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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바늘귀

바늘귀
- 이완근(1962~ )


 
기사 이미지
취한 채 잠이 들었네

시골 어머니 이불을 꿰매고 계시네

그런데

한 땀 한 땀 꼿꼿한 바늘

벼락으로 단련했을 추상같은 저 바늘

달랑 구멍 하나 만들어 놓은

저 꼿꼿한 정신

꿈속의, 어머니의 바늘이

내 마음을 콕, 콕, 찌르네

불호령하네



꿈은 무의식의 솟구침이고, 시는 그 불안과 갈망을 겨우 붙잡은 표상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날 시인은 “취한 채 잠이” 든다. 무의식의 억압이 생활을 힘들게 하는가, 삶의 질곡(桎梏)이 기원의 갈망을 소환하는가. 시인의 꿈은 이불을 꿰매고 계시는 시골 어머니에게로 향한다. 거기서 “벼락으로 단련했을 추상같은 저 바늘”을 본다. 순간 “꼿꼿한 정신”과 “구멍 하나”라는 두 개의 이미지가 중첩한다. 바늘은 구멍(귀)이 없다면 찌르고 빠져나가는 창과 다를 바 없고, “꼿꼿한 정신”이 아니라면 그 무엇도 제대로 꿰맬 수 없다. 반백을 넘어 선 아들에게 불호령을 내릴 수 있는, 큰 귀의 바늘 같은 어머니가 다시 그립다.

<백인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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