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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화살 궤도 이탈…동력 잃은 아베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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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2012년 12월26일. 일본 총리에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경제 대국 일본 부활의 선봉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끝장내겠다는 의지였다. 경제성장률 3%, 소비자물가 상승률 2%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아베 총리는 금융완화·재정확대·구조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을 쐈다. 아베노믹스가 닻을 올리는 순간이다.

 이 화살이 초기에는 어느 정도 과녁을 찾아 가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 들어 항로가 흔들리고 있다. 엔화 값은 상승세를 타 11일 달러당 111.39엔선에서 거래됐다.

닛케이 지수는 10일 1만6000선이 무너졌다. 주가와 환율 모두 일본은행이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 직후인 2014년 11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다이치생명 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가 출발점으로 되돌아갔다”며 “시장 여건이 나빠지는 걸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처지다.

 아베노믹스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14년 4월 소비세 인상 직후부터다. 일본 경제는 그때부터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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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빠진 시장에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가 이끄는 일본은행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2013년 4월 1차 양적완화에 이어 2014년 10월에는 연 80조 엔을 시장에 공급하는 2차 양적완화까지 단행했다. 약발은 미미했다.

 결국 구로다는 지난달 29일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들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이자를 받는 대신 보관료를 내야 한다. 시중은행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등을 떠밀었다.

 구로다의 ‘충격과 공포’ 전략은 초장부터 궤도를 이탈하는 모습이다. 시장이 구로다의 의도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서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돈이 시장에 풀리면 엔화 값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 값이 싸져야 수입 물가가 오르고 수출이 늘어난다.

그런데 엔화 값은 도리어 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엔화로 몰려든 탓이다.

 여기에다 센 펀치 한 방을 더 맞았다. 10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금리를 여러차례 올릴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달러로 몰려들던 투자자가 엔화로 방향을 틀 공산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화 강세가 일본의 성장 전략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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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노믹스가 전혀 효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엔화 값은 싸지면서 일본 수출 기업의 이익이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10~12월)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은 63조 엔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기업의 수익 증가가 ‘투자 확대→고용 증가→가계소득 증대→소비 증가’의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 있었다. 기업은 확실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돈을 내부에 쌓아 뒀다.

고용도 비정규직 중심으로 늘어났다. 2013~2014년 누적으로 정규직이 62만 명 감소했지만 비정규직은 149만 명이 증가했다. 당연히 가계 소득도 늘지 않고 소비 증가도 기대할 수 없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2년 말 516조엔 수준이던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015년에 551조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에상됐다. 아베 집권 이후 3년간(2013~2015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1.6% 성장하는데 그쳤다. 애초 목표치(3%)에 못 미친다.

 반면 2015년 국가 부채(1045조엔)는 2012년(997조엔)에 비해 48조엔 늘었다. 나라 살림을 35조 엔 늘리기 위해 48조 엔의 돈을 빌려서 쓴 것이다. WSJ은 “재정 확대는 빚이 늘면서 지속할 수 없었고 구조개혁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초라한 성적표에도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가 방향을 틀 조짐은 없다. 10일 아베 총리는 “구로다 총재를 신뢰하고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며 “아베노믹스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은 오판”이라고 말했다. 아베의 3개의 화살은 지금도 날아가는 중이다. 다만 과녁에 명중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철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아베노믹스는 경제 주체의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한국도 아베노믹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규제를 풀고,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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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김기환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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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