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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두증 피하기 위한 피임…교황 “절대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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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은 덜 사악하다. 낙태는 덜 나쁜 일이 아니고 범죄다.”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6일간의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신생아 소두증 우려 때문에 피임 또는 낙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가톨릭의 기존 입장은 낙태도, 인위적 산아 제한(피임)도 불가하다는 것이다. 최근 남미의 가톨릭 지도자들이 취한 태도이기도 하다. 브라질 주교국립회의 소속 레오나르도 울리히 스타이너 주교가 이달 중순 “피임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 방지) 해결책이 아니다”고 한 일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나 “임신을 피하는 건 절대악은 아니다”며 1960년대 벨기에령 콩고에서 성폭행이 전쟁 무기로 쓰이던 당시 바오로 6세 교황이 수녀들에게 경구피임약 복용을 허용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여지를 둔 셈이다.

 반면 낙태에 대해선 “낙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누군가를 구하려고 한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악이 있다. 이는 종교적인 악이 아니라 인간의 악”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사람들 사이에 벽을 세우고 또 세우려고만 하지 다리를 놓으려 하지 않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민 문제에 개방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교황으로선 반이민주의의 트럼프가 마뜩잖을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끄는 교황의 이 같은 발언에 트럼프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종교 지도자가 한 사람의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나는 기독교인인 걸 자랑스워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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