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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전세금펀드로 세입자 돕겠다는 정부, 수익률은 제대로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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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

“비슷한 성격의 연기금투자풀 평균 수익률 3.5%보다 더 매력적인 상품으로 설계하겠다.”

 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이 ‘전세보증금 투자풀’ 조성 계획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최대한 원금 손실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전세가 빠른 속도로 월세로 전환되면서 세입자가 돌려받은 보증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위가 나섰다. 세입자가 돌려받은 보증금을 모아 하나의 풀(pool)로 만든 뒤 믿을 만한 자산운용사에 맡겨 높은 수익률을 올리도록 해주겠다는 뜻이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세보증금 투자풀은 절박한 심정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은행 예금에 묵혀두자니 금리가 너무 낮고 그렇다고 투자상품에 넣었다가 원금을 까먹을까 전전긍긍하는 세입자를 정부가 돕겠다는 취지였다.

정부 뜻대로만 되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안심하고 맡겨 수익을 내고 증시에는 ‘실탄’도 공급할 수 있는 묘안이었다.

 당장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초저금리에 증시마저 요동치는 상황에서 과연 투자자가 만족할 만한 수익률은 고사하고 원금이나 까먹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자 임 위원장은 민간 연기금투자풀의 평균 수익률 3.5%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익률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대답도 안 할 수 없으니 민간 연기금투자풀의 수익률을 사례로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연기금투자풀은 금융위 주도로 지난해 9월 1일 출범했다. 투자 역량이 부족한 민간 공제회나 사립대학에서 기금을 위탁 받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펀드 오브 펀드(여러 개의 채권형 또는 주식형 펀드를 모아 하나의 펀드로 만든 상품)’ 방식으로 운용한다.

취지나 구조 모두 금융위가 추진하는 전세보증금 투자풀과 유사하다. 금융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민간 연기금투자풀 수탁고는 출범 당시 1350억원에서 올 1월 말 현재 6016억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수익률은 임위원장의 예시와 전혀 달랐다. 민간 연기금투자풀은 수탁고 중 1400억원만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모두 머니마켓펀드(MMF)에 묻어 두고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수익률도 주식형 펀드가 1.75%, MMF가 1.63%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12개월 기준) 수준에 그친 셈이다. 민간 연기금투자풀의 수익률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민간 연기금투자풀 운영위원장인 신진영 연세대 교수는 “아직 수익률 보고를 받지 못했지만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탁고가 많지 않고 수익률을 올리는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수익률은 더 하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펀드평가사인 KG제로인에 따르면 2월 17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82%다.

 본지의 확인 요구에 금융위 관계자는 “임종룡 위원장이 착각한 것 같다”며 “전세보증금 투자풀 수익률 사례로 제시한 3.5%는 민간 연기금 투자풀이 아니라 공적 연기금 투자풀의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이라고 해명했다.

2001년 설립된 공적 연기금 투자풀은 국민주택기금·신용보증기금 등 정부 산하 기금의 여유자금을 한데 모아 운용하는 풀이다. 설립된 지 15년이나 됐고 투자풀 규모도 18조원에 달한다. 과거 고금리 시절 사놓거나 가입해놓은 상품이 많은 데다 투자규모도 커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 막 출범할 전세보증금 투자풀의 벤치마킹으로 공적 연기금 투자풀을 꼽는 건 초등부 선수에게 대학생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1%대 초저금리 시대에 원금을 까먹지 않으면서 3~4%대 수익을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시장 상황은 더 유동적이다.

지난해 1만5000을 넘보던 홍콩 H지수가 반토막이 나 이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연초부터 무더기로 원금 손실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게다가 전세보증금은 여유 자금이 아니다.

자칫 원금 손실이라도 나면 수많은 세입자가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정책의 선의’도 좋지만 전세보증금 투자풀은 좀더 절박하고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김태윤 경제부문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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