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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개성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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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햇볕정책 시대의 마지막 흔적을 지웠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였던 신뢰외교(Trustpolitik)에도 안녕을 고했다.

 공공연하게 말은 안 했지만, 개성공단 프로젝트는 ‘체제전복적인(subversive)’ 의도를 담고 있었다. 첫째, 북한의 공격 루트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은 남북이 군사대결보다는 경제협력을 우선시할 수도 있다는 양측의 의사를 시사했다.

 둘째, 개성공단 구상은 북한 경제를 개방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에 불과했다. 개성공단 자체가 5만 명에서 시작해 35만 명의 근로자들이 일하는 곳으로 확대될 수 있게 기획됐다. 더 큰 그림이 있었다. 북한의 다른 지역에도 공단을 건설해 1960년대 한국처럼 북한을 수출주도 성장으로 세계 경제의 일원으로 이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대 효과는 북한의 당 간부, 관리자, 근로자들을 한국의 작업 환경에 노출시키는 사회화 효과였다. 개성공단 실험을 통해 북한 정권 내부의 권력 역학에서 개혁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있었다. 근로자 개인 차원에서 보면, 북한 근로자들은 한국 경제 체제의 효율성을 체험할 것으로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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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모든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북한 정권은 당 간부, 근로자, 한국 관리자 간의 사회적인 접촉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개성공단과 북한 경제를 연계시키는 것도 실패했다. ‘확산(spread)’ 효과는 거의 없었다.

 점점 더 확실해진 것은 개성공단으로부터 나오는 대부분의 수익이 근로자, 북한 기업이나 개성 주민이 아니라 평양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이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의 70%가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으로 활용된다고 주장했다가 사임 압력까지 받았다. 하지만 개성공단에서 발생하는 전용(轉用) 가능한 외화 액수라는 측면에서 보면 홍 장관의 말은 대략 맞는다. 오히려 그의 추산은 너무 낮다.

 마지막으로 개성공단을 둘러싼 복잡한 도덕적인 문제를 외면하기 힘들다. 물론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들에게 고용과 초코파이를 제공했다. 개성공단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그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민주국가인 한국의 기업들이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통제하고 억압하는 노동 조건으로부터 이익을 취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는 깊은 좌절감이 배어 있었다. 나는 그의 곤궁한 입장에 공감한다. 개성공단 폐쇄 같은 제재나 미국 의회를 통과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협상 결과는 실제로 작동할까.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돈은 결코 하찮지 않다. 개성공단 프로젝트로 북한에 지불했던 1억3000만 달러를 95억 달러에 달하는 북한의 쌍방 무역 규모와 비교해 ‘하찮다’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비교는 올바른 잣대를 사용하는 게 아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박사와 내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개성공단 지불액은 북한의 북중(北中) 무역적자의 30%에 해당한다.

 개성공단 문제는 또한 김정은이 핵무기·미사일 개발 추진을 통해 확보한 국내 정치적인 이득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 정권의 총애를 받고 있는 모란봉악단의 공연에는 인공위성 발사 장면이 배경화면으로 나온다.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 나오는 장면이다.

 그리고 중국이 북한을 등질 가능성이 약간은 있지만, 중국이 보여준 전형적인 모습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겉치레에 불과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다. 개성공단 폐쇄는 분명 김정은 못지않게 시진핑(習近平)에게 보내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중(對中) 외교에 한국의 경제적인 이득뿐만 아니라 정치적·전략적 이득을 걸었다. 지금까지 중국은 별로 한 게 없다. 고작 북한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미국의 간여 정책 실패로 떠넘겼을 뿐이다.

 앞으로 몇 달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전이 될 것이다. 김정은이 북방한계선, 사이버 공격, 새로운 미사일·핵무기 실험 등을 통해 에스컬레이션(escalation) 전략을 구사할 방도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호한 의지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북한은 스스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베이징은 김씨 왕조의 붕괴를 좌시하지 않을 게 거의 확실하다. 개성공단 폐쇄에서 지금 구상 중인 제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치의 목표는 협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돼야 한다. 한반도를 비핵화시키고 전쟁 상태를 끝내는 것은 궁극적으로 협상이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문제에 대한 생각은 많이들 하고 있다. 그게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것이 확실한 긴장의 시기 이후에 어떻게 수습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충분하지 않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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