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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작가·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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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움베르토 에코.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소설가이자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19일(현지시간) 밤 이탈리아 자택에서 85세 나이로 별세했다.

가족과 출판사 등이 이탈리아 일간지 라 리푸블리카, 통신사 ANSA 등에 에코의 별세사실을 확인해줬다고 AFP, 뉴욕타임스 등이 20일 보도했다. 직접적인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에코는 몇 년 전부터 암 투병을 해 왔다.

전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팔린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나 그는 기호학, 건축학, 미학 등 다방면의 학문 영역에 걸쳐 2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한 정력적인 학자였다. 1950년대부터 토리노대, 밀라노대 등에서 가르쳤고 74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를 조직하기도 했다.

1980년 발표한 그의 첫 번째 소설인 ‘장미의 이름’은 기호학 등 자신의 인문학 지식을 대중에게 보다 쉽게 알리려는 의도에서 집필했다는 게 정설이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철학자, 기호학자로 밝힌 그는 주말에만 심심풀이 삼아 소설을 쓴다고 했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수 많은 고유명사와 알기 어려운 중세 개념, 숱한 인용구 때문에 ‘장미의 이름의 열쇠’라는 해설판이 별도로 나올 정도로 난해한 작품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중세 수도원으 배경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 2권의 필사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흥미로운 추리소설 형식을 택해 전 세계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숀 코네리가 주연을 맡아 86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생전 인터뷰에서 그는 그렇게 어려운 소설이 어떻게 그런 성공를 거둘 수 있었냐는 질문이 거듭 제기되자 “그런 질문은 여성에게 ‘어떻게 남성들이 당신에게 흥미를 느낄 수 있느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 개인적으로는 읽기 시작하면 금방 잠들게 되는 쉬운 책을 좋아한다”고 답한 바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는 “나는 솔직히 독자들이 작가에게 뭘 기대하는지 모른다. 작가는 독자들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써야 한다. 중요한 건 독자들의 원하는 것을 쓰는 게 아니라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 각각의 작품에 맞는 독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32년 이탈리아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토리노대에서 중세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으며 5년가량 TV 방송국에서 일하다 1950년대 중반부터 강단에 서기 시작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으로부터 개인용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지식을 쌓은 그는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비롯해 영어·불어·독일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 등에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기도 하다.

88년 두 번째로 내놓은 소설 '푸코의 추'도 출간되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 '중세의 예술과 미학', '기호학 이론', '독자의 역할', '기호학과 언어철학', '해석의 한계' 등 많은 학술서를 남겼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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