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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에 떡국 전하는 ‘포장마차 여승(女僧)’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점심 시간, ‘피맛골’로 알려진 서울 인사동의 골목길 한켠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담벼락 대신 자리잡은 공사장 철판 칸막이엔 여기저기 갈색 녹이 슬어 있었고, 광고 전단지를 수도 없이 붙였다 뗀 자국이 덕지덕지 남아있었다. ‘종로 포차’라고 적힌 노란 간판만이 이곳이 식당임을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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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에서 독거노인, 노숙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떡국 나눔 행사’를 하는 전해윤(61)씨.

“어서오세요. 혼자서 넉넉히 앉으셔도 되고 다같이 오손도손 앉으셔도 됩니다”

전혜윤(61ㆍ사진)씨가 특별한 ‘손님’들을 맞았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부터, 군데군데 해진 낡은 배낭을 메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노숙인까지. 20여명의 각양각색 손님들이 이동식 천막으로 들어섰다. 천막 안엔 파란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었다. 중절모를 벗고 자리에 앉은 할아버지 손님의 안경에 하얀 김이 서렸다. 전씨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모락모락 김이 나는 떡국 그릇을 테이블 위로 분주하게 날랐다.

이곳은 전씨가 지난 2011년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포차다. 전씨는 이곳에서 매년 설 연휴 즈음 하루를 잡아 노숙자나 독거 노인 같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공짜 떡국’을 대접하고 있다. 올해가 다섯번 째다. 하루 600여명이 넘는 손님들이 떡국을 먹으려 몰릴 정도로 이 지역에선 명소가 됐다.

전씨는 “떡국 나눔을 시작한 건 할아버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북 양양군의 시골마을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자랐어요. 사탕이나 과자 같은 걸 구해오면 품 속에 넣고 있다가 저부터 챙겨주실 정도로 자상한 분이셨죠. 그런데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할아버지가 제 얼굴을 알아보시지 못하는 거에요. 치매에 걸리신 거죠.”

어린 전씨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정성껏 돌봤다. 대ㆍ소변을 직접 받아냈고, 추운 겨울에도 냇가에서 할아버지의 옷가지나 속옷을 빨았다. 할아버지는 전씨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세상을 떠났다.

“그때 이후 할아버지 처럼 아픈 노인들을 돕는 양로원을 운영하자고 다짐했는데, 시간이 흘러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꿈을 접었어요. 대신 어르신과 노숙인에게 따뜻한 떡국 한그릇이라도 대접해드리자. 그래서 나눔을 시작한 거죠. 혼자 외롭게 떡국을 후후 불어가며 드시는 노인들을 보면, 어릴 적 할아버지 생각이 나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많습니다.”

말을 마친 전씨가 분주해졌다. 천막 구석에 마련된 주방에 손님들이 먹고 간 빈 떡국 그릇들이 높이 쌓였다. “사장님 덕분에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먼저 온 손님이 떠난 자리는 새 손님이 채웠다. 이날 오후 1시까지 나간 떡국만 400그릇에 달한다.

떡국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일어선 최모(77)씨가 천막 한 가운데 자리잡은 가스 난로 앞에서 손을 녹였다. “아내와 사별하고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지도 벌써 30년 가까이 됐어요. 명절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이 좁은 고시원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곤 했지요. 설에 떡국을 먹어본 기억도 희미한데…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전씨는 포차 주인이자 ‘승려’이기도 하다. 법명은 ‘우정(牛禎·소 처럼 일해서 사람들과 복을 나누라는 뜻)’. 가게에선 가발을 쓴다. 지난 1992년부터 20여년 간 태고종계의 작은 사찰의 주지를 맡기도 했다. ”불교에 ‘탁발’이라는 게 있어요. 승려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동냥하며 하는 수행을 말하는 거죠. 저에겐 떡국을 먹는 손님 한분 한분이 모두 탁발승과 같아요.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몸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나눔을 이어갈 겁니다.

글ㆍ사진=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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