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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우리가 ‘조성진’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

 

 

2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에서 조성진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크레디아]

지금 이순간 클래식계 최고 스타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만 21세의 그가 지난해 가을 폴란드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초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쇼팽 콩쿠르'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권위 있는 대회다. 우승 발표 직후 조성진은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콩쿠르에서 우승한 걸 믿을 수가 없다. 1위가 발표된 순간엔 약간 멍했던 것 같다”라고 수줍게 웃으며 소감을 밝혔다. 조성진의 우승은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때처럼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국엔 '조성진 신드롬'이 불었다. ‘쇼핑 콩쿠르 실황 음반’은 초도 발매된 5만 장이 1주일 만에 매진되며 발매 당일에는 음반 매장에 아침부터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 2일 열린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티켓 역시 예매 시작 50분 만에 매진됐다. 급기야 오후 2시 공연이 추가됐지만, 이 역시 매진 사례를 이어가며 온라인에서는 양도 티켓을 구하는 글이 이어지는 등 '조성진 신드롬'이 뜨겁다.

신동에서 슈퍼스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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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화·스포츠계 스타들은 부모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함께 성공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성진은 부모의 극성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군 성과라는 점도 사람들의 호감을 샀다. 그의 아버지는 건설회사에 재직 중이고 어머니는 가정주부, 집안에는 음악을 하는 친인척도 없다. 그의 부모는 묵묵히 응원했고, 수상 직후에도 아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그 흔한 인터뷰 한 번 하지 않았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조성진은 여섯 살 때 친구를 따라 동네 음악 학원에 다니면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피아노 선생님은 개인 레슨을 권유했고, 10세에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에 들어간 이후 12세에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했다. 그의 재능은 정명훈 감독도 알아봤다. 조성진의 쇼팽 연주를 처음 본 그가 곧장 서울시향과의 협연 무대를 추진한 것. 조성진은 16살의 나이에 서울시향 공연에서 쇼팽과 베토벤을 연주했다.

쇼팽 피아노 콩쿠르 이전에도 다양한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8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더니 2009년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최연소 우승을 기록했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2014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는 3위를 수상했다.

재능과 노력. 기회가 고루 갖춰졌기에 지금의 조성진이 탄생할 수 있었다.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조성진 [사진제공=크레디아]

피아노를 연주하는 조성진 [사진제공=크레디아]

연주 실력이야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 더불어 단정한 외모도 눈길을 끈다. 하얗고 기다란 손, 연주할 때 흩날리는 머리카락, 찹쌀떡을 연상시키는 하얀 피부 등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어린 시절 통통한 모습도 귀엽다며 화제가 됐고,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띵똥’, 샤이니 ‘온유’, '햄스터 닮은꼴' 등 유명인이라면 치르는 흔한 닮은꼴 스타 찾기도 자연스러운 과정처럼 따라왔다.

과거 인터뷰에서의 겸손하고 절제된 답변도 매력 발산에 한몫 했다. 그는 2006년 ‘이화경향콩쿠르’ 초등부 우승 인터뷰에서 “영원한 1등도, 영원한 꼴찌도 없다고 배웠다. 겸손하게 피아노를 공부하겠다”라고 얘기했다. 초등학생이 답하기엔 너무나 어른스럽고 범상치 않은 말이었다. 의외의 발언도 호감을 샀다. 쇼팽 콩쿠르 수상 이후 폴란드 매체 ‘폴스카’와의 인터뷰에서 “파리에 살고 있는데 여기엔 맛있는 베이커리, 디저트 가게가 많다. 인터넷으로 빵집을 검색해 빵을 여러 개 사서 비교해 보고 먹는 게 취미다”라고 말했다. 이런 반전있는 취미에 여성팬들은 취미마저 귀엽다며 열광했다.

여기에 나이보다 성숙하고 댄디한 사복 패션도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이 모든 과정은 신인 연예인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남자 스타 인기투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최종 목표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중앙포토]

조성진(가운데)의 쇼팽 콩쿠르 실황앨범은 8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1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이치그라모폰의 우테 페스케(왼쪽) 부사장이 조성진에게 기념 앨범을 증정했다. 오른쪽은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쇼팽협회장.

조성진(가운데)의 쇼팽 콩쿠르 실황앨범은 8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1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이치그라모폰의 우테 페스케(왼쪽) 부사장이 조성진에게 기념 앨범을 증정했다. 오른쪽은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쇼팽협회장.

단번에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를 한국 땅에서 만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지난 2일 열린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위해 드디어 한국을 방문했고, 공연에 앞서 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컨퍼런스홀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조성진은 “호텔 방에서 높이 솟은 강남 빌딩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시간이 없어 친구들을 많이 못 만나고 가는 게 아쉽다”고 밝혔다. “마이크 울렁증이 있어 무대에서 피아노를 칠 때보다 더 긴장되고 떨린다”라고 말했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조곤조곤 자신의 얘기를 전달했다.

쇼팽 콩쿠르에 도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유럽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서였다. 콩쿠르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인생의 목표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릴 적 피아노와 함께 바이올린도 배웠는데 바이올린은 서서 연습하는 게 싫어 피아노를 선택했다.”

신중하고 진지한 이면에 20대 다운 엉뚱한 답변도 나와 여지없이 반전의 매력을 드러냈다. ‘콩쿠르 준비 때문에 카톡과 문자도 끊었다던데’라는 질문에 “쇼팽콩쿠르 연습 기간 동안 두 번이나 스마트폰을 도둑맞아 아무도 안 훔칠 저렴한 2G폰을 샀다. 8개월간 그걸 썼더니 소문이 그렇게 났다”라고 얘기하는 모습에선 또래 친구들처럼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이 엿보였다. 하지만 평범한 20대와는 다르게 그의 주변엔 또래 친구 보다 형·누나가 많았다.

“김선욱 형, 손열음 누나, 임동혁 형과 가깝게 지내고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들이다. 또래 친구들이 거의 없어 요즘 20대들이 어떻게 노는지 잘 모르겠다. 쉴 때는 클래식을 주로 듣지만 한국 발라드 가수의 음악도 가끔 듣는다.”

조성진은 롤모델이 없다고 얘기했다. 그는 “루마니아 출신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를 정말 좋아하지만 롤모델이라고 말할 순 없다. 나는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고 당차게 밝혔다. 그의 최종 목표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 훌륭한 피아니스트란 ‘귀하게 느껴지는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작곡가가 명곡을 쓸 때는 엄청난 노력과 고뇌를 동반한다. 연주자는 작곡가를 대신해 작품을 음악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곡을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런 자세를 가진 음악가가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 같다.”

지난 겨울 우리는 조성진이 치는 쇼팽을 들었다. 아마 한동안은 계속 듣게 될 것 같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가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게 조용히 응원하는 것이다. 자신의 길을 가며 하나씩 결실을 내놓는 순간 그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면 된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중앙포토·크레디아 제공

영상=전민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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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