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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잠 못드는 그대에게 빛과 멜라토닌을 권합니다

저자: 페터 슈포르크 역자: 유영미 출판사: 황소자리 가격: 1만3000원


내심 서머타임(Summer Time) 제도를 부러워했다. 하루를 보다 길게 활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이 있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서머타임이 시작된 첫 이틀간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미국에선 첫 월요일에만 심근경색 발병률이 약 25% 가량 늘어났다. 반대로 서머타임이 끝나고 일반 시간대로 돌아가는 월요일엔 21% 감소한단다. 1시간 덜 자고 더 자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독일 신경생물학자인 저자는 잠 잘 자는 사회를 위한 숙면의 과학을 역설한다. 수면장애가 단순히 밤에 잠을 못 자는 증상이 아니라 낮 동안의 생활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우리 몸 속의 호르몬 체계가 어떻게 가동되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를테면 쥐들에게 평소 생활 시간과 6시간 어긋나는 일과 리듬에 노출시켜 시차증을 유발한 실험이 있었다. 이들 두뇌 속의 중추시계는 6일 정도 지나자 차츰 새로운 시간에 적응해 나갔지만 폐나 근육의 시계는 훨씬 힘겨워 했다. 무엇보다 간의 시간 감각은 한층 더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하면 유럽에서 뉴욕으로 여행을 가면 두뇌는 5일 후에 도착하는 반면 간은 2주 후에나 온다는 얘기다.


이러한 사회적 시차증을 유발하는 부정적 효과를 감소시키기 위해 저자는 낮은 낮답게, 밤은 밤답게 살 것을 권한다. 휴가를 가면 훨씬 깊게 잠이 드는 것처럼 신선한 공기와 충분한 햇빛이 평소에도 주어져야 한단 것이다. 햇살이 빛나는 날 야외의 조도는 10만 룩스에 달하지만 평소 사무실에서 쬐는 빛은 50룩스를 넘지 않는다. 하루 15분이라도 빛에 노출돼 ‘빛 샤워’를 하라는 제안은 제법 설득력이 있다.


더 많은 빛을 쬐었다면, 더 많은 어둠에 놓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면 졸음이 더 늦게 찾아오기에 이를 방해할 요소를 줄여나가는 편이 현명하단 뜻이다.


이처럼 책에는 현실에도 적용 가능한 팁이 가득하다. 낮에 제대로 된 빛을 쬘 수 없다면 라이트 테라피용 램프를 구입해 활용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햇빛을 모방한 전등을 설치한 결과 자연적인 리듬을 되찾을 덕분에 밤에도 한층 더 잘 잘 수 있었다. 만약 밤에 일해야 하는 올빼미 족이라면 파란빛을 더 활용하면 된다. 파란색 비율이 높은 모니터를 사용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한층 높아진다. 반면 어둠 속에서 하는 스마트폰은 쥐약이다. 블루 라이트 차단 필터를 사용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 직전 화장실에 갈 때는 차라리 불을 끄거나 따뜻한 노란 등을 활용하는 편이 수면 건강에는 훨씬 더 좋다.


이 책이 갖는 또 다른 미덕은 수면을 개인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로 끌어낸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야행성 경향이 심한 사춘기 시기에 일찍 일어나 등교하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거나 차라리 고등학생은 오전 10시, 중학생은 오전 9시로 수업시간을 늦춰 학생들에게 꿀잠 잘 권리를 돌려달라는 주장은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하다.


물론 학부모들은 “그럼 우리는 어떻게 출근하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전 세계 인구 중 현재 업무시간과 일치하는 종달새 유형은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생체리듬과 업무리듬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업무시간의 개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침이면 이불에서 기어나오기 힘든 사람들에게 좀 더 자고 밤에 일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제안인가.


실제로 BMW는 개인 맞춤형 업무 시간대를 설정하고 그 외 시간대엔 전화나 이메일이 전달되지 않게 하는 시스템까지 만들었단다. 무엇보다 내가 잠꾸러기가 아니라는 사실과 질 높은 수면을 위해 직장 근처에 살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 한다는 제안이 가장 맘에 든다. 높은 업무 효율과 사회적 비용 감소를 위해 부디 우리에게 자신에게 맞는 수면의 자유를 허하라.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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