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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지난해 한국 영화계에서는 20대 청춘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얼마 전 종영한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 덕분에 활기찬 에너지로 똘똘 뭉친 20대 배우들의 무궁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분석해 봤다. 이름하야 ‘magazine M 기자들이 뽑은 영화계를 이끌 20대 배우들’. 1988년 이후에 태어났고, 주연으로 출연한 장편 상업영화가 두 편 이하지만 잠재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배우 열 명을 선정하여 여기서는 그 중 네 명을 소개한다. 더불어 이들이 최적화된 장르부터 연기의 정수를 확인한 장면까지 파헤쳤다. 사심 담은 제언도 조심스레 덧붙이면서. 이것은 기자들이 보증하는 배우 추천서다.  ※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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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도경수 [사진=전소윤(STUDIO 706)]

도경수
터질 것 같은 감수성
1993. 1. 12
출연작 영화 ‘순정’(2월 24일 개봉, 이은희 감독) ‘카트’(2014, 부지영 감독)  
TV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 SBS)
#소년의얼굴 #복잡한내면연기전문 #내귀에캔디같은목소리 #당신의한계는어디쯤에

도경수는 깊고 강렬한 눈빛으로 말하는 배우다.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로 무대 위에서 소년성과 남성성이 뒤섞인 매력을 뽐낼 때도, 아이돌의 화려한 옷을 벗고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눈빛만으로 적어도 대여섯 가지의 감정을 한 번에 담아낼 줄 안다. 연기를 배운 적 없는 그가 ‘카트’에서 파업 노동자인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내심 걱정하는 사춘기 소년 태영을 뭉클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다. 덕분에 우리는 힘 빠진 걸음걸이, 젓가락질만으로도 고된 일상에 인이 박힌 태영의 삶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도경수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소설가 장재열(조인성)의 분열된 자아, 즉 재열이 상처 투성이의 과거를 잊으려 스스로 만든 망상 속 인물 강우 역을 열연했다. 강우가 재열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가 금세 눈물을 터뜨릴 때, 도경수의 터질 듯한 예민한 감수성은 폭발했다. 자칫 우스워 보일 수 있을 강우를 가슴 먹먹하게 그려낸 솜씨에 대중과 평단은 “폭풍의 핵”(허지웅 영화칼럼니스트)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작 ‘순정’에선 “멜로에 딱 맞는 중저음의 목소리”(이은희 감독)로 첫사랑을 느끼는 순수한 열일곱 살 소년을 빚어냈다.

이제 도경수에게 기대하는 건 소년이 아닌 청년의 모습일 테다.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을 그만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연기한다면 대중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또 드라마 ‘너를 기억해’(2015, KBS2)에서 맡았던 살인마 이준영보다 더 지독한 악역을 맡는다면 연기의 범주가 훨씬 더 넓어질 듯. 해사하고 밝은 모습과 어둡고 서늘한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에게 더 입체적이고 복잡한 연기를 맡겨보면 어떨까.

<내 마음속으로 쑥 들어온 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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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억해 [사진=KBS2 `너를 기억해` 캡처]

‘너를 기억해’(사진)에서 이준영은 자신의 프로파일링을 맡은 범죄 심리학자 이중민(전광렬)을 그의 아들 얘기로 자극한다. 결국 폭발한 중문은 주먹을 휘두르고, 준영은 웃는 얼굴로 맞는다. 도경수의 사이코패스 연기가 극에 달했던 장면. 도경수는 온도를 알 수 없는 말투와 옅은 미소, 희번덕거리는 눈빛으로 단단히 뒤틀린 사이코패스를 그려냈다. 카메오 출연으로 분량은 적었지만, 극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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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승 [사진=전소윤(STUDIO 706)]

이주승
흔들리는 청춘의 초상
1989. 7. 20
출연작
 영화 ‘소셜포비아’(2015, 홍석재 감독) ‘셔틀콕’(2014, 이유빈 감독)
                  ‘방황하는 칼날’(2014, 이정호 감독) 
TV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2015, tvN) 웹 드라마 ‘썸남썸녀’
#특기_주로감독을홀림 #꿀내레이션_MBC다큐_행복찾아3만리 #우주최강동안아기피부
#어엿한군필

이주승을 먼저 알아 본 이들은 주로 감독이었다. 데뷔작 ‘청계천의 개’(2008, 김경묵 감독)로 얼굴을 알린 그는 ‘장례식의 멤버’(2009, 백승빈 감독)에서 예사롭지 않은 역할로 주목 받았다. 가족에 관한 소설을 쓴 뒤 자살을 결심한 주인공 소년 희준이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주승의 묘한 눈빛에서 가능성을 읽어낸 독립 영화계에서 그를 놓칠 리 만무했다. 민용근 감독은 이주승에게 옴니버스 영화 ‘원 나잇 스탠드’(2010)의 ‘열병’에서 좋아하는 소녀에 집착하는 소년 역을 맡겼다. 소년의 불안과 강박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한 이주승에게 반한 사람이 또 있었으니, 허진호 감독이다. 그는 ‘열병’을 보고 연극 ‘낮잠’(2010)의 짝사랑 소년 역에 그를 낙점했다.

이주승은 유독 영화 속에서 뚱한 표정으로 기억된다. 불만 가득한 얼굴로 무리에서 한 발짝 떨어져 삐딱한 눈빛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그 이미지가 극대화된 영화가 ‘셔틀콕’과 ‘소셜포비아’ 그리고 ‘방황하는 칼날’이다. 이주승은 ‘셔틀콕’에서 부모님의 사망 보험금을 갖고 도망간 의붓 누나(공예지)를 찾아 나선 민재 역을 맡았다. 세상에 내던져진 민재의 혼란스러운 심경은 그의 날선 목소리와 거친 욕설에 실려 날 것 그대로 전달됐다. 민재가 그대로 자랐다면 ‘소셜포비아’의 용민처럼 됐을까. 악성 댓글로 많은 사람의 분노를 산 ‘레나’의 죽음에서 시작된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용민이 있다. 유독 열성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용민의 과거가 밝혀졌을 때, 그의 얼굴에 드러난 극도의 당혹감과 절망은 이 시대의 청춘의 불안 그 자체였다. 바람이 있다면 그 눈빛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영화 속에서 어른이 된 그를 다시 만난다면 부조리하고 한심한 어른들을 꾸짖는 변호사나 검사였으면 좋겠다. 물론 삐딱한 눈빛과 뚱한 표정 그대로 말이다.

<내 마음속으로 쑥 들어온 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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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사진=`방황하는 칼날` 스틸]
‘방황하는 칼날’에서 이주승은 여중생을 강간하고 살해한 끔찍한 범인 조두식 역을 맡았다. 살인자를 찾아 나선 이상현(정재영)이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그를 수상히 여겨 이름을 물어보자 두식은 태연하게 “민기요”라고 말한다. 악마의 얼굴이 있다면 그런 모습일까. 일말의 죄의식조차 없는 그 표정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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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민지 [사진=tvN `응답하라 1988` 캡쳐]

이민지
무표정만으로 긴장감을 빚다
1988. 11. 1
출연작 
영화 ‘현기증’(2015, 이돈구 감독) 단편 ‘세이프’(2013, 문병곤 감독)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선암여고 탐정단’(2014~2015, JTBC)
#울트라파워동안 #실제로청소년은아닙니다만 #못생김연기가능 #평범함속비범함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말간 얼굴. 이는 이민지가 데뷔 후 줄곧 청소년 연기를 도맡았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다. 독립 단편 ‘이십일세기 십구세’(2009, 최아름 감독)를 시작으로 이민지는 ‘애드벌룬’(2011, 이우정 감독) ‘현기증’ 등 여러 편의 영화에서 청소년을 연기했다. 잇따라 출연한 두 편의 TV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연내 개봉 예정인 차기작 ‘뉴월드’(조현훈 감독) 역시 방황하는 사춘기 중학생 역할이다.

생김새보다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민지가 연기한 청소년들은 평범함의 범주 안에 있기보다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조금씩 뒤틀린 구석이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개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외양으로도 순간순간 인물의 예민한 기질을 드러낼 줄 아는 이민지의 연기는 복잡한 10대의 속내를 표현하기에 제격이었던 셈이다.

무표정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긴장을 만들어내는 연기는 그간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 안에서 빛을 발했다. 기이한 일을 겪는 임산부의 여정을 그린 ‘짐승의 끝’(2011, 조성희 감독), 불법 게임장 환전소에서 일하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내리는 여자의 이야기인 단편 ‘세이프’는 평범함과 예민함이 부딪치는 이민지 본연의 캐릭터가 전체 톤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영화 속에서 이민지는 스릴러 장르의 히로인이 되기에 자질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팬들로부터 ‘못생김을 연기한다’는 평을 들었던 ‘응팔’의 장미옥처럼 밝고 귀여운 여고생도 좋지만, 이민지에게는 어쩔 수 없이 외모와는 상반되는 비범한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실제 성격은 매우 무뚝뚝한 편이라는 그의 바람은 “언젠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에단 코엔·조엘 코엔 감독)의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같은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한때 체대 진학을 고민했을 정도로 수준급 수영 실력 역시 갖췄다. 뛰어난 운동 신경을 활용할 수 있는 액션 장르도 추천하고 싶다.

<내 마음속으로 쑥 들어온 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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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끝 [사진=`짐승의 끝` 스틸]

‘짐승의 끝’(사진)의 순영은 엄청난 폭력에 노출된 여자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홀로 아이를 낳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던 길에서 만난 ‘절대자’ 야구모자(박해일)와 짐승 같은 남자들은 순영을 고난으로 몰아넣는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차디찬 논바닥에서 아이를 낳고, 터무니없이 평범한 소원을 중얼거리는 순영. 체념과 약간의 기대 그리고 거대한 두려움이 복잡하게 내려앉은 순영의 얼굴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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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슬기 [사진=황진용]

김슬기
오 나의 4차원 매력
1991. 10. 10
출연작
 영화 ‘국제시장’(2014, 윤제균 감독)
TV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 tvN), ‘연애의 발견’(2014, KBS2) 웹 드라마 ‘퐁당퐁당 LOVE’
#이제욕말고연기잘해요 #게다가엄청예뻐졌다고 #숨겨진로맨스강자
#사랑스러움이폭발한다

이렇게 귀여운 똘끼를 발산하는 여배우라니. 김슬기의 첫인상은 그랬다. 2011년 ‘SNL 코리아’가 첫선을 보였을 때 프로그램의 히로인은 단연 김슬기였다. 큰 인기를 끌었던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또 역을 맡아 육두문자를 시원하게 쏟아내 ‘국민 욕동생’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큰 눈을 굴리며 소리 지를 때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사랑스럽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그는 “실제론 욕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모두 탄탄한 연기력과 예능감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한동안 김슬기는 또의 이미지를 십분 살린 ‘4차원 소녀’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단만극 ‘드라마 페스티벌-원녀일기’(2014, MBC)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고함을 지르며 그네를 타는 노처녀 콩쥐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김슬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연기 포텐’이 터진 작품은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억울하게 죽어 원혼이 된 순애 역을 맡으며 본래의 똘끼 충만한 이미지를 토대로 몰입도 높은 감정 연기를 마음껏 뽐냈다. 극 초반에 남자만 보면 정신을 놓고 들이대던 우악스러운 처녀 귀신을 맛깔나게 그려낸 것은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슬픈 사연을 지닌 순애의 내면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조선시대로 간 여고생과 세종대왕의 로맨스를 다룬 웹드라마 ‘퐁당퐁당 LOVE’에서는 달콤한 로맨스까지 완벽히 소화했다.

서울예대 뮤지컬과에서 춤과 노래 실력까지 갈고 닦은 김슬기는 보여줄 게 아직 많다. ‘맘마 미아!’(2008, 필리다 로이드 감독) 같은 뮤지컬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다면 아만다 사이프리드처럼 사이다 같은 청량한 매력을 뽐내지 않을까. ‘일밤-복면가왕’(MBC)에 출연해 시청자를 사로잡은, 속이 뻥 뚫리는 목소리를 스크린에서 만난다면 귀호강까지 할 듯.

<내 마음속으로 쑥 들어온 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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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귀신님 [사진=중앙포토]
‘오 나의 귀신님’(사진)에서 순애는 봉선(박보영)의 몸을 빌려 처녀 귀신의 한을 풀려고 한다. 목표는 봉선이 일하는 레스토랑의 강선우(조정석) 셰프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 하지만 강 셰프에게 진짜 사랑을 느껴버린 순애는 코앞으로 다가온 그와의 여행이 달갑지 않다. 친한 무당을 찾아가 “나 그 사람이 너무 좋아, 살아 있을 땐 왜 한 번도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까”라며 오열하는 순간, 속절없이 무너지는 마음에 함께 울었다.

김나현 지용진 이은선 기자 respiro@joongang.co.kr windbreak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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