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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간 중국 아트 ‘본토’의 속살 드러내다

장샤오강의 ‘My Ideal’의 청동 조각물(2008)과 유화(2003~2008, 279 x 500 cm)

아이작 줄리앙의 비디오 영상물 ‘Ten Thousand waves’(2010). 49분 42초

후샹첸의 HD비디오 영상물 ‘The Woman in Front of the camera’(2015)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이 중국의 현대 미술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를 지난달 27일 개막했다. 2014년 10월 재단이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건물 전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이다. 설립 이래 지금까지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유치한 루이비통 재단은 짧은 시간 내에 프랑스 문화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전시와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가 중국의 경제적 파워와 잠재력을 이야기할 때, 중국 시장 확장의 가장 큰 수혜 기업의 하나로서 중국의 문명과 문화를 알리려는 이번 재단의 시도는 시의적절해 보인다. 프랑스에서 중국 현대 미술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는 2003년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여보세요 중국(Alors, la Chine)!’ 이후 처음이다.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건물의 압도적인 외관과 잘 다듬어진 새하얀 실내 전시장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펼쳐졌다. 건물 지하와 1층에서 열리는 ‘벤투(Bentu·本土)-변화의 소용돌이 속의 중국 작가들(5월 2일까지)’은 작금의 중국 현대 미술을 가장 활발하게 대변하는 중진 작가들과 신진 작가들의 전시다. 건물 2층과 3층에서는 재단이 소장한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을 ‘컬렉션’(9월 5일까지)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본연의 땅이라는 뜻의 본토를 출발점으로 중국 현세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전시이며 동시에 전통적 매체와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작품을 통해 중국 현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했다”는 것이 재단 수석 큐레이터 수잔 파제의 설명이다.

쉬전의 ‘Eternity-Material: Winged Victory of Samothrace, Tianlongshan Grottos Bodhisattva’(2013), Fiberglass, steel, cement, 625 x 460 x230cm

리우샤오둥의 ‘Jincheng Airport’(2010), Oil on canvas, 300 x 400cm

쉬취의 설치물 ‘Currency Wars’(2015)


‘카메라 앞의 여인’에선 중국 파고든 개인주의 묘사 ‘벤투’는 베이징에 있는 권위 있는 현대 미술 재단인 ‘울렌스 재단 (UCCA· Ullens Centre for Contemporary Art)’과의 공동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초대된 작가는 12명.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전시장으로 내려가기 직전 가장 먼저 마주치는 작품은 중국 후샹첸(胡向前?33)의 2015년 영상 작품인 ‘카메라 앞의 여인’이다. 싱글 채널로 이루어진 이 소박한 영상 속에서는 한 중년 여인이 베이징의 한 공원에서 손에 쥔 스카프를 바람에 우아하게 날리면서 춤을 추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에 빠져 미소를 짓는 이 여인을 통해 집단주의에 길들여졌던 중국 사회 속에 서서히 찾아든 ‘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와 비디오, 만화와 광고, 연극적 이미지로 현 사회를 그려내 국제 무대에 우뚝 선 차오페이(曹斐·38)는 ‘이방인(Strangers)’(2015)이라는 다채널 영상 작업을 선보였다. 그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만나는 불특정 개인들에게 자신의 얼굴 대신 자신이 사는 아파트 앞 창문을 보여주거나 부엌 레인지에 올려진 냄비를 두드리는 등 이상한 상황들을 보여준다.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쉬운 소통을 하는 덕분에 하루살이 같은 만남이 쉽게 이루어지지만 진정한 만남은 오히려 불가능해진 우리 시대의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화된 세상을 비판하는 작품은 쉬취(徐渠·38)의 ‘화폐 전쟁(Currency War)’으로 이어진다. 언뜻 기하학적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 세계 화폐의 디테일을 미니멀한 회화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리우웨이(劉?·44) 역시 기하학적 추상화와 함께 조각들로 이루어진 설치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자신의 스튜디오가 위치한 베이징 외곽에서 바라본 도시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파괴와 건축이 이어지는 모습을 세련된 추상 언어로 표현하면서 그 극명한 대조를 통해 그림 뒤 감추어진 진실을 통렬하게 상기시킨다. 그는 중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들을 세계인들이 쉽게 이해하는 순수하고 세련된 시각 언어로 탈바꿈시켰다.


리우웨이와는 반대로 하오량(?量·33)은 전통적 예술 매체를 이용해 현대를 이야기한다. 100m가 넘는 실크에 먹으로 그린 그림 ‘덕망 있는 북경(Virtuous Beijing)’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그림에서 명나라 때 만들어졌지만 문화혁명으로 파괴돼 지금은 놀이 공원으로 변한 얀산의 아름다운 정원에 파란만장한 역사를 담아 묘사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전통 산수화인데 가까이 가면 수많은 디테일들이 격변의 중국 사회가 저질렀던 과오를 고발하고 있다.


90년대 중국에서 일어난 신사실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 리우샤오둥(劉小東·53)은 30년간 떠나 있었던 자신의 고향에서 관찰한 풍경을 구상 회화의 기법으로 그려낸 시리즈 ‘홈타운 보이’를 선보였다.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이 시리즈는 작가 개인이 지나온 시간을 상기하는 여정인 동시에 중국 사회 속에서 한 집단이 걸어온 역사적 여정을 상상하게 해준다.

황용핑의 ‘Cinquante bras de Bouddha(부처의 50개의 팔)’(1997-2013), Metal, plastic, polyester, various object, 477 x 404 x 415cm

장후안의 ‘National Day’(2009), Ashes on linen, 286 x1080 cm

쉬전의 ‘Eternity-The Soldier of Marathon Announcing Victory’(2014), A Wounded Galatian, 157 x 96 x 250cm


장만위 출연 ‘만 번의 파도’ 방대한 스크린으로 압도 ‘컬렉션’전이 열리는 곳으로 들어가면 작품의 크기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아이작 줄리앙(Isaac Julien)의 영상 ‘만 번의 파도(Ten Thousand Waves)’다. 중국의 문명과 철학, 이민의 역사를 담은 화면이 9개의 방대한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배우 장만위(張曼玉)이 출연했다.


컬렉션전은 ‘벤투’에 초대된 작가들보다 앞서 세계 미술계에 중국 현대 미술을 알린 스타 작가 11명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50대다.


떠들썩한 이슈로 늘 화제를 모으는 아이웨이웨이(艾未未·59)는 죽은 나무들을 모아 새로운 형태를 만든 ‘나무’(2010)를 통해 다수 민족이 얼기설기 얽혀 살아가는 중국의 얼굴을 장쾌하게 보여준다.


중국 아방가르드 1세대의 선두 주자인 장후안(張洹·51)의 작품 역시 압도적이다. 재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작가는 이번에도 10m가 넘는 회화와 반으로 잘린 사람 머리에서 재를 태우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조각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재는 단순히 재가 아니고 재료도 아니다. 이는 영혼이고 기억이며 전체에 대한 축복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다음 전시장에서는 장후안과 같은 세대인 장샤오강(張曉剛·58)의 5m에 달하는 회화와 조각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 디종에서 미대를 나오고 프랑스와 중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옌페이밍(嚴培明·56)은 어두운 회색과 붉은 색을 이용해 마오쩌둥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커다란 스케일의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어둡고 강한 붓자국으로 이루어진 그림 안에는 작가가 관찰한 현 사회의 상징이 곳곳에 담겨있다.


얀 페이밍과 같이 프랑스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황용핑(黃永?·62)의 5m에 달하는 조각 ‘부처의 50개의 팔’은 테라코타로 만든 부처의 팔 50개가 세계의 종교를 상징하는 50개의 오브제를 들고 있는 작품이다. 변화하는 종교관과 가치관, 아이디어 등에 대해 깊은 성찰을 이끈다.


컬렉션전의 스팩터클함은 쉬전(徐震·39)의 작품에서 절정에 이른다. 도록에서는 쉬전을 큐레이터이자 작가, 갤러리스트이자 기업 대표라고 소개하고 있다. 상하이 예술공예대를 나온 그는 90년대 후반부터 현대 사회와 현대 미술계 ‘대량 생산’ 체계의 모순을 폭로하는 비디오와 설치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는 2009년 예술 작품 대량 생산 전문 회사인 ‘메이드인(MadeIn)’을 차리고 예술 작품의 생산과 작가 도록, 전시 기획, 인터넷,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메이드인은 ‘메이드 인 차이나’를 정면에 내세우면서 예술 작품의 생산과 상품과의 경계, 미술 시장에서의 기호 등에 대한 질문을 담아내면서 하나의 패션 브랜드가 됐다. 이번 전시에선 동양 철학과 종교의 상징인 부처의 머리에 서양 예술과 문명의 상징인 ‘승리의 여신상’을 거꾸로 붙인 6m가 넘는 대형 시멘트 조각을 출품했다. “우리 세대는 로큰롤과 사회 혁명 속에서 성장했다. 우리는 중국이 주도한 개혁과 변신 그리고 인터넷을 위시한 개방을 목격한 세대다. 그래서 나는 내부적인 변화와 외부로부터 오는 사상들에 대해 자유롭다”고 쉬젠은 말한다.


그 밖에 양푸둥(楊福東·45), 저우타오(周滔·40), 타오후이(陶輝·29)의 영상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영상미와 편집의 세련됨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이와는 정반대인 싱글 채널 카메라의 단순함을 통해 중국 사회의 현재를 관찰하는 작가들의 시선을 잘 담아냈다.


87년생인 타오후이는 최연소 작가로 쓰촨에서 미대를 졸업한 뒤 세계를 여행하며 각기 다른 시대와 장소, 전통과 현대를 주제로 영상 및 설치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품은 ‘벤투’와 ‘컬렉션’ 두 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인구가 14억명에 이르는 이 거대한 나라의 거대한 미술계가 해마다 생산해내는 문화적 발전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에 대한 프랑스 미디어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 전시가 중국 차세대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중국 현대 사회를 들여다보는 창구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동안 소위 돈이 되는 중국 작가들의 시장성에 치우쳐 중국 현대 미술의 깊은 속내를 볼 수 없었던 관람객들에게 중국 아방가르드 1세대 이후 세대들이 표출하는 사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프랑스 최고의 기업이 소장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값비싼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


 


 


파리 글 최선희 중앙SUNDAY S매거진 유럽통신원 sunhee.lefur@gmail.com, 사진 루이비통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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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