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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3㎎ 킬러’ 모기 … 작년 75만명 사망시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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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킬러다. 셀 수 없는 인간과 동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킬러. 내 이름은 모기(학명 Culicidae)다. 농담 같다고?

 지난 한 해 전 세계에서 75만5000명이 말라리아·뇌염·황열병·뎅기열 등으로 사망했어. 우리 종족 탓이지. 죽을 만큼 고통받았던 사람까지 세면 한 해 평균 7억 명이야.

 아프리카 얘기라고? 천만의 말씀. 지난해 한국에서 말라리아 감염자는 600여 명이야.

 우리의 살인엔 살의(殺意)가 없어. 변명 같이 들리겠지만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지. 종족 번식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2억 년 전부터 우리가 지구의 험난한 변화를 이겨내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속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그렇다고 우리 모두를 미워하지 마. 전부 위험한 건 아니니까.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우리 종족은 3150여 종이나 된다고. 한국엔 56종이 있지. 이 가운데 피를 빠는 것은 짝짓기를 한 암컷뿐이야. 원래 우리는 꽃의 꿀이나 과일즙을 먹고사는 초식성이야. 하지만 알이 잘 자라기 위해선 식물성으론 부족해.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해서 ‘흡혈 생활전선’에 나서는 거야.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말아줬으면 해.

 우린 ‘냄새 레이더’인 촉수로 사냥감을 찾지. 20m 밖에서도 동물이나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나 젖산을 느낄 수 있어. 시력은 1~2m 앞의 사물도 제대로 못 보는 ‘근시’지만 말이야.

 우리는 사람의 발이나 얼굴을 즐겨 물지. 발 냄새는 우리에겐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 같아. 그러니 우리가 싫거든 발 잘 씻어. 인간의 코와 입은 내비게이션이야. 숨 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따라가면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우리가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이 있어.

   우선 아이. 인간은 나이가 어릴수록 젖산·아미노산 등 대사분해물질이 활발하게 나와. 그 냄새가 우릴 유혹하지. 덩치가 큰 사람, 술을 마시거나 방금 운동을 마친 사람도 우리가 선호해.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아 찾기 쉬워서야.

   여성도 좋아해. 화장품이나 월경기 등에 나는 대사물은 우릴 더 자극해. 특히 임신 여성은 호흡량이 많고 체온이 높아서 좋아할 수밖에 없지(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체취 때문에 우리와 궁합이 잘 맞는 인간도 있다는군(영국 런던대 연구팀). 우리가 다른 혈액형보다 O형에 더 끌린다는 얘기(일본 시라이 요시카즈 박사)도 있어. 아직 그 이유는 모르더라. 왜 그런지는 알아서 판단해.

   내 사냥은 정교하고 치밀하지. 목표물을 찾아 피부에 앉기만 하면 끝이야. 사람들은 내가 앉았는지 알아채기가 힘들어. 왜냐면 내 몸무게는 3㎎에 불과하거든. 앉는 즉시 침돌기의 작은 관을 통해 지방 성분을 녹이는 타액을 뱉는 거야. 그러면 살갗이 부드러워지지. 이때 예리한 침을 꽂아 넣어 피를 빨아. 사람들은 나한테 물리는 순간 아픔을 느끼지 못해. 내 침은 피부를 뚫을 때 신경을 건드리지 않을 정도로 얇아서야. 타액엔 항응고제 성분도 있어. 피가 굳지 않고 잘 흘러나오게 하는 역할을 하지. 사람에겐 이때가 치명적이야. 말라리아 원충이나 뇌염 바이러스가 타액에 섞여 인간의 몸속에 들어가니까. 내가 사냥을 마치고 떠난 뒤 갑자기 가려운 까닭은 타액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때문이야.

 여기서 잠깐. 충고하나 할까. 가끔 내가 사냥에 몰두할 때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 그러곤 침을 꽂은 부위에 힘을 줘 날 잡아둔 다음 손바닥으로 쳐 터트리고 나서 손에 묻은 자기 피를 보며 기뻐하지. 바보 같은 짓이야. 내 몸에 묻은 바이러스가 상처에 침투할 수도 있어.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거든. 아니면 내 침이 피부 안에 박혀 2차 감염 위험도 생기지. 차라리 물리고 있는 부위를 흔들어서 날 그냥 보내는 게 나을 거야. 물린 자국에 손톱으로 십자가를 그리거나 침을 바르는 인간도 있어. 그것도 위험해. 손톱과 침 안에 있는 세균이 상처를 통해 몸속에 들어가 봉와직염이란 세균성 질환에 감염될 수 있거든. 간지러워 못 참겠으면 흐르는 물에 씻고 얼음 찜질을 하는 게 부기와 간지러움을 잡는 방법이야.

 다들 조심해. 나와 내 친구들이 올여름을 기대하고 있으니까. 이번 시즌의 한국은 말이야, 우리 모기들의 천국이 될 거야. 높은 기온과 적당한 강우량 덕택이야. 우리는 더운 날씨가 쾌적해. 그래야만 더 활발히 움직일 수 있어 성장과 번식 속도가 빨라지지. 그래서 지구온난화는 축복이야.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니까.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더 마음에 들어. 여름이 점점 길어진다잖아. 올해 강우량도 생큐야. 원래 장맛비가 우리 알이나 유충을 다 떠내려 보내거든. 근데 올여름엔 아직 큰비가 없었어. 그래서 예전처럼 내 새끼들과 헤어지지 않아도 됐어. 올해는 2주나 빨리 전국에 일본 뇌염 주의보가 내려졌잖아. 현재 내 컨디션은 100% 최고야. 다들 각오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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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시 환경에도 기가 막히게 적응했지. 대형건물이 늘면서 난방 공간이 확대됐어. 전반적인 도심 온도 상승은 우리 활동 시기를 늘려주고 있거든. 겨울에도 우릴 볼 수밖에 없게 됐지. 정화조도 안성맞춤이야. 영양물질이 많고 천적이 없으니 유충의 좋은 서식처지.

 우리와 인간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야. 나타난 지 고작 200만 년 된 인간이 우리를 쉽게 이길 수 있을까. 우리 생명력은 상상 그 이상이야. 머릿수가 많아. 암컷 한 마리가 최대 700개의 알을 낳지. 지구상에 매일 우리 종족 수십억 마리가 탄생하고 있다고.

   머릿수에서 밀리니 화학무기까지 동원하더군. DDT였던가. 우린 금방 적응했지. 1950년대 DDT에 저항력을 가진 돌연변이가 등장했으니까. 인간의 무기가 진화한다지만 우린 화학약품에 강하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저항성이 발달하니까. 하다 하다 안 되니까 요즘엔 우리 유전자조작(GM)도 하던데. 유전자를 조작한 수컷 모기를 풀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으면 유충 단계에서 죽는 방식이라나. 효과는 있는 것 같지만 유전자조작은 생태계를 교란하지. 우리는 인간에게 쓸모가 없지만 박쥐나 새의 먹이가 되어주기도 하니까. 어디까지 가나 지켜보겠어.

 이쯤 해서 영업비밀 하나 알려줄까. 집에 방충망이나 잘 점검해. 우린 2㎜ 구멍만 있어도 비집고 들어가니까. 출입문에 붙어 있다 따라 들어가니 문에 미리 살충제도 좀 뿌려놓고. 집 안 화분 물받이도 산란 장소니까 잘 점검해. 주변에 우리 종족이 많다면 하수구나 정화조를 살펴봐. 밖에선 우릴 쫓는다고 팔을 휘젓지도 마. 냄새를 증가시켜 더 흥분되니까. 훈수는 여기까지야. 나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문단속이나 잘하라고, 오늘 밤 당신을 찾아갈지도 모르니. 애앵~.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순): 신이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질병매개곤충과 보건연구관,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
 

1881년 파나마운하 건설 노동자 1200명 말라리아로 숨져 공사 중단 

20년 뒤 재개 인류는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뒤부터 모기와 끊임없이 전쟁을 벌여 왔다. 말라리아 전문가인 앤드루 스필먼 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모기를 “우리의 가장 집요하고 치명적인 적”이라고 불렀다.

 모기는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 위대한 지도자들이 모기 앞에서 맥없이 쓰러졌다. 이집트에서 발견된 파라오의 미라들을 해부한 결과 일부는 말라리아 때문에 비장이 부풀어 있었다. 알렉산더 대왕도 기원전 323년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로마인들은 팔라티노 언덕에 열병의 신을 기리는 신전을 세우고 여름마다 발생하는 치명적 질병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모기 때문에 파나마 운하의 물길이 막힐 뻔했다. 처음엔 프랑스가 1881년 공사를 시작했다. 건설 노동자 대부분은 개방형 오두막에 거주했다. 모기가 전염병의 매개라는 사실을 몰라 방충망을 설치하지 않고 지냈다. 결국 모기에게 뜯겨 말라리아로 1200여 명의 건설 노동자가 죽었다. 1884년 공사가 중단됐다. 1904년 미국이 공사를 재개해 14년 운하가 개통됐다. 미국은 모기 퇴치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세기 들어 DDT나 바르는 모기약의 주성분인 DEET와 같은 화학약품이 개발돼 인간이 승기를 잡은 듯 보였다. 그러나 환경 파괴(DDT), 뇌 중독(DEET)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용을 안 하는 추세다.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자 자리는 여전히 모기가 지키고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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