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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아하, 아메리카] ‘흙수저’ 샌더스 ‘금수저’ 트럼프, 닮은 점 많은 극과 극

“트럼프는 병적인 거짓말쟁이다.”(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그 사람 연설을 들어 보면 이 나라를 포기하려는 것 같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에서 아웃사이더 바람을 만든 두 주역인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 삶의 궤적 역시 상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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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샌더스 의원은 9일 뉴햄프셔주 경선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 도중 “아버지는 돈 한 푼 없이 미국에 온 폴란드 이민자였고 어머니는 꿈이 내 집을 갖는 것이었는데 이를 못 보고 돌아가셨다”고 했다.

같은 뉴욕 출신인 트럼프는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로부터 부동산 왕국을 물려받았다. 뉴욕 5번가 트럼프타워에 있는 시가 1억 달러(약 1200억원)짜리 펜트하우스가 그의 거처 중 하나다.

뉴욕데일리뉴스는 “이곳은 식기·가구들이 24K 금도금이 돼 있고, 바닥은 대리석으로 베르사이유 궁전을 연상케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흙수저 진보’인 샌더스와 ‘막말 금수저’ 트럼프의 메시지는 희한하게도 닮은 꼴이다.

트럼프는 8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유세에서 “고액 기부자, 특수이익 관여자, 로비스트들이 국민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이들은 흡혈귀(bloodsuckers)”라고 비난했다.

전날 CNN 인터뷰에서 “큰 손들이 워싱턴을 통제하고 있다”던 샌더스는 9일엔 “월가와 억만장자들의 선거 매수를 더는 계속하게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진 자의 정치를 비판하는데선 둘 다 같다. 그러면서 모두 ‘깨끗한 정치’를 내걸었다.

트럼프는 8일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나만이 내 돈을 쓰는 유일한 후보”라고 자랑했다. 샌더스는 유세장마다 “내 경쟁자(힐러리 클린턴)는 백만장자들로부터 거액 후원금을 받지만 난 수백만 명의 보통 사람들로부터 평균 27달러씩 모금했다”며 ‘27달러의 기적’을 자랑한다.

 대외 정책도 예상 외로 닮았다. “이라크전 결의안 때 힐러리 클린턴은 찬성했지만 나는 반대했다”는 게 샌더스의 단골 메뉴다.

트럼프 역시 이라크전 반대파로 “사담 후세인이 지금 이라크에 있었다면 세계가 더 안전했을 것이라는 게 100%”라고 주장한다.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놓고도 샌더스는 “우리가 전세계의 경찰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와 다르다. 그는 “시리아에 IS도 있고 아사드 (대통령)도 있는데 왜 둘이 싸우게 놔두지 않나. 우리는 (양쪽이 상처를 입은 후) 나머지를 챙기면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재앙적”이라는 단어를 똑같이 썼다. 샌더스는 “대기업과 대형 금융사만 돈을 번다”는 거고, 트럼프는 “못난 워싱턴이 협상을 잘못해 일자리를 뺏기게 됐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두 사람 지지층의 환호 역시 닮았다. 9일 트럼프 경선 승리 축하 행사장을 찾은 포틀랜드 사익스는 “트럼프는 (돈을 받지 않아) 빚을 진 게 없으니 국민을 위한 결정을 할 것”이라며 “그의 최고 덕목은 진실성(authenticity)”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아이오와주 대븐포트의 샌더스 유세장을 찾았던 캐서린 배스(24)는 “힐러리는 오염된 워싱턴 정치판에 머물면서 정책까지 오락가락했는데 버니는 진실하다(genuine)”고 했다.

 샌더스와 트럼프의 공통 분모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건강보험 사례가 대표적이다. 샌더스는 9일 “오바마 정부에서 건강보험이 진전됐지만 우리는 더 잘해야만 한다”며 ‘모든 이를 위한 메디케어’를 내걸었다. 이는 공적 보험(메디케어)을 전국민으로 확대한다는 취지다.

반면 트럼프는 “우리는 오바마케어(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안)를 폐기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런데 트럼프의 안 역시 “모든 사람을 (보험으로) 더 잘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단 공적 보험이 아닌 사보험 위주다.

샌더스는 오바마의 개혁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거고 트럼프는 오바마가 망쳤다는 건데 결론은 모두 전국민 보험이다. 그러니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에 만족하지 못한 이들은 오바마보다 더 진보적인 샌더스로 향하고, 반대로 오바마에 신물이 나면서도 삶에 지친 이들은 트럼프로 향한다.

샌더스와 트럼프는 올해 대선판에서 어느 한쪽이 버티면 다른 쪽도 오래 가는 상극의 공존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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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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