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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엄마 노릇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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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문화부 차장

3월이면 큰애가 고3이다. 한국 사회에서 고3 엄마는 일종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다. 고3 엄마라는 ‘신분’을 밝히면 교통경찰도 봐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드디어 내게도 그런 혜택을 누릴 자격이 생겼다. 연거푸 야근이라도 할라 치면 어디선가 “고3 엄마가 이래도 되냐”는 걱정스러운 질문이 들어온다. 각종 모임에선 연락책 같은 번거로운 역할을 모두 면제받았다. 황송한 특별대접이다.

 순전히 육아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열여덟 살 고3 자녀는 부모의 손을 놓아야 할 때다. 밀착 보호와 간섭이 어울리지도, 통하지도 않는다. 그런 관심은 아이가 열 살이 되기 전 집중됐어야 했다. 큰애는 말문을 떼자마자 매일 아침 “오늘 야근이냐”고 물었다. 만 3∼5세엔 밤 9시까지 운영하는 종일반 어린이집에 다녔다. 다섯 살 때 폐렴으로 1주일간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휴가를 못 냈다. 내가 폐렴에 걸린 것도 아닌데 인터뷰 약속을 깰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친정어머니와 육아 도우미가 번갈아 병실을 지켰다.

 영·유아기 자녀를 키우는 시기는 대부분의 워킹맘에게 위태위태한 고비다. 가까스로 들어간 직장에서 실력으로나, 인간관계로나 탄탄한 입지를 다져놓지 못한 채 임신과 출산을 한다. 임신·출산기엔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야근과 출장과 술자리가 모두 부담스럽다. 그래서 출산 후 복귀한 워킹맘은 마음이 급하다. 과잉 의욕을 불태우고, 육아에 연연해하지 않는 척 ‘통 큰 엄마’ 흉내를 내기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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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석 기자]


 큰애가 초등 2학년이었을 때다.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되냐”고 물어 왔다. “낮에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면서였다. 아이의 외롭고 공허한 심정이 전해졌다. “할 말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라”고 했다. 약속을 못 지킨 건 나였다. 아이는 생각보다 자주 전화를 했다. 통화가 곤란한 상황이 많았다. 아이의 전화를 받아 마치 공적인 일인 양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라고 말한 뒤 끊어 버리곤 했다.

 막상 고3 엄마가 돼 보니 아이에게 해줄 일이 별로 없다. 이제 아이가 부모보다 더 긴 시간 집을 비운다. 전화도 거의 하지 않는다. 마음은 친구에게 털어놓는 눈치다. 떠도는 입시 정보를 물어다 주는 수준인 엄마의 뒷북 관심에 아이는 도리어 혼란스러워한다. 엄마 손이 절실한 시기는 지난 것이다.

 다음주부터 만 3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판사를 대상으로 하루 4시간만 근무하는 단축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모쪼록 꼭 성공 사례가 돼 곳곳에서 제때 엄마 노릇 할 수 있는 직장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지영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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