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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 미국경제 불황에 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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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 둔화와 저유가로 글로벌 경제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경제의 상대적인 호조가 그나마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미국경제마저 연내 불황에 접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뉴욕타임스의 경제전문기자 닐 어윈은 최근 칼럼에서 “현재 신흥국의 경제 둔화는 보통 둔화가 아니라 자본이 유입되면서 채무는 늘어나는 15년 주기의 끝에 와 있는 것”이라며 “여느 때 같으면 큰 문제가 아닐 일이 미국경제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칼럼 전문.

요즘 미국의 신문 헤드라인과 증권사 보고서들을 보면 미국경제가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내용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최근까지 나는 그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경제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해도 어떻게 중국이나 브라질 같은 나라의 경제 문제가 저유가 추세와 맞물려 세계 최강인 미국경제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좀더 생각해 보고 비관적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왜 미국경제가 올 연말에 이르러선 지금보다 상당히 안 좋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건지 알게 됐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지금 신흥국의 경제 둔화는 보통 둔화가 아니라 자본이 신흥국으로 꾸준히 흘러들면서 신흥국 채무는 계속 늘어나는 15년 주기(cycle)의 끝이라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런 상황을 가리켜 “누가 나체로 수영하고 있었는지는 썰물 때가 돼야 알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해 자본이 신흥국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비로소 2000년 이후 아시아ㆍ아프리카ㆍ동유럽ㆍ남미 등지의 경제성장 가운데 얼마만큼이 신용 거품(credit bubble)에 의존한 것이고, 얼마만큼이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초(超)저유가는 원인이자 결과다. 중동은 물론 러시아ㆍ브라질ㆍ멕시코ㆍ나이지리아 등 산유국에게 저유가는 기업의 매출 저하를 의미한다. 또 신흥국의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악순환이 초래되는 것이다.

악순환은 그것만이 아니다. 신흥국 경제가 악화되면 화폐가치가 미국 달러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면 원래 신흥국 수출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채무위기를 악화시킬 뿐이다. 중국 위안화, 인도네시아 루피아, 브라질 헤알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그 나라 기업들이 채무를 상환하는 게 더 어렵게 된다. 이러면 신흥국 경제는 더 악화된다.

사실 미국의 신흥국 수출 비중은 적은 편이어서 이 나라들이 다 망해도 미국 성장률에 영향을 줄까말까 하다.

또 미국의 에너지산업이 지난해 크게 성장했지만 작년 12월 현재 석유ㆍ가스 추출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73만 명에 불과했다. 미국의 노동인구는 1억4300만 명이다.

그러니까 보통 때라면 신흥국 경제 동요와 저유가, 달러 강세는 미국경제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지만 1999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탄탄했다.

2016년 올해 미국경제에 불황이 찾아온다면 그 때와는 두 가지의 핵심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과 여타 선진국의 경제 상황은 1990년대 후반에 훨씬 견고했다. 미국경제는 1996~1998년 연평균 4.3%로 성장했다. 반면 2013~2015년엔 그것의 절반, 즉 2.1%였다. 1990년대 후반에 비해 작은 경제적 충격으로도 미국경제가 불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성장을 저해하는 심리적인 영향이 있다. 소비자들이 저유가로 인한 잉여 소득을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는 것도 바로 이런 심리적 영향 때문일 것이다.

1990년대 후반의 미국 소비자들은 훨씬 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저유가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투자 확대를 고려하는 기업의 수장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둘째, 연방준비제도(Fed)가 1990년대 후반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다.

Fed는 1998년에 그 역할을 할 훨씬 더 좋은 상황에 있었고 의지도 있었다. 1998년 9월부터 11월 사이 Fed는 기준금리를 4.75%까지 0.75% 인하했다. 그 해 여름의 금융시장 변동성이 미국의 경제성장을 가로막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Fed에게 그런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기준금리가 0.25~0.5%인 상황에서 1998년처럼 금리를 낮춘다면 마이너스 금리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에선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Fed가 마이너스 금리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이 잘못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일부 Fed 관계자들은 Fed가 금융시장만 살리고 실물경제엔 긍정적인 영향이 없는 액션을 너무 쉽게 취한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정리하면 2016년 미국경제 불황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신흥국과 상품(원유) 시장의 동요가 근근히 버텨가는 미국경제에 실제적ㆍ심리적인 충격을 준다.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이런 충격을 제어할 마땅한 도구나 의지가 없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작은 충격에 불과해야 할 문제가 미국 경제성장을 멈추게 한다.

여기에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2001년 9ㆍ11 테러는 IT 버블로 약화된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같은 사건이 1999년에 일어났다면 불황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독자 여러분의 추측이나 나의 예측이나 똑같은 확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2016년 미국경제처럼 경제가 취약할 때 미국을 불황으로 몰아넣는 건 호황일 때보다 훨씬 쉬운 법이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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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