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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운 것 나무다운 것…정직하게 바라본 곧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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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돌, 나무가 태초의 모습을 재현하듯 모여있다. 심문섭씨는 “자연의 리듬을 되살리고 싶다”고 했다.

흙이, 돌이, 나무가 저마다 있다. 사방 벽만 아니라면 이곳은 사막이나 들판이다. 토상(土想)과 석상(石像)과 목신(木神)이 태곳적부터 놓여있었던 듯 각자 자리에서 숨 쉰다.

심문섭 40년 작품 한자리에

조각가 심문섭(73·중앙대 명예교수)씨는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들을 어디를 손댔는지 모를 지경으로 슬그머니 늘어놓았다. 최소한의 변형, 물질이 지닌 성질을 정직하게 바라본 곧음이 관람객들을 그 앞에서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지난 달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개막한 ‘리프리젠트(Represent): 심문섭의 조각·회화·사진-항해일지’는 한 작가가 40여 년 걸어온 작업의 여정을 허심탄회하게 돌아본다.

전시 제목 리프리젠트는 ‘재현’보다 ‘반추’의 뜻을 풍긴다. 1974년 작 ‘현전’부터 근작 ‘제시’까지 그의 전작을 되새기는 자리다. ‘항해일지’라는 시적 제목이 그가 헤쳐 온 풍랑의 굉음과 상륙했던 땅의 적막을 돌아보게 한다.

 조각가의 눈은 대자연의 품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했을까. 작가는 그 취사선택의 기준을 이렇게 말한다. “나는 조각이 소재가 되는 물질을 밖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대상의 물성 그 자체의 삶과 함께하면서 내재하고 있는 숨겨진 비밀들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는 돌과 나무를 해석하는 동시에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공간 또는 장소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풍경들을 작품으로 그려냈다. 그에게 작품은 한 척의 배였고, 그 배를 저어가는 풍광은 일종의 꿈의 항해일지였다.

김남조 시인은 “심문섭의 조각 앞에서 우리는 수 억 년 전 석기 시대로 회귀하는 듯 원초적 힘을 얻는다”고 했다.

 작가의 시대별 회고전 성격을 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의 눈을 끈 것은 사진과 회화 작품이다. 조각가가 찍은 사진과 그린 평면 작업은 신선하면서도 특이하다. 형태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데, 그는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 속에 깃든 ‘그다운 것’을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문기(文氣)라고 부름직한 은은하면서도 강직한 핵심 찌르기가 우리 삶을 출렁거리게 만든다. 전시는 4월 24일까지. 041-551-5100.

천안=글·사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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