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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경력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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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젊은 세대에게 진로 표지판이 요즘보다 더 헷갈린 적은 없었던 듯하다.

요즘 세간에선 ‘임시직 경제(gig economy, 일거리 중심의 일시적 계약근로 시스템), 로봇의 진군, 자영업의 부상, 노동시장을 둘러싼 기존 확실성의 붕괴가 최대의 화제다. 하지만 ‘경력 컨설턴트’들이 대학생들에게 직업 교육을 받아 오랫동안 안정적인 평생의 업을 설계하라고 조언하던 게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안정된 평생직장의 시대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라

평생직업의 시대는 끝났는가? 분명 일부 직종에는 아직도 제법 익숙한 직업진로가 있다. 의사와 교사는 아직 신기술에게 설 자리를 빼앗기지는 않았다. 물론 이들 분야에서도 IT 지지자들은 인간이 하는 일을 거의 모두 스마트폰과 온라인 공개강좌(Moocs)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겠지만 말이다. 회계사와 변호사들도 몇몇 정교하게 설계된 프로그램이 곧 자신들 중 일부를 고가의 사치품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자동화에 따른 중산층 화이트컬러 일자리의 이른바 ‘공동화’로 인해 지금껏 잘 나가던 사회의 한복판에 고용불안이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과거에는 반숙련 노동자들이나 느끼던 불안감이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중산층 규모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하류층과 상류층보다 작아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통적인 직업진로가 압력을 받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다.

최근 대두되는 노동 변동성은 고용주와 피고용자 모두에게 문제를 안겨준다. 기업 입장에선 기존의 ‘인재 관리’ 방식이 쓸모 없어질지 모른다. PA 컨설팅의 인재관리 전문가 레슬리 우렌은 사람들의 직업활동에 더 유연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업들은 기존의 조직도나 직위에 사람을 맞추려 하기보다는 요구되는 업무능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우렌 전문가는 최근 국제적 기업 CEO 70명과의 단독 인터뷰를 토대로 ‘미래는 유동적’이라는 제목의 리서치 보고서를 완성했다. 그녀의 조사 결과 예측 불가능한 업무역량 요건에 대해 더 현명한 대처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PA의 인터뷰 대상 CEO 중 3분의 2는 인재관리를 5대 당면과제 중 하나로 꼽으면서도 이들 중 공식적인 인재관리 정책을 도입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우수 인재 관련 데이터의 수집·저장·관리 시스템을 갖춘 비율이 4%에도 못 미쳤다.

게다가 ‘인재 인플레’의 문제도 있다. 조사대상 CEO 중 장차 전체 또는 대다수 직원이 ‘인재’로 평가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응답이 66%에 달했다. 현재의 34%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하지만 모두가 인재라는 말은 사실상 아무도 인재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용어가 모두에게 적용될 경우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진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원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회사의 장기적인 실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재목을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우렌 전문가는 인력 문제에 관한 예측 분석법을 이용해 언제 인재가 넘치거나 부족할지 예측하고, 사람들이 여러 역할 사이를 어떻게 이동하는지 이해하고, 직원의 이직을 예측할 수 있다고 시사한다.

이 같은 고용주 혼란은 바꿔 말하면 피고용자들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과거처럼 회사를 믿고 의지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연금계획이 한 세대 전보다 훨씬 쪼그라드는 경향을 보인다. 노사관계 변화의 가장 명확한 상징이다.

그러나 근로가 더 일시적이고 불안정하게 바뀌면 분명 피고용자의 기대도 변하게 된다. 좋은 직장은 여전히 근로자의 애사심을 키우려 하겠지만 그러려면 단기적인 ‘일거리’ 이상의 가치를 직원들에게 제공하려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일자리뿐 아니라 일종의 의미 있는 경력발전이 따라줘야 한다. 경력의 개념이 사실상 더 높은 자리로의 승진보다 더 많은 직무기술과 역량을 개발하는 기회를 가리킬지라도 말이다.

이 같은 직업의 신세계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구세대에게는 낯설고 불편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른바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어쩌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노동자든 사용자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고,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과거의 향수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성공하게 될 것이다. 그런 옛날 세상은 많은 이점을 지녔더라도 필시 영영 돌아오지 않을 듯하기 때문이다.

[필자 스테판 스턴은 경영·관리·정치 전문기자다. ‘가디언’과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하며 캐스 비즈니스 스쿨의 객원교수다.]

– 스테판 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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