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자작나무숲·빨래터에 안긴 명작, 자연과 어우러져 더 빛나네

l 강원도 산 속 미술관들
 
기사 이미지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 깊은 산 속에 숨어 있는 미술관의 부지 면적이 9만㎡에 달해 공원을 거닐 듯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오늘(19일)은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다. 다가오는 봄이 반갑지만 떠나가는 겨울도 아쉽다. 이 겨울의 끝자락을 잡으러 강원도로 떠났다. 겨울을 보겠다고 떠난 걸음이었지만 굳이 산을 향하지는 않았다. 겨울 산이 숨긴 강원도의 자연 미술관을 찾았다. 강원도 산속에 틀어박힌 미술관들은 숲 속에 자리를 잡았거나 오솔길을 내거나 야외에 갤러리를 들이면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미술관을 타박타박 걸으며 겨울의 막바지를 만나고 돌아왔다. 마침 아이들 봄방학이었다.


숲이 예술이다 - 미술관 자작나무숲

 
기사 이미지

미술관 자작나무숲. 자작나무 1만 그루가 숲을 일궜다.


꽃과 잎이 없어도 화려한 나무가 있다. 자작나무다. 자작나무의 새하얀 수피(樹皮)는 겨울 산에서 쉬이 눈에 띈다. 그 하얀 맨살이 동토(凍土)의 설경을 떠올리게 한다. 이미지만이 아니다. 자작나무는 북위 45도 북쪽 지방에서 자란다. 자작나무를 만나려면 아직 겨울이 남아 있는 북으로 향해야 한다.

강원도 곳곳에 자작나무 군락지가 있다. 산림청이 자작나무를 꾸준히 심은 까닭이다. 횡성에도 자작나무숲이 있다. 이름하여 ‘미술관 자작나무숲’. 자작나무 4만 그루를 자랑하는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횡성의 자작나무숲도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 있다.

미술관 자작나무숲은 원종호(64) 관장과 부인 김호선(62)씨가 운영하는 사설 미술관으로 2004년 개장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작나무숲이 미술관을 품고 있다. 3만㎡에 이르는 부지에 자작나무숲과 전시관·카페가 어우러져 있다.

 
기사 이미지

산책로를 따라 야외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지엄 산.


“91년 산림청에서 우연히 자작나무 묘목 1만2000주를 얻게 됐어요. 산림청이 생육이 안 좋아 폐기하려던 묘목을 받아왔지요. 30㎝도 안 되는 어린 자작나무를 심었습니다.” 버려질 뻔했던 자작나무 묘목은 시간이 흘러 20m까지 자랐다. 살아남은 자작나무 8000주와 90년대 말 새로 심은 2000주가 더해져 약 1만 주의 자작나무가 어엿한 숲을 일궜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원 관장은 96년 개인 스튜디오를 숲 안에 들이고, 전시관 2동을 추가로 지으면서 2004년 미술관을 개방했다. 상설전시관에는 원 관장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기획전시관에는 외부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초창기에는 미술관 입장료를 2000원으로 정했지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람이 몰려들자 입장료를 올렸다. 어른 한 명에 2만원을 받는데도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숲이라고 소문이 자자해 한 해 1만 명 정도가 꾸준히 찾아온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갤러리를 구경하고, 숲을 산책하는데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기사 이미지

여행정보= 미술관 자작나무숲(jjsoup.com)은 서울시청에서 자동차로 2시간이 걸린다. 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6㎞ 떨어져 있다. 오전 11시부터 해질 녘까지 개방한다. 화·수·목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원. 입장료에 찻값이 포함됐다. 미술관 안에 게스트하우스 두 채가 있어 숙박할 수 있다. 2인용 1박 20만원. 4인용 1박 26만원.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한우로 두곡 5길 186.  ☎ 033-342-6833.


아낙네 빨래 소리 들리듯 - 박수근미술관

 
기사 이미지

박수근미술관 박수근 동상. 화가의 생가 터에 놓였다.


박수근(1914∼65)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국민화가’다. 물동이를 지고 가는 여인, 아이를 등에 업은 아낙네 등 질박한 우리네 삶을 정감 어린 화면으로 재현했다. 하지만 그가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02년 양구 정림리 박수근 생가 터에 문을 연 박수근미술관은 화가가 스물한 살까지 살았던 양구와 화가의 인연을 알리기 위해 양구군이 설립한 미술관이다. 유화·판화·드로잉 등 박수근 작품 110점을 소장하고 있다.

9만㎡에 달하는 널따란 미술관 부지 안에 박수근 작품만 모아 놓은 박수근기념관, 현대 작가 작품을 전시하는 현대미술관, 박수근 100주년 기념관 박수근파빌리온 등 건물 세 채가 들어서 있다. 부지가 넓어 전시관을 따라가는 게 공원을 거니는 듯했다. 한 해 5만 명이 미술관에 방문하는데 돗자리를 가져와 한나절 쉬었다 가는 가족 여행객도 많단다.

“양구에 문화공간을 개발하자는 취지로 97년부터 박수근 생가 터 복원사업이 진행됐습니다. 이후 박수근 기념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습니다. 양구에 온 관광객이 양구의 사계절과 예술 작품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지요.”

서동숙(45) 박수근미술관장의 말마따나 미술관 안팎을 거니는 것은 작가의 작품 속을 드나드는 느낌을 줬다. 주차장에서 미술관 출입구로 향하는 길은 박수근기념관을 한 바퀴 빙 둘러가게 설계됐다. 화강암을 쌓아 만든 기념관 외벽이 거친 질감을 표현한 박수근의 유화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사 이미지

박수근 작품 110점을 전시하고 있는 박수근미술관.


미술관 정원에는 작은 개울이 있다. 정림리 마을 주민이 빨래를 하고 멱을 감던 곳이다.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작가의 미술품 가운데 경매 최고가(45억2000만원)를 기록했던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가 연상됐다. 미술관에 다랑논이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마을 주민이 경작했던 다랑논을 엎지 않고 그대로 살려뒀다. 호밀을 심어 놓아 겨울인데도 논이 파릇파릇했다.

미술관 산책로는 미술관 오른편 언덕까지 이어졌다. 100m 정도 올라가니 박수근과 부인 김복순 여사의 합장 묘가 나왔다. 파주에 있던 묘소를 2006년 현재 자리로 옮겨왔다고 했다. 언덕 위에서 화가가 수없이 스케치했을 정림리 마을을 오래도록 굽어봤다.

 
기사 이미지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박수근미술관(park sookeun.or.kr)은 자동차로 2시간 30분 거리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격주 토요일마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큐레이터 체험, 미술관 안내 포스터 만들기 등을 진행한다. 홈페이지 예약 필수. 전화로 무료 해설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다.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033-480-2655.


첩첩산중에서 만나는 미술관 - 뮤지엄 산

깊고 깊은 강원도 산중에 미술관이 숨어 있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이다. 뮤지엄 산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산길을 올라야 했다. 해발 275m 높이에 다다르자 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구룡산(478m) 능선뿐이라 대자연 속에 꼭꼭 숨어 있는 듯했다.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사설 미술관 뮤지엄 산은 한솔그룹 이인희(89) 고문이 30년 동안 수집한 근현대 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 고문은 94년 미술관을 기획하면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6)에게 건축을 의뢰했다. 안도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놀 수 있는” 자연 속의 미술관을 염두에 두고 뮤지엄 산을 설계했다.

덕분에 2013년 개관한 미술관은 아이들에게 문턱이 낮다. 뮤지엄 산 이영훈(42) 홍보담당관은 “플라워가든·워터가든·스톤가든으로 이름 붙인 정원에서 아이들이 꽃과 나무를 공부도 하고 야외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람을 타고 뱅글뱅글 팔을 돌리는 15m 높이의 야외 조각상 등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예술품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한해 10만 명 정도가 미술관을 방문하는데 관람객 10명 중 7명은 아이와 함께 찾는 가족 여행객이라고 한다.

야외 전시장이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라면, 빛의 예술가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모아둔 제임스터렐관은 어른이 즐길 만한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오직 성인을 대상으로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일몰 투어’가 진행된다.

해질 녘 직원과 함께 제임스터렐관 ‘스카이스페이스’로 발을 들였다. 하얀 벽에 하얀 돔 지붕을 얹은 전시실인데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다. 구멍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변화무쌍한 색으로 물드는 게 신비로웠다. 지붕에 쏘아 올리는 조명과 보색 관계에 있는 색깔로 하늘색이 변했다. 조명이 붉으면 하늘이 푸르스름했고, 조명이 노랄 때는 하늘이 거무스름했다.

뮤지엄 산 조영준(40) 학예실장은 “오로지 일몰 시각에만 감상할 수 있는 빛의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요가 매트를 깔고 누워 하늘을 올려봤다. 자연을 담은 미술관은 명상의 장소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기사 이미지

여행정보= 뮤지엄 산(museumsan.org)은 서울시청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다. 원주역·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미술관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관람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월요일 휴관. 관람료 어른 2만8000원 어린이 1만8000원. 제임스터렐관 일몰투어 1인 5만원. 온라인 예약 필수.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2길 260.  ☎ 033-730-9000.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