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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 신산업① 로봇] 일본은 ‘아톰’의 꿈 이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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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가 만든 로봇 ‘페퍼’. / 사진:중앙포토

지난 12월 24일 일본 도쿄 미나미아오야마(南靑山)의 혼다 본사에서 만난 아시모(ASIMO)는 깡총깡총 뛰고, 춤도 췄다. 무릎을 구부리더니 한발로 뛰는가 하면 음악에 맞춰 수화(手話)를 했다. ‘기술의 혼다’란 별칭답게 이 회사는 1986년 일찌감치 로봇 개발에 뛰어 들었다. 2000년 1세대 아시모를 선보이기까지 투자액만 3000억원이 넘는다. 이 돈으로 전후 일본 부흥의 심리적 동력이던 ‘아톰’의 꿈을 현실의 신성장 동력으로 되살려냈다.

세계에서 가장 인간과 닮았다는 로봇 아시모의 파급 효과는 로봇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개발에 참여한 시게미 사토시(重見聰史) 혼다 기초기술연구센터장은 “로봇에 적용한 기술력을 자동차에 응용해왔다”며 “사물을 판단하고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능력은 최근 화두인 자율주행차에 꼭 필요한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파급력 막대한 대표적 융합산업

세계가 ‘로봇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무궁한 잠재력 때문이다. 산업·의료용부터 자동차·드론을 포함한 많은 영역에서 로봇 기술이 필수가 되고 있다. 특히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거대한 파급력 때문에 정보기술(IT)에 이어 새로운 ‘산업 빅뱅’ 도화선이 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꼽기도 한다. 현재 제조업 공장에서 로봇 활용도는 10% 남짓이다. 2025년엔 25%까지 뛸 전망이다. 세계 시장 규모만 2009년 8조1000억원에서 2014년 20조원으로 연간 20%씩 성장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로봇 시장이 2020년 429억 달러(약 51조4600억원)에서 2025년 669억달러(약 80조25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혼다 뿐 아니라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구글·아마존이 앞다퉈 경쟁에 나선 이유다. 한국도 ‘휴보’란 간판 로봇이 있지만 국가적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수준은 아니다.

한국도 아시모 같은 ‘신흥 유망 산업’이 절실하다. 정재훈 산업기술진흥원장은 “한국 경제를 떠받쳤던 자동차·철강·조선 등 주력 제조업이 모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없어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뉴프론티어센터장은 “소득 3만 달러의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 나려면 ‘혁신 산업’을 찾아 경쟁력을 키우고 외형을 넓히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1990년대 이후 ‘G7 프로젝트→차세대 성장 동력→신성장 동력→산업 엔진 프로젝트’ 등을 내걸었지만 성과는 부진하다. 이런 가운데 90년대 연 7%에 달하던 ‘잠재 성장률’이 최근 3%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30년엔 1%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성장 저하와 소비 부진’ 속에서 기존 산업만으론 파이를 키우기엔 역부족이다.

한국 정부는 2004년 ‘지능형 로봇’을 차세대 10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했다. 2008년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도 제정했다. 하지만 성과가 더디다. ‘범정부 차원’의 전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옛 정보통신부 등 단일 부처 주도로 로봇산업을 지원한다. 국가 수반이 정책을 주도하는 경쟁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 백봉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정책기획실장은 “의료용 수술·간병 로봇을 개발하려면 보건복지부, 농사 로봇을 만들려면 농식품부, 드론을 내놓으려면 국토해양부 등과 협의해야 하는데 부처간 장벽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산업은 대표적 ‘융합 산업’이라 범정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준호 KAIST 교수는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하면 ‘돈이 되느냐’는 물음부터 돌아온다. 당장 휴보 연구팀도 지난 3년 간 정부 지원을 못 받다가 올해 6억5000만원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관심 부족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 로봇 회사의 93%가 중소기업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소프트뱅크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아 막대한 자금과 함께 전사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비교된다. 청소 로봇 ‘아이클레보’를 개발한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는 “대기업의 경우 아직 로봇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며 “대기업이 투자에 참여하면 ‘로봇 생태계’를 훨씬 빨리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진 맥킨지 서울사무소 시니어파트너는 “원천 기술에 대한 장기 투자가 시급하다”며 “로봇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선행 산업 기술을 따라가는 후행 산업이라 센서·모터·컨트롤러 같은 핵심 부품부터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로봇 산업에서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처간 장벽 높아 … 범정부적 접근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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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다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WRC)’ 축사에서 “로봇을 중국 과학기술 혁신의 중점 영역에 두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다짐은 허언이 아니다. 중국은 2014년 말 칭다오(靑島)의 가오신 구를 ‘로봇자동화 생산기지’로 지정해 총 115억 위안(약 2조6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해 5월엔 ‘10대 핵심 산업’의 하나로 로봇을 꼽는 등 숨가쁘게 질주하고 있다. 성과는 수치로 실현되고 있다. 최근 10년 간 전문 인력 배출과 함께 해마다 10~30%씩 로봇산업 성장을 일궈냈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중국 시장이 2013년 일본을 앞지르고 1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도 대통령·총리 직속으로 조직을 두고 로봇산업을 지속적으로 챙기는 등 범정부적 드라이브를 건다. 그 결과 일본은 휴머노이드, 미국은 군사용, 독일은 산업용, 스웨덴은 의료용 로봇 등에서 특화해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제조업 부흥에 로봇을 적극 활용하는 ‘첨단 제조 파트너십(AMP)’ 계획을 발표했다. 해외로 나간 자국 제조 업체를 본토로 다시 불러들이는 데 산업용 로봇을 십분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로봇산업 부흥을 챙긴다. 2014년 총리 주도로 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로봇 혁명 실현회의’가 출범했다. 특히 정부뿐 아니라 기업·대학·연구소·금융회사가 참여해 6차례 회의 끝에 지난해 1월 ‘로봇 신(新) 전략’을 내놨다. 중소기업의 로봇 도입을 지원하고 설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 김기환·김준술·임지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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