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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성 암매장 큰 딸, 학대 못이겨 "다 죽여버리겠다"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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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다 죽여버리겠다.”


‘고성 7세 친딸 암매장’ 사건의 희생자인 박모(42)씨의 딸(7)이 사망 전 적개심을 드러내며 한 말이다.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로서는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말이다.
 
사연은 이렇다. 

사건이 발생한 2011년 10월 26일 경기도 용인시 한 아파트. 엄마 박모(42)씨가 큰딸을 방에서 회초리 등으로 30분 넘게 때렸다. 딸이 틈만 나면 가구를 훼손하는 등 말썽을 부린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씨는 하루전에도 같은 이유로 딸을 나무라며 회초리 등으로 때렸다.
 
함께 살던 집주인 이모(45·여)씨는 거실에 있다 방으로 들어와 학대를 막지 않고 오히려 부추겼다. 이씨는 박씨에게 “훈육하면서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고 입을 틀어막아서라도 교육시켜라”고 말했다. 

또 “애가 다 죽여 버린다고 했는데 애를 살인자로 키울 거냐,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라는 말을 덧붙였다. 얼마 전 이씨가 박씨의 딸이 말썽을 피운다며 몇 대 때렸는데, 그때 딸이 반항하며 이런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해 더 심하게 꾸짖을 것을 강요한 것이다.

이는 19일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내용을 근거로 재구성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 등은 2010년 9월 한 달 정도 딸을 베란다에 비정기적으로 4시간씩 감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보름 전에도 수시로 감금했다. 식사는 하루 한끼 정도만 먹였다. 큰딸이 말썽을 피울 것을 우려해 감금하거나 벌로 식사를 줄이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박씨의 딸은 엄마와 이씨 등에게 반항심이 커졌고 결국 “다 죽여버리겠다”며 적개심을 드러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딸이 숨진 당일 박씨는 이씨의 강요대로 딸의 손과 발, 입을 의자에 테이프로 묶고 또다시 몇 차례 더 때린 뒤 오전 11시쯤 출근했다. 

당시 집에는 이씨 등 어른 3명이 있었지만 아무도 박씨의 딸을 풀어주지 않았다. 딸은 이날 오후 4~5시쯤 이씨가 박씨 딸이 의식이 없는 것을 발견하기까지 무려 5~6시간 동안 숨쉬기 힘든 자세로 묶여 있었다. 딸은 결국 숨졌다.
 
박씨는 2009년 가정불화로 딸 2명(당시 5세, 2세)과 가출한 뒤 이씨 집 아파트에서 대학동기 백모(42)씨 가족 등 세가족 12명(어른 6명, 어린이 6명)과 집단생활을 했다.
 
경찰은 이들의 집단 거주가 ‘돈’ 때문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씨와 백씨가 2009년을 전후해 이씨가 하는 휴대폰 대리점 사업에 10억원과 6000만원을 각각 투자했고, 박씨가 가정불화로 가출한 뒤 자연스럽게 이씨 집에 살게 됐다는 것이다. 한 아파트에서 사실상 ‘운명공동체’처럼 생활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와 이씨 등 어른들 상당수가 폭행·감금 등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고 돈으로 얽히면서 큰딸이 숨졌을 때 쉽게 신고하지 못하고 묵인한 뒤 암매장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며 “박씨와 백씨는 나이가 많고 경제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이씨의 영향력 때문에 아이 훈육 등에 간섭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딸이 사망하자 이들은 시신을 스노보드 가방에 넣어 이틀간 차에 싣고 다니다 이씨의 지인과 연고가 있는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경남 고성경찰서는 19일 이미 구속돼 검찰에 송치한 박씨를 비롯한 이씨를 상해치사·사체유기·아동복지법위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구속된 백씨와 불구속된 집주인의 언니 이모(50)씨에게는 시신유기, 불구속 된 백씨의 어머니 유모(69)씨에게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각각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그동안 박씨와 이씨에 대한 살인죄 적용 여부는 창원지검 통영지청이 경찰 수사결과를 검토하고 보완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와 이씨가 지속적으로 딸을 폭행·감금하고 테이프 등으로 입을 막아 장기간 방치한 것을 볼 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지만 구속기간이 만료돼 일단 검찰에 넘겨 추가 범죄 혐의를 조사해 판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성=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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