 그 맛도 반가웠지만 그 용기 있는 소신에 다시 쳐다보게 되었다. 방배동에 있는 ‘뽈뽀(Polpo)’라는 서양식 비스트로다. 한눈에 봐도 개성이 강해 보이는 임송재(54) 대표가 오너셰프로 운영하고 있다.

▶뽈뽀(Polpo) :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42길 29 전화 02-537-7090 저녁에만 문을 열고 점심은 일요일만 한다. 월요일은 휴일이다. 뽈뽀는 이태리어로 문어라는 뜻인데 특별한 의미 없이 지었다고 한다. 고수샐러드 1만2000원, 문어 아보카도 2만3000원


임 대표는 오너셰프로서는 아주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음식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한 번도 없다. 27년 동안 일본 컴퓨터 회사에서 시스템 엔지니어 및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던 IT 전문가였다. 원래 맛있는 것에 ‘올인’할 정도로 음식을 좋아했던 미식가였는데 취미로 틈틈이 요리를 해보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자신만의 식당을 열어 보겠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이다. 52세에 회사를 퇴직하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드디어 그 꿈을 이뤘다.


지금은 다른 요리사 2명이 같이 일하지만 처음에는 임 대표 혼자 모든 것을 다했다. 메뉴도 자신이 직접 개발했다. 서양식 요리를 기본으로 하지만 조리방법이나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한식, 일식의 장점을 나름대로 가미해서 만들었다. 제철에 나오는 좋은 재료를 구해서 그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단순하게 요리를 하고, 군더더기 장식보다는 맛에 집중했다. 전문 요리사 출신이 아니지만 소박하고 진정성 있는 임 대표의 음식을 인정해 주는 손님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고수샐러드는 임 대표 자신이 좋아해서 만든 메뉴다. 본인도 처음에는 잘 못 먹었지만 한번 맛을 들이고 나니 ‘광팬’이 되었다고 했다. 직접 씨를 구해 심어서 먹을 정도였다. 자신처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메뉴로 만들었는데, 역시 매니아들이 반응을 보이면서 이 집만의 독특한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신선한 고수에 현미유·마늘·소금·레몬으로 드레싱을 하고 참기름으로 마무리 한 다음 유정란 계란 반숙과 함께 내는 단순한 음식이지만, 고수의 독특한 향을 맛있게 즐기기에 충분하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돼지고기 구이 같은 고기 요리와 함께 먹으면 맛이 더욱 잘 어우러져 ‘고기 도둑’이 된다.


이외에도 이 곳에는 독특한 메뉴가 많다. 모두 임 대표가 자신의 소신대로 만들어낸 것이다. 뿌리가 없는 것 같아서 살짝 불안하지만 묘하게 다 나름대로 맛이 있다. 본인이 좋아서 이 어려운 길을 선택한 사람의 뚝심과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손 맛 때문인 모양이다. 때론 기술보다 정성이, 그리고 마음이 최고의 조미료다. ●


 


 


주영욱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대표. yeongjyw@gmail.com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