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취재일기] 근로자 현실 이해 못한 경총 회장

기사 이미지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기자도 근로자다. 종종 야근을 하고, 때로 휴일 근무도 한다. 연차휴가를 다 쓰지 못해 수당으로 받는 해도 있다. ‘근로자’인 기자는 지난 15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의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박 회장은 연장 근무와 연차휴가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근로자들이 50% 더 주는 임금을 받으려고 연장 근로를 선택하고 있지 않습니까. 연차휴가도 다 쓰지 않고 수당으로 받길 원하고요.”

 그는 “연장 근로 수당 할증률을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수준인 25%로 낮춰야 한다. 또 쓰지 않은 연차휴가는 금전 보상을 금지하는 등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단의 질문이 쏟아졌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원치 않아도 야근할 일이 생긴다. 연차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게 우리나라 근로 현실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박용석]


 박 회장은 “장시간 근로는 사용자가 강요한 게 아니라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택한 것”이라며 “연차휴가를 다 쓰면 직장에서 눈치 보인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노조가 투쟁해야 할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어 “초과근무를 없애고 연차휴가를 다 쓰면 청년 고용률이 2% 늘어난다”며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한 푼 더 뜯어내려 할 게 아니라 아들·조카의 취업 기회를 뺏으면서 누리는 것을 50%만 양보하려는 고민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회장의 발언을 두고 인터넷 게시판이 들끓었다. 관련 기사엔 “이런저런 이유로 연장 근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도 많다.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직원이 몇이나 될까” “한국 경영자들의 입장이 박 회장과 같은지 되묻고 싶다. 오후 6시 칼퇴근하고 연차휴가 3주 다 쓰면 저성과자로 몰려서 회사에서 잘린다”와 같은 댓글도 많았다.

 근로자가 뿔난 건 박 회장의 진단이 현실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574명을 설문한 결과(중복응답) 응답자는 야근 이유로 ‘과도한 업무량’(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업무 특성’(29%) ‘야근을 조장하는 회사 분위기’(22%) 순이었다. 2012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설문 에서 근로자는 연차휴가를 다 못 쓰는 이유로 ‘눈치 주는 회사 분위기’(42%)를 가장 많이 꼽았고, ‘과도한 업무’(18%)가 뒤를 이었다. ‘연차 보상비’는 12%였다.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박 회장으로선 노동개혁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란 점을 설득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근로자의 공감을 이끌어 낼 탄탄한 논리로 뒷받침하고 신중하게 발언했어야 했다. “근로자 희생을 강요하는 ‘일방통행’ 식 노동개혁을 밀어붙인다”는 오점만 남았다.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