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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김정은의 칼춤

음력으로 설을 맞이하는 우리나라와 중국은 춘제(春節)문화권에 있다. 중국은 ‘춘제’, 우리는 ‘설 명절’이라 하여 긴 연휴를 맞이한다. 양력의 설(元旦)과 설 명절 사이의 한 달 여 기간은 과세(過歲)를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닌 애매한 기간이다.

금년에는 이 애매한 기간에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를 긴장에 빠트려 베이징과 서울이 춘제 와 설 명절 기분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장기간 고향 방문이나 해외여행에서 돌아 온 사람들은 매일 터지는 빅뉴스에 정신이 없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추가하여 2월7일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한 북한에 대해 다블 징계 논의가 활발하다. 중국과 러시아의 미지근한 태도로 만족할만한 제재가 나오기 어려워 보여 한국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로써 독자 제재를 시작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분석에 바쁘다. ‘비올 때마다 우산 빌릴 수 없다’면서 차제에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25년 전에 철수했던 주한 미군의 전술 핵의 재배치도 주장하고 있다.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중국의 책임론이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도 문제지만 북한을 제대로 막지 못한 중국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중 관계를 역대 최상이라는 이야기를 믿었던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는지 모른다.
중국은 국익을 우선하는 현실주의자들인데도 우리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 같은 착시(錯視)에 빠져, 보고 싶었던 중국만 보았는지 모른다. 사실 북중 관계에 있어서 중국의 비중을 과대평가한 점이 있다. 필자가 아는 중국의 지인들은 북중 관계의 냉각으로 북한이 중국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중국의 손에 이른 바 ‘북한 패’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네티즌 상대로 조사한 보도에 의하면 중국인들의 60%가 북한을 싫어하고, 가장 쫓아내고 싶은 이웃 국가의 4위에 북한이 랭크되어 있다. 1위 일본은 역사적인 이유에서 2위 필리핀과 3위는 베트남은 남중국해의 영유권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혈맹으로 알아왔던 북한이 4번째가 된 것은 그만큼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 세계의 공분을 산 골치 아픈 이웃이라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북한의 김정은과 한 번도 정상회담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의 한반도 배치를 위한 미국과의 협의를 공식화하였다. 사드 배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홍문연(鴻門宴)의 고사를 인용하여, 사드는 “유방을 겨누는 항장의 칼춤(項莊舞劍 意在沛公)”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 말속에 중국은 천하를 얻게 되는 유방, 미국은 패장 항우, 한국은 항우의 사촌 항장에 비유하고 있다. 그러면 북한은 항장의 칼춤을 막은 번쾌(樊? 유방의 무장)가 된다.

비유가 매우 잘못되었다. 칼춤을 추고 있는 항장은 한국이 아니다. 4차 핵실험도 부족하여 미국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쏜 김정은이다. “미국을 겨누는 김정은의 칼춤(正恩舞劍 意在美國)”을 막는 동맹국 한국이야말로 항장의 속뜻을 뒤 엎은 번쾌라고 생각한다.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자위용 미사일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16일 국회연설에서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로 생존은커녕 붕괴를 재촉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는 단호한 결기를 밝혔다.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이 그 시작이다.

최근 미국의 전력 자산의 전개와 이에 따른 중국의 무력시위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북한이 저질러 놓은 문제의 수습이 아니고 미중의 관계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마치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들고(Wag the Dog.)'있는 것처럼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반발할 것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칠종칠금(七縱七擒)의 관용을 거두어야 한다.

김정은의 도발에 의해 그리스 신화의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처럼 얽혀 있는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을 바라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나서야 한다. 한국의 동맹국 미국은 ‘인내’에서 ‘관여’로, 한국의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은 ‘관용’에서 ‘제재’로 유일체제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55년 전 쿠바의 미사일 위기가 연상된다. 쿠바의 미사일 위기는 1962년 10월 미국의 첩보기에 의해 카스트로 공산정권의 쿠바에 건설 중이던 소련의 비밀 미사일 기지가 밝혀지면서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이 될 수 있는 세계 대전을 불사하는 긴장과 대립이 이어졌지만 결국 협상을 통하여 해결되었다.

최근 외지에 도날드 그레그(Donald Gregg) 전 주한 미국대사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미국 정보국(CIA)출신으로 한반도 전문가인 그레그 대사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전쟁을 하지 않은 한 인내심을 가지고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는 방법 이외의 선택지가 없다고 한다. 그레그 대사는 잔혹한 독재체재가 지배하고 있는 북한의 붕괴는 시간문제이므로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도발로 야기된 한반도 정세가 미중간의 대립을 불러 마치 한반도에서 세계 대전이라도 일어날듯 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미중 대립구도에서 북한을 전략자산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미중간은 과거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과는 다르다. 한반도의 안정과 비핵화의 공동 목표를 가진 두 나라가 고래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미국 및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어 강력한 압박으로 북한을 변화시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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