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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정보 담은 인포그래픽…선거포스터로 활용해 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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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203인포그래픽연구소 대표. 모니터 화면은 2015년 한국국제교류재단 전시 ‘맛 MA:T 한국인의 멋과 정’에서 선보인 막걸리 인포그래픽이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수 요조를 인터뷰했다 치자. 흔한 잡지 기사라면 그의 음악세계와 일상, 요즘 관심 있는 것 등을 문답 형식으로 3~4페이지에 걸쳐 소개할 거다. 이런 방식은 어떤가. 페이지 한가운데 요조의 일러스트를 그려 넣고, 주변 공간엔 그에 관한 정보를 그림과 데이터 위주로 꽉꽉 채운다. 자주 가는 카페는 어디며 만나는 음악인은 누구인지, 그의 휴대전화에 담긴 연락처는 몇 개고, 몸에 새긴 문신의 위치 및 모양은 어떠한지…. 한 페이지로 그 인물의 개성을 또렷하게 담아낸 이 인포그래픽 인터뷰 기사는 서울 홍익대 앞에서 발간되는 문화잡지 ‘스트리트H’에 실렸다.

“어떻게 하면 한정된 지면 안에 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했어요. 한 장의 인포그래픽으로 그 인물의 ‘핵심’을 드러내는 방식이죠.” 스트리트H 발행인이자 디자인 회사 ‘203인포그래픽연구소’를 이끄는 장성환(52) 대표의 설명이다.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그래픽(Graphic)’의 합성어인 ‘인포그래픽(Infographic)’은 지식과 정보, 데이터 등을 시각화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뉴스 플랫폼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정보의 확산이 활발해지면서 인포그래픽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장 대표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통신사·시사주간지·과학잡지 그래픽 뉴스팀에서 다양한 인포그래픽 뉴스를 실험하며 한국 인포그래픽사(史)를 현장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2003년 디자인 회사를 설립해 2009년부터 발행한 무가지 스트리트H 지면을 통해 기발한 인포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일 홍대 앞 사무실에서 만난 장 대표는 “‘빅데이터의 시대’라고 할 만큼 무궁무진한 데이터와 정리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난다. 인포그래픽은 이런 정보 사이의 관계·규칙·구조를 파악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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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앞 문화잡지 ‘스트리트H’ 2014년 7월호에 실린 가수 요조의 인포그래픽 인터뷰.

 ◆좋은 인포그래픽엔 메시지가 있다=장 대표가 만든 인포그래픽은 우선 눈에 확 들어온다. 2012년부터 스트리트H 부록으로 제작해 배포한 홍대 앞 세계 음식점 지도, 마을버스 노선도, 맥주의 모든 것 포스터는 요즘도 홍대 앞 상점들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일단 아름다워야 눈길이 가죠. 인포그래픽은 ‘유익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매력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안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가죠.” 널려 있는 정보에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는 물론 데이터를 분석하고 스토리를 구성하는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제작해 호평을 받은 ‘홍대 앞 별자리’ 인포그래픽에는 “보이지 않지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존재를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네온사인과 화려한 조명에 가려져 있지만 맑은 날 고개를 들면 홍대 하늘에도 별이 빛나고 있거든요. 하늘 한번 바라보는 여유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출간된 유시민의 『나의 한국 현대사』(돌베개) 부록으로 작업한 ‘인포그래픽 한국현대사(1945~2014)’ 포스터는 정권별로 시기를 나누고 비슷한 종류의 사건을 같은 색깔로 표시해 특정 사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났는지 직관적·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구성했다. 장 대표는 “역사를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색과 그래프 등을 적극 활용해 ‘역사는 반복된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메시지를 담는 과정에서 데이터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왜곡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제작자의 역할이라면 독자나 소비자들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인포그래픽을 ‘제대로 읽는 눈’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별 국회의원 소속 정당을 지도에 색깔로 표시하면 한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인구비례를 기반으로 지역의 넓이를 조정한 후 색을 칠하면 전혀 다른 민심이 드러날 수 있는 것이죠.”

 ◆선거포스터,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바꾸면?=인포그래픽을 제대로 활용하면 여러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장 대표는 앞으로 인포그래픽이 적극적으로 쓰였으면 하는 분야로 정치를 꼽았다. “예를 들면 선거포스터의 경우 현재는 얼굴 사진과 이름만 덩그러니 담겨 있잖아요. 그 때문에 인상 투표에 그칠 위험성이 있어요.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후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넣은 포스터를 만들면 어떨까요.”

인포메이션만으로 이뤄진 ‘원 페이지 북(one page book)’도 기획하고 있다. 그는 “고양이가 주제라면 고양이의 종류, 생애주기, 돌보는 법 등 책 한 권에 담을 만한 정보를 한 장에 담은 인포그래픽”이라며 “앞으로도 인포그래픽으로 다양하고 기발한 시도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S BOX] 나이팅게일, 1854년 크림전쟁 때 전사자 그래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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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화된 기호와 그림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인포그래픽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1만7000년에서 1만5000년 사이에 그려진 프랑스 남부의 라스코 동굴 벽화를 인류 최초의 인포그래픽으로 보기도 한다. 빨강·검정·노랑으로 말·사슴·들소 등의 동물을 그려 당시의 사냥 풍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의미의 인포그래픽을 시작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기술자이자 경제학자인 윌리엄 플레이페어(1790∼1857)를 꼽는다. 그는 1786년 펴낸 저서 『경제와 정치의 지도』에서 선그래프·막대그래프·원그래프 등을 사용해 통계 데이터를 표현했다.

간호사의 대명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도 인포그래픽의 선구자였다. 1854년 크림전쟁이 한창일 때 그는 전쟁터에서 전투로 죽는 병사보다 열악한 위생 탓에 죽는 군인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막대그래프와 원그래프를 결합한 장미꽃 모양의 그래프를 만들어 전투로 인한 사망자를 빨간색으로, 그 밖의 이유로 인한 사망자를 검은색으로 표현했다. 한눈에 상황을 알 수 있는 이 그림을 빅토리아 여왕에게 보여 주며 영국군의 병원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설득했다.

현재 세계 주요 도시에서 사용하는 직선 위주의 지하철 노선도 형식은 1931년 영국 런던 지하철 직원이었던 해리 벡(1902~74)이 처음 디자인했다(사진). 당시까지는 구불구불한 선으로 실제 역의 위치와 거리를 최대한 반영한 노선도가 쓰였다.

하지만 벡은 방향과 위치 등 실제 지리정보를 무시하고 수직과 수평, 45도 각도로만 노선을 배치한 뒤 노선별로 각기 다른 색을 적용했다. 환승역 등 필요한 정보를 강조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하게 생략한 이 그림은 성공적인 인포그래픽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인포그래픽』(길벗) 참고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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