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매거진M] 이지란 장군의 야성적 외모? 울버린에서 따왔다

TV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SBS, 이하 ‘육룡이’)는 방영 초반인 지난가을부터 주목받기 시작해 같은 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2011, SBS) 등을 집필한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필력에 배우들의 호연이 보태진 덕이다.

천호진·박혁권 등 베테랑 연기자부터 유아인·신세경·변요한 등 젊은 스타들까지 포진해 있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다. 이성계(천호진)의 오른팔, 이지란 장군 역을 맡은 박해수(35)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대체 저 배우가 누구냐’는 관심이 쏟아졌고, 이제는 ‘지란 성니메(형님이라는 뜻의 함경도 방언)’라는 별칭을 얻어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TV에선 낯선 얼굴이지만 대학로에서는 이미 팬층이 두터운 그를 만났다. 인터뷰에서 박해수는 자신의 표현 하나하나에 신중했고, 칭찬에는 수줍음을 감추지 못했다.

 
기사 이미지

육룡이 나르샤 [사진출처: SBS `육룡이 나르샤` 스틸컷]

-이지란 장군에 대한 반응이 호평 일색이다.  “감사하다. 역할을 잘 맡은 것 같다. 일단 가족들이 무척 좋아한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신경수 감독님을 처음 만난 건 TV 드라마 ‘쓰리 데이즈’(2014, SBS) 오디션 때였다. 그 작품은 함께하지 못했는데, 신 감독님이 내가 연극 ‘유도소년’을 공연할 때 보러 오셨다. 그때 제안받았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이지란 장군의 첫인상이 어땠나. “북방 민족인 여진족 출신이다 보니 순수하면서도 거친 면이 있었다. 공부하면서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는 걸 더 알게 됐다. 이지란이 강인한 남자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이성계 장군과 뜻을 함께하는 동지라는 것이다. 단순한 무장이 아니라.”

-수염과 흉터 등 분장에도 그런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 것 같다. “신 감독님, 분장 스태프와 함께 고민했다. 컨셉트는 영화 ‘엑스맨’ 시리즈(2000~)의 캐릭터 울버린(휴 잭맨)에서 따왔다. 하하. 초반에는 굉장히 야성적으로 꾸몄는데, 너무 과한 것 같아 톤을 조금 낮췄다.”

-조선 초기 관련 서적을 찾아봤더니 이지란 장군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이 있더라. 이방원이 정몽주를 죽여달라고 처음 부탁한 인물이 이지란 장군인데, 그는 ‘(이성계) 형님의 뜻이 아니다’라며 단칼에 거절한다. 정말 의리의 사나이다. “맞다. 이 캐릭터를 준비하며 여러 기록을 찾아봤는데 그런 면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성계 장군보다 네 살이나 많은데도 그의 뜻을 존경하고 묵묵히 따르는 인물이다. ‘육룡이’는 팩션이라 이성계 장군보다 어린 나이로 나오지만, 그런 면을 표현하려 애썼다.”

-무협영화를 떠올리게 할 만한 액션 장면도 많은데. “촬영 초반에 모든 배우가 액션 스쿨에 가서 승마와 액션을 배웠다. TV 드라마는 ‘무신’(2012, MBC) 이후 두 번째 출연인데, 이번에 승마를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스턴트 배우들이 훨씬 더 고생한다.”

그의 치열한 준비 덕에 이지란 장군은 무사들이 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단연 빛을 발한다. 특히 회자된 것은, 이성계 장군이 조민수(최종환)의 음모에 걸려들어 공격받을 때 이지란 장군이 야수처럼 덤벼 주군을 지켜낸 장면이다. 필요한 순간에 강렬한 기운으로 제 몫 이상을 해내는 이지란 장군은, 학교(단국대 연극영화과)와 대학로 무대에서 10년 넘게 자신을 갈고 닦은 박해수와도 닮아 있다. 2008년 뮤지컬 ‘사춘기’로 데뷔한 이래 쉬지 않고 달려온 그는, 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분해 무대를 장악해 왔다.

-대학로에서 흥행한다 싶은 작품에는 모두 이름을 올린 것 같다. 최근에만 ‘프랑켄슈타인’ ‘맨 프럼 어스’ ‘유도소년’을 연이어 했는데. “프랑켄슈타인 역은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맨 프럼 어스’에서는 1만4000년을 살아 온 인물을 연기했는데, 지인들이 ‘박해수의 새로운 면모를 봤다’며 칭찬해준 작품이기도 했다.”

-그 두 작품에서 보통 사람들과 다른 인물을 연기했다면, ‘유도소년’에서는 어디서나 볼 법한 사춘기 소년 경찬을 연기했다. “배우들이 직접 유도를 배워서 한 작품이다. 객석에 파스 냄새가 진동했다. 하하. 경찬은 내게 없는 면을 지닌 캐릭터였기에 욕심 났다. 솔직히 나는 남들을 웃기는 재능이 없다. 경찬은 반대다. 클래식한 작품에서 선 굵은 캐릭터를 주로 맡아 온 내게 가장 어려운 작품이기도 했다. 많이 배웠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하기 싫은 것, 못할 것 같은 역을 하려고 한다. 겁나기 때문에 도전해 봐야 하는 작품들. 반면 유행을 따라가는 작품은 경계하는 편이다. 이걸 판단하는 게 좀 어렵기는 하지만 늘 진지하게 고민한다. 드라마나 영화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일단 기회가 닿는 대로 해 보려 한다.”
 
기사 이미지

배우 박해수 [사진출처:정경애(STUDIO 706)]

-그렇게 하면 좀 힘들 것 같은데. “맞다. 하지만 편하면 안 될 것 같다. 어렵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 작품은 힘들지만 재미도 엄청나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다 보면 생명력이 짧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길에 들어선 계기는. “옛날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데리고 간 카바레에서 본 공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잘 모르겠다. 그냥 마음속에서 이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왜 연기를 하고 있지?’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인지한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무대에 서 있었다.”


-언제 처음으로 무대에 섰나. “고등학교 연극부에서였다. 그 무대에서 느낀 짜릿함이 시작이었다. 아버지가 많이 반대하셨지만 결국 대학도 원하는 곳에 들어가 마음껏 공부했다. 연극영화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한 것 같다. 배우, 스태프, 연출 등등. 졸업하고 현장에서 바로 뛸 수 있는 배우가 되려면 대본도 많이 보고 작품을 무지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아리를 만들어 한 달에 한 개씩 공연을 올렸다. 관객도 없이 교수님만 모셔두고. 정말 열심히 했다.”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은. “사실 연극 배우들은 작품을 겹쳐서 하지 않는 한,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다. 그러니 인기나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내게 와준다면 감사하겠지. 하지만 그게 목표였다면 쉽게 포기했을 거다. 나는 크리스천이고, 언젠가 문화 분야에서 선교를 하고 싶은 꿈이 있다. 문화가, 예술이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걸 크게 깨달은 일이 있었다.”

-그게 뭔가. “어느 날 ‘유도소년’ 공연을 끝내고 나가려는데 한 관객이 울면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몇 년 전 내가 출연한 뮤지컬 ‘사춘기’를 봤는데, 그때 그 공연이 아니었으면 자기가 죽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이번에도 힘든 일이 있어 내 공연을 보러 왔고, 또 한 번 감명 받았다면서. 한 명에게라도 이렇게 힘을 줄 수 있다면, 좋은 삶이겠다 싶다.”

임주리 기자 정경애 사진기자 ohmaju@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