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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박근혜 독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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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대기자

말은 세상을 흔든다.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국회연설은 강렬하다. 쏟아진 말들은 대담하다. “북한 정권이 핵 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다”-. 북한에서 ‘붕괴’ 는 최고 존엄을 모독한다. 남한의 햇볕정책 공간에서도 금지 낱말이다. 대통령의 말은 금기(禁忌)를 깼다.

 연설 속 언어는 비장하다. “기존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 꺾을 수 없다.” 그것은 대북정책 전환을 선언한다. 한국 사회엔 협상평화론이 짙게 스며 있다. 햇볕의 유화(宥和)정책은 잔재해 있다. 그 말은 익숙함과의 결별이다. 그 연설은 공세적인 승부수다. 박 대통령은 “북한을 변화시키는 근본적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출발은 남북관계의 재구성이다. 박근혜식 ‘대북 압박 변화’ 정책의 표출이다. 2·16 연설은 야망의 독트린이 됐다.

 그 승부수는 본능처럼 작동한다. 거기엔 특별한 경험과 단련이 있다. 1979년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때다. 딸의 역할은 퍼스트레이디였다. 자정 직후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김계원 비서실장이 아버지의 죽음을 알렸다. 그는 사건 현장에 있었다. 옷은 피로 젖었다. 딸은 무의식중에 물었다. “휴전선은요, 전방엔 이상이 없나요.” 그것은 단련의 내뱉음이다. 그 시절 안보는 중점 과제였다.

 2002년 박 대통령(의원 시절)은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났다. 박 대통령의 기억 속 만남은 이렇다. “김정일 위원장은 서로 마음을 열고 이끌어낸 약속들을 가능한 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경험은 우호와 협력이다.

 두 이야기의 기조는 충돌한다. 큰 틀에선 조화를 이룬다. 박 대통령의 정책은 그 양면적 요소를 엮는다. 이번에 우선순위를 재설계했다. 박 대통령은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분리한다. 연설에서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김정은 정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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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핵 개발 상황은 긴박하다. 최종 단계에 이른 듯하다. 그것은 소형화와 실전배치다. 핵은 절대 무기다. 핵 보유 국가와 핵 없는 나라는 극단으로 갈린다. 북쪽의 위압과 남쪽의 굴종이다.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불길함의 예고다.

 지금 상황은 한국의 무기력을 드러낸다. 핵은 국제 문제다. 동시에 우리 운명이 걸렸다. 하지만 과거 한국 정부는 종속변수로 자처했다. 그것은 주인의식의 포기다. 한국은 6자회담에 기댔다. 중국에 매달렸다. 평양에 압력을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은 미국에 의존했다. 때로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탓한다. 주인의식의 결핍은 독소를 뿜는다. 북핵 문제에 불감증이 퍼졌다. 사회 일각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관전자 심리가 무성하다. 강대국은 그런 비겁한 행태를 비웃는다.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선제적이다. 그것은 대북정책의 독자성을 드러낸다. 독자성은 북핵 문제의 주도적 해결 의지를 담고 있다. 북핵이 우리 문제로 굳어진 것이다. 2·16 선언은 관전자 행태를 퇴출시킨다. 그 주인의식과 투지의 복원이 연설의 핵심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문제는 우리의 자주권 영역이다. 북핵에 맞서는 방어 수단이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반대는 고압적이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실리에 집중한다. 중국의 그런 위세 속엔 한국의 책임도 있다. 거기엔 우리의 관전 분위기에 대한 얕잡음이 담겼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충돌한다. 중국은 베트남을 무시하지 않는다. 베트남은 자기 문제에 사활을 건다. 그런 뒤 미국과 협력한다. 그 결연한 의지가 중국을 압박한다. 중국은 베트남을 달랜다. 경제보복 대신 협력을 강화한다. 안보의 주인의식은 활로(活路)을 개척한다.

 북한의 외교술은 노련하다. 그들의 수법은 통미봉남(通美封南)이다. 핵 문제에서 남한을 빼놓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상대했다. 평양의 협상력은 불패의 신화다. 미국은 수없이 당했다. 2·16 연설은 외교적 시위다. 그것은 한국을 우회해선 안 된다는 선언이다. 한국을 뺀 북·미 협상, 미·중 담판에 대한 거부다.

 2·16 연설의 대북 접근 방식은 단순화다. 핵무기 포기냐, 아니면 체제 붕괴냐로 압축이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단은 많지 않다. 하지만 견고한 체제에도 허점이 있다. 10년 전 미국의 북한 비자금 압박은 절묘했다. 그 조치는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이다. 평양은 고통스러웠다. 미국은 중간에 제재를 풀었다.

 북핵 문제는 의지와 일관성으로 결판난다. 북한을 알고 도울 나라는 한국이다. 정부는 국민적 지혜와 결의를 모아야 한다. 국민을 역사의 전진 열차에 탑승시켜야 한다. 한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뤘다. 그것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기적이다. 주인의식은 북핵 문제의 해답을 만든다. 공세적 상상력은 해법을 제공한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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