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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지만 과한 한국판 양적완화

2008년 9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한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각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양적완화(Quantitative Expansion·본원통화 공급)정책을 추진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정책은 세 번에 걸쳐 ‘가다-서다(STOP-GO)'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의도적으로 3단계로 나누었다고 하기 보다는 상황을 보아가며 신중하게 점진적으로 통화공급을 늘려갔다고 보는 것이 옳다. 1단계로 2008년 9월부터 약 18개월에 걸쳐 본원통화를 1조3000억 달러 늘렸고, 2단계로 2011년 초부터 7월까지 6개월 동안 7000억 달러 늘렸으며 3단계로 2013년 초부터 약 18개월 동안 1조7000억 달러를 공급했다. 세 번에 걸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의 결과로 본원통화는 2008년 9월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보다 3조7000억 달러 늘어났다.



 



신세돈의 시대공감

미국 꾸준히, EU 신중하게 QE 진행EU(유럽연합)의 양적완화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체로 세 단계로 진행된 것은 미국과 유사하다. 그러나 EU의 통화정책은 두 가지 점에서 미국과 다르다.



첫째, EU의 양적완화 시점이 미국보다 다소 늦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의 2단계 본원통화 공급은 2011년 1월부터였지만 EU는 8개월 늦은 그해 8월부터 본원통화를 늘렸고 3단계의 경우도 미국은 2013년 초부터 공급을 확대했지만 EU는 2년이나 뒤진 2015년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통화공급을 늘렸다.



두 번째 차이는 미국은 한번 늘린 본원통화를 거의 환수하지 않았으나 EU는 한번 본원통화를 확대한 뒤 다시 환수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했다. 특히 2013년과 2014년에는 2012년에 증가한 본원통화를 거의 환수한 결과 2015년 12월의 본원통화 규모는 2012년 9월 수준과 거의 같았다. EU가 ‘앞으로-뒤로(FORWARD-BACKWARD)’ 방식의 통화정책을 시행한 것은 그만큼 EU가 통화공급 확대에 신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양적완화는 미국이나 EU와도 다르게 진행되었다. 아베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본원통화는 대체로 10%대 증가세를 고수했었다. 그러나 아베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마치 축제(마츠리)라도 하듯이 요란하게 통화정책 기조를 급격하게 바꾸어 연 55% 이상 통화공급을 늘린 것이다. 최근에는 본원통화 증가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그래도 연 3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나 EU 혹은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매우 잘 알려져 있는 반면 한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까닭에 지금까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매우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동시에 과감하고도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과도하다고 할 만큼 양적완화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2013년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양적완화 정책은 직선제 정부가 들어선 1988년 이래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국 본원통화 증가속도 30년래 최고역대 정부의 5년동안 본원통화 증가폭을 살펴보면 노태우 정부 10조4000억원, 김영삼(YS) 정부 4조4000억원, 김대중(DJ) 정부 15조5000억원, 노무현 정부 18조4000억원,이명박(MB) 정부 31조9000억원인데 반해 2013년 이후 2015년까지 박근혜 정부 3년 동안에만 본원통화는 43조10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정부의 집권 초 대비 집권 말 5년간 본원통화 증가율을 보면 노태우 정부(142.4%)와 YS 정부(24.4%)를 제외하면 50~70%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는 3년 만에 49% 늘었으니 노태우 정부 이후 본원통화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셈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8%를 넘고 경제성장률도 10%에 가깝던 노태우 정부 시절 본원통화 증가율이 그렇게 높은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경제규모에 비해 본원통화가 얼마나 많은가를 따지는 척도인 ‘마샬의 k’로 보면 노태우 정부 6.63, YS 정부 4.25, DJ 정부 4.99, 노무현 정부 5.41, MB 정부 6.41인데 반해 박근혜 정부 3년차인 2015년 말 현재 8.4를 넘어섰다. 경제규모에 비추어 볼 때 지난 30여년 그 어느 정부보다도 박근혜 정부 3년 동안의 본원통화 공급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과 같이 ‘가다 서다’도 아니고 EU와 같이 ‘전진과 후퇴’ 방식도 아니며 일본의 ‘마츠리’ 같이 요란하게 떠드는 양적완화는 아니지만 조용하게 그러나 그 어느 정부 때보다도 더 많은 기록적인 양적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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