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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음악] 열정과 겸손, 좋은 음악회에서 들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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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영 한양대 교수·음악사

좋은 음악회를 만나는 건 언제나 신비한 일이다. 좋은 음악과 훌륭한 연주만으로 좋은 음악회가 이루어지지는 않으니까. 좋은 음악회를 경험하려면, 예컨대 감기에 걸려 기침하고 훌쩍거리는 다른 관객과 멀리 떨어져 앉는 행운이 있어야 한다. 반면에 소리와 상관없는 연주자의 표정과 제스처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요컨대, ‘음악회’는 ‘음악적’ 경험을 넘어서는 종합적 사건이다. 지난달 16일과 22일에 각각 경험했던 서울시향과 최수열의 연주회는 내게, 좋은 음악회였다.

 16일 음악회 1부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은 그러나 음악적으로 좀 아쉬웠다. 밋밋함이 불편했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그의 음악답게 만드는 악센트가 적절히 강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부에서 연주한 말러의 ‘교향곡 6번’ 연주가 전임 지휘자(정명훈)의 사퇴로 인한 우려를 거의 씻어낼 정도로 훌륭한 것이어서 더욱 그랬다.

 1부 연주의 책임은 음악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다루지 못한 지휘자 최수열에게 있다. 그런데 음악회를 감동적으로 만든 것도 바로 그 최수열의 모습이었다. 길고 복잡한 말러의 음악을 거의 암보(暗樂)로 연주한 열정적 모습, 단원들 자리로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인사를 하던 겸손한 모습이 그랬다. 또 피아노 협연자가 앙코르를 연주할 동안 무대에 머물러 경청하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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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최수열씨가 지난달 16일 말러 연주가 끝난 뒤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향]

 22일 연주회(‘서울시향의 음악극장 1’) 역시 음악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날 연주한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정화’는 죽어가는 이가 느끼는 고통과 회상, 죽음의 순간과 정화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곡이다. 연속적이지 않은 다양한 감정과 상태를 그리고 있는 음악이어서 음악의 흐름을 매끄럽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곡이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지휘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곡이기도 하다. 잘게 끊어지는 프레이즈(phrase) 사이를 어떻게 연결하느냐, 곡의 흐름을 어떻게 정교하게 다듬어 절정을 이루어 내느냐가 고스란히 지휘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적 목표는 음악에 대한 전체적이고 추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그 생각을 실제 음악으로 구현하는 세세하고 구체적인 ‘기술’로 성취되는 것이다. 이날 연주에는 음악적 긴장을 축적하고 그것을 특정 순간에 폭발시키는 구체적 기술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회가 감동적이었던 것은 연주에 앞선 일종의 ‘해설’ 때문이었다.

 이날 연주에서 ‘해설자’ 역할을 한 배우의 텍스트 낭독과 그 중간에 끼어 들어간 주요 모티브의 연주는, 해설이 음악회의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음악적 행위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훌륭한 전범이었다. 이 독특한 해설을 기획한 최수열이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을 재단해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 가는 솜씨에, 그러니까 그의 음악성에 마음이 움직였다.

 연주의 수준은 음악회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중요하다. 다만 서울시향의 연주에서 새삼 다시 알게 된 것은 음악회에서 듣게 되는 것은 음악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좋은 음악회에서 들리는 또 다른 것은 어쩌면 열정이고 겸손이며, 또 기대와 희망이기도 하다.

◆경력=서울대 작곡과 졸업, 미국 노스텍사스주립대 음악학 박사, 한양대 음악연구소장

정경영 한양대 교수·음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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