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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 신산업② 드론] 중국은 고공비행 한국은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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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16 드론쇼 코리아’를 찾은 관람객들이 대한항공 부스에 전시된 군용 무인헬기를 구경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연평균 35%씩 성장 중인 민간용 무인항공기(드론) 시장을 두고 중국·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다. 민간용 드론시장은 중국이 독식하고 있다. DJI의 점유율만 70%에 달한다. 이와 달리 한국은 재난구조나 산불감시 등에 쓰는 산업용 드론을 판매하는데, 규모가 100억원에 불과하다. 전 세계 시장(12억 달러)의 0.5% 수준이다. CES 드론 전시관의 30여 개 업체 중에서도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바이로봇)뿐이었다.

한국 드론 ‘1차 산업 육성책’ 논하는 실정... 규제 과감히 풀고 개발 프로세스 고민해야

중국 드론, 세계 시장에서 훨훨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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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술이 뒤지는 건 아니다. 무인항공기가 애초에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됐던 만큼 분단 국가인 한국도 무인항공기 기술에 공을 들여왔다. 한국의 무인기 특허는 세계 5위, 군용 기술로는 세계 7위급이다. 김인화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장(상무)은 “민간 전시회에서 보는 드론보다 훨씬 우수한 무인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안을 이유로 군사용 기술이 민간에 보급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또 센서·통신장비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더디다. 운용 소프트웨어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한다. 과도한 규제 장벽은 국산 드론의 성장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당장 서울에서 드론 한 대를 띄우려면 국군 기무사령부·국토교통부(서울지방항공청)·국방부에서 각각 허가를 받아야 한다. 취미용 드론도 함부로 날릴 수 없다.

중국은 규제가 거의 없다. 세계 1위 드론 업체인 DJI 비행전문팀의 엘라 장은 “사전 허가 없이 어디서든 드론을 띄울 수 있다”며 “공항 반경 5㎞ 이내, 군사용이나 정부 시설 정도가 비행 제한 구역”이라고 했다. 한국이 주춤한 동안 중국 DJI는 ‘드론 세계 1위’를 넘어 ‘드론 생태계 조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의료·농업·재난구조·가상현실 등의 분야에서 업계 1위 기업의 제품을 자사의 드론에 얹겠다는 전략이다. 케빈 온 DJI 상무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애플처럼 DJI식 드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무인기 개발 10개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승환(드론프레스 대표)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드론산업은 단순 제조(1차)에서 열상 카메라 등 관련 장비의 장착(2차), 교육·서비스·파이낸스 등 연관 서비스(3차)로 진화한다”며 “아직까지 한국은 1차 산업 육성책을 논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희망이 없진 않다. 대전의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이 시연한 시뮬레이션 상황을 하나 보자. 2022년 1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한다. 서해상을 감시하던 틸트로터 무인항공기 ‘KUS-VT’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북한 경비정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해군 222 전진기지에 신속하게 전송한다. 우리 해군 군함이 출동하자 북한 경비정은 줄행랑을 친다. 틸트로터 무인기는 군함 갑판 위로 헬리콥터처럼 수직 착륙하며 임무를 완수한다. 강완구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 연구기획팀장이 개발 막바지 단계인 ‘세계 최초 틸트로터 상용 무인기’로 북한 경비정을 쫓아내는 시뮬레이션 상황을 연출했다. 틸트로터는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이동 중엔 회전 날개를 기울여 일반 비행기와 같은 방식으로 비행하는 차세대 항공기술이다. KUS-VT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대한항공이 공동 개발, 2011년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확보한 원천기술로 탄생했다. 헬리콥터보다 두 배 빠른 최대 시속 250㎞로 지상 4.5㎞의 고도에서 비행할 수 있어 넓은 지역을 감시·수색·정찰에 좋다. 김인화 연구원장은 “틸트로터 기술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라며 “2020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2024년엔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군용 무인기 기술 수준은 수준급

한국은 안보에 주력하는 분단국의 특수성 때문에 군용 무인기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인 미국과도 격차가 5~7년에 불과하다. 항우연에 따르면 무인기 관련 특허 출원도 한국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특히 기체조립과 설계분석 능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독차지한 드론시장을 한국이 뚫고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의 근거다. 맥킨지의 오세윤 서울사무소 부파트너는 “군용 시장에 머물게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를 읽고 그에 맞는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완구 팀장은 “중국이 선점한 상업용 무인기 시장과 차별화 할 수 있도록 운송이나 인명구조에 중점을 둔 공공 산업용 무인기 분야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악 지역의 높은 고도에서 급격히 착륙할 수 있는 기술, 자동 이착륙과 엔진 온도 조절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항우연의 이대성 박사도 “전통적으로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배터리 분야나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소프트웨어(SW) 쪽으로 드론 사업을 발전시킨다면 세계 무대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규제다. 무인항공기 분야의 성장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국내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에선 무인기 사업이 안보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무인항공기 소관 부처도 국토교통부·국방부·산업 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또 비행금지 구역인 서울 도심 상공에서 허가없이 드론을 날리면 항공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국내 무인항공기 제조 업체인 엑스드론의 진정회 대표는 “무인기 운용의 핵심인 공역(空域·비행 공간)을 넓히고 제각각으로 사용되는 주파수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인기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항우연의 주진 본부장은 “기획재정부에서 ‘규제 자유 지역(free zone)’을 두고 각종 신기술을 개발하도록 하는 데 내년에 3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이 중 무인기 연구·개발과 관련한 예산이 3000억원”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서도 드론 연구에 한창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무선 사업부에 15명으로 구성된 무인기 사업팀을 꾸려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화는 무인항공기 분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2007년 관성항법 전문 업체 센텍을 연구소에 합병한 데 이어 2010년엔 초소형 무인항공시스템인 크로우의 개발사 ‘마이크로에어로봇’도 인수했다. 기술이나 규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 수립이다. 한국항공대학교의 송용규 교수(기계공학부)는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지 말고 드론산업 육성을 위해 10년 앞을 내다보는 구체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이현택·곽재민 기자 mdfh@joongangco.kr

무인항공기(UAV):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전파의 유도에 의해서 움직이는 비행체로, 드론(Drone)으로 불린다. 드론의 원래 '벌이 윙윙거린다'는 뜻이다. UAV가 마치 벌처럼 윙윙거리며 나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상업용이나 취미용 드론의 경우 RC(Radio Control)와도 비교된다. RC는 수동 조작인데 비해 드론은 사전에 프로그램된 좌표나 명령에 따라 자율 또는 반자율 비행할 수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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