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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죽음의 공포가 남자 생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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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소설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 정보국은 정신분석가를 동원해 아돌프 히틀러의 심리 분석을 실시했다. 전쟁의 향방을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그 연구는 기밀문서로 분류됐다가 기밀에서 해제된 후 『히틀러의 정신분석』이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당시 정신분석가들은 히틀러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제시했다. 어린 시절 여러 형제의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히틀러는 죽음 공포를 없애기 위해 자신이 신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는 신념을 가졌다. 성인이 된 후에는 내면의 공포심을 외부로 투사해 유대인을 혐오했고, 불안감을 이기기 위해 권력욕을 키웠다. 마침내 권력을 잡았을 때 그는 무엇을 매개로 국민을 다스려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놀랍도록 공포를 확산시킬 것이다. 죽음에 대한 압도적인 공포가 주는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장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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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50년쯤 지나 미국에서는 『부시의 정신분석』이라는 책이 또 출간됐다.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자신의 공포심을 숨기려는 조지 부시의 노력에는 여러 층이 있다. 표면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허장성세가 있다. 그것은 유아적 전능감과 과대망상에 뿌리를 둔다. 그 밑에는 전생의 참상에 대한 부인이 있다. 그것은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공감 불능과 머지않은 곳에 있다. 두려움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 부시는 그 걱정을 나라 전체에 퍼뜨린다. 그가 세상에서 근절하겠다고 약속한 테러는 사실상 그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공포의 다른 이름이다.”

 모든 사람의 생을 추동하는 근저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작용하고 있다. 성 충동과 함께 죽음 충동은 생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욕동이다. 죽음 충동은 그 하위에 공격성·분노·공포심·불안감 같은 위험한 감정을 거느리면서 동시에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가정이나 조직의 리더가 공격적 충동을 성숙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조직 전체가 공포의 현장이 된다. 성장이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두 권의 책은 면밀하게 보여준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날로 갈등지수, 긴장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사회 지도자들이 내면의 불안을 알아차리고 잘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제적 불안 요소를 확산시키거나, 전략적으로 불안을 조장하지만 않아도 최소한의 평화는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소설 같은 생각을 해본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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