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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시장과 소통 실패가 위안화 널뛰기 키워


“참 서툴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의 말이다.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과 소통에 너무 서툴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 정부는 주가 폭락으로 인한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 초 서킷 브레이커(임시 거래중단 조치)를 도입했다. 주가가 5% 떨어지면 잠시 휴식을, 7% 이상 떨어지면 그날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였다. 하지만 투자자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역효과가 벌어졌고 결국 중국 당국은 서킷 브레이커를 잠정 중단했다. 사공 이사장은 “의도는 좋았지만 시장은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 전에 팔고 떠나야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였다”며 “그 바람에 주가 추락이 더욱 가팔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소통 실패는 ‘소로스 때리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달 26일자 해외판 1면 사설에서 “조지 소로스가 중국에 전쟁을 선포했다”며 “위안화와 홍콩달러 하락에 베팅한 그의 시도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위안화는 공격받고 있었다. 미국 달러 대비 위안화 값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6%가량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말부터 여러 헤지펀드가 위안화 값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며 “위안화 가치가 20~50%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


인민은행, 오후 3시면 홍콩서 달러 매도중국 정부는 위안화 하락에 베팅한 투기세력의 선봉에 소로스가 있다고 여겼다. 터무니없는 억측은 아니다. 소로스의 발언이 의심을 살 만했다. 소로스는 지난달 21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착륙은 사실상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시아 통화 하락에 베팅했다”고 밝혔다. 위안화와 홍콩달러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지만 중국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소로스가 환투기 세력의 용의선상 첫 줄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의 화려한 전적 탓이다. 메이저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소로스는 1992년 파운드화에 대한 공매도 공격으로 한 달 만에 15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환차익을 얻었다. 97년에는 태국 바트화 등을 공격해 아시아 외환위기를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은 소로스를 지목했지만 투기꾼은 소로스만이 아니다. 헤지펀드 무리가 일제히 위안화를 향해 덤벼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가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의 결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치 늑대 무리가 먹잇감을 포위해 공격하는 양상(울프 팩)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월가의 큰손인 카일 배스다. 배스가 이끄는 헤이먼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주식과 채권·원자재 등을 모두 팔아 치우고 조달한 자금의 85%가량을 위안화와 홍콩달러의 가치 하락에 베팅했다.


환투기 세력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드잡이를 하는 곳은 위안화 역외시장인 홍콩 외환시장이다. 위안화 값이 급하게 고꾸라지면 여지없이 인민은행의 검은손이 시장에 나타난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외환시장 관계자의 말을 빌려 “오후 3시만 되면 인민은행 달러 매도 공세가 펼쳐진다”고 전했다. 4일에도 홍콩 외환시장에 인민은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달러를 풀고 위안화를 사들였다. 그 바람에 위안화 값이 껑충 뛰었다. 환투기 세력이 손해를 봤다.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안화 값은 다시 고개를 떨궜다. 톰슨로이터는 “최근엔 런던 외환시장에서도 위안화 덤핑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투기 세력의 맹공에 전장이 홍콩과 런던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배고픈 헤지펀드는 위안화 공격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오히려 전열을 가다듬고 재집결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3일 “옵션시장에서 위안화 하락 베팅이 아시아 통화 중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옵션시장에서 3개월짜리 달러화 대비 위안화 매도 옵션 프리미엄은 2011년 5월 이후 5년 만에 최고치까지 뛰어올랐다.


중국 지난해 자본 유출 1조 달러 달해환투기 역사를 보면 결과는 무승부에 가깝다. 소로스는 영국 파운드화 투기에선 이겼다. 98년 태국 정부도 굴복시켰다. 하지만 그해 홍콩에서 패배의 아픔을 경험했다. 소로스는 미국 달러에 묶인 홍콩달러를 공격하기 위해 홍콩 증시에서 주식을 공매도하고 홍콩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홍콩 금융당국은 외환시장에서 1180억 홍콩달러를 사들이고, 시가총액의 5%에 해당하는 주식을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리며 맞섰다. 결국 소로스는 손실을 입고 물러났다. 97년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강력한 자본 통제조치로 소로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번엔 어떻게 될까. 투기 세력의 공세를 막기에 중국의 외환보유액(지난해 12월말 현재 3조3304억 달러)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안전한 수준으로 제시한 외환보유액 2조7500억 달러와의 격차도 크지 않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외환보유액이 많지만 중국인 7500만 명이 1인당 연간 반출한도인 5만 달러씩 들고 나가면 금방 바닥난다”고 꼬집었다.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홍콩을 통한 중국 기업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WSJ 등은 “중국 기업들이 수입 신용장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달러를 빼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을 빠져나간 자본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한다는 게 일반적인 추정이다.


불투명한 중국 금융 정책 결정 과정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일 헨리 키신저가 “EU와 교섭하려면 누구와 통화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던 사례를 들어 “이제 시장 관계자들은 베이징의 금융·외환 정책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누구에게 기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가뜩이나 성장 둔화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경제에 이번에는 금융 시장 위기감마저 퍼지고 있다. 시장은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한 최고의 권위 있는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 저우 행장은 없다. 헤지펀드의 위안화 공격에도 반응은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위안화 값을 2% 넘게 평가절하했을 때도 리강(易鋼) 부행장이 나섰을 뿐이다. 이후에도 몇 차례 공식행사가 있었지만, 시장에 보내는 저우 행장의 시그널은 없었다. 지난 14년 동안 인민은행장으로 일해 온 그다.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앙은행 총재 중 최장수다. 주요 국제회의에 참가해 중국의 정책을 홍보하고,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비전을 설파해 ‘미스터 런민비(人民幣)’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 그가 표면에 나타나지 않으니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경제 리더십의 부재가 위안화 환율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문제를 찾는다. 저우 행장은 중국 경제계에서 리버럴리스트(자유주의자)로 분류된다.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고, 개방을 주도하고 있다. 2005년 7월 달러와의 실질적 페그제 중단, 지난 2년여 동안 꾸준히 추진한 금리 자유화, 위안화 국제화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저우 행장의 이런 입장이 현 공산당 지도부의 정책 방향과 배치되면서, 그가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컨설팅회사인 트러스티드소스의 조너선 펀비 대표는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당 장악력이 커지면서 저우 행장과 같은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당이 국가 경제 정책 방향을 주도하면서 행정부의 역할이 정책 실행기관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관료의 역할이 줄어들면 정책의 일관성과 정확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지난 한 해 내내, 그리고 올 들어 계속된 중국 증시와 환율 시장의 정책 실패가 이런 과정에서 발생했다.


중앙은행 독립성 약한 것도 문제환율 정책을 주도할 인민은행의 독립성이 약한 것도 문제다. 인민은행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국무원(중앙정부)의 소속 기관일 뿐이다. 행장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국무원 회의에 참석해 보고하고, 총리의 결정을 받아와야 한다. 환율 정책에 정치적 요인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주가 폭락 당시 저우 행장, 러우지웨이(樓繼偉) 재무부장 등 자유주의 성향의 관료들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단 시장의 안정이 먼저라는 당지도부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시장 부양을 위해 실시했던 대주주의 주식 매각 금지 조치는 6개월이 지난 올 초 주식시장을 폭락으로 몰고간 결정적인 이유였다. 경제정책의 정치화가 만든 참사다.


정부 당국의 소통 문제와는 별개로 환투기에 나선 헤지펀드 세력을 무찌를 수 있는 최대 무기는 실물 경제의 체력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일 발표한 1월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는 49.4로 6개월 연속 기준치(50)를 밑돌았다. 기업 부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정크본드로 강등될 위기에 처한 중국 기업의 회사채 규모가 226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위안화 약세에 베팅한 헤이먼캐피털의 카일 배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은행들이 수개월 안에 위험 영역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인민은행이 보유한 외환을 동원해 은행의 자본 확충을 지원할 수밖에 없고, 결국 위안화 값은 상당한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조업 PMI로 중국 경기 위축이 드러난 1일 헤지펀드는 파상적인 공세를 폈다. 올해 중국 실물 경제가 예상보다 나빠지면 중국도 헤지펀드 공격을 물리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하현옥 기자?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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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