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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추락 트럼프, 뉴햄프셔에서도 고전 땐 ‘거품’ 빠질 듯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4일 뉴햄프셔주 엑시터 타운홀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테드 크루즈에 밀려 2위로 떨어진 트럼프는 오는 9일 뉴햄프셔에서 열리는 프라이머리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AP=뉴시스]


2016년 미국 대선이 아이오와 코커스(2월 1일)를 시작으로 공식 대장정에 돌입했다. 99개 카운티 1683개 기초선거구(precinct)에서 치러진 아이오와 코커스는 공화당에서는 전체 2472명 중 30명의 대의원을, 민주당에서는 4764명 중 44명의 대의원을 후보자 득표율에 따라 배당했다. 전체의 약 1%에 해당하는 대의원을 결정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 대선의 첫 관문으로서 그 결과가 향후 대선 가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정치후원금의 액수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전력을 투구하는 경선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양당 모두 주류 정당정치인과 아웃사이더 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주류 정치인을 대표하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마크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등과 아웃사이더로 대표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 등이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에서는 주류 정치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는 사회민주주의자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사실상 맞대결 구도를 이루고 있다. 주류 정치인들이 쉽게 경선을 주도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캠페인이 전개될수록 아웃사이더들이 부각되면서 이번 대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클린턴·트럼프 대세론은 시기상조아이오와 코커스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두주자인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세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의 2위 추락 그리고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의 박빙 대결이라는 결과는 이변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아이오와 유권자들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이번 경선 결과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 단위와는 다르게 아이오와주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양당 모두 1, 2위 간의 격차가 상당히 좁혀져 있고 공화당 루비오의 지속적인 상승세도 발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클린턴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전반적인 여론은 이 둘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는 사실상 미 대선의 예측 가능성을 감소시켜 버렸다. 전국 단위에서는 여전히 트럼프와 클린턴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이오와에서 크루즈, 루비오, 샌더스가 마련한 도약의 발판은 향후 대선 과정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와 관련해 미국 언론의 보다 큰 관심은 공화당의 혼전에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공화당 경선의 예측 불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의 패배는 무엇보다도 그의 캠페인 전략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미디어 노출에 집중한 반면 풀뿌리 캠페인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루즈가 99개 카운티를 모두 방문하면서 풀뿌리 조직화에 집중하고 루비오가 1월에만 36차례 아이오와를 방문할 때 트럼프는 방문 횟수도 적었고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와 투표 독려를 위한 풀뿌리 캠페인, 즉 ‘겟아웃더보트(get-out-the-vote)’ 캠페인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교육수준이 낮은 블루칼라 유권자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트럼프로서는 필수적인 전략이었다. 그러나 풀뿌리 캠페인에 대한 전략 부족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의 코커스 참여도는 상당히 낮았다. 이번 공화당 코커스는 역대 최다 참여자(18만7000명)를 기록했고 이 중 처음 참여하는 사람도 46%에 이르렀지만 이들 중 약 30%만이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의 전략 실패는 또한 아이오와 보수주의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아이오와의 복음주의자들은 이번 공화당 코커스 참가자 중 약 64%를 차지했으며, 이들 중 3분의 1 정도가 크루즈를, 그리고 약 5분의 1이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트럼프의 과거 낙태 찬성 경력이나 약한 종교적 성격, 그리고 아이오와 코커스 전에 진행된 후보자 토론회 참석 거부 등은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잃게 만든 중요한 요인들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트럼프의 패배에는 코커스라는 제도적 특수성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원들의 회합인 코커스는 일반인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프라이머리와는 달리 이념적 정체성이 강하고 정당 활동에 적극적인 당원들이 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적극적 당원과는 거리가 먼 트럼프 지지자들의 참여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의 패배는 또한 이번 코커스의 가장 큰 이변으로 평가되고 있는 루비오의 부상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공화당 지도부와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은 본선 경쟁력이 있는 주류 후보자가 승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루비오는 이들이 가장 원하는 후보라고 할 수 있다. 투표자 입구조사에 의하면 지지 후보를 늦게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이 루비오에게 투표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선 전 전개된 루비오의 공격적 풀뿌리 캠페인과 더불어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의 기부 및 지지 표명의 확대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빙으로 끝난 민주당 코커스에서 샌더스의 부상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아이오와는 약 91%가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주로서 유색 인종보다는 백인 중산층에게 인기 있는 샌더스가 지지를 확장하기에 좋은 지역이다. 더구나 아이오와의 자유주의자들은 상대적으로 강한 진보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커스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민주당원들은 일반 유권자보다 더 진보적인 사람들로서 샌더스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샌더스, 코커스 후 24시간 만에 36억 모금샌더스는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풀뿌리 캠페인 조직의 확대와 후원금 모금에 성공하고 있다. 입구조사에 의하면 30세 미만 투표자의 84%가 샌더스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샌더스 캠페인의 초점은 정치 참여의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을 코커스 현장으로 동원하는 데 맞추어졌다. 약 17만 명이 참여한 이번 민주당 코커스는 샌더스의 기대보다는 참여인원이 적었지만, 백인 중산층과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는 샌더스가 클린턴과 실질적 타이를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아이오와 코커스 후 24시간 만에 300만 달러(약 36억원)의 선거자금을 모금할 정도로 샌더스의 기세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샌더스의 캠페인은 2008년 오바마 캠페인과 닮은 점이 많다. 젊은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 캠페인을 조직하고 온라인을 통한 소액기부가 후원금의 주된 소스라는 점 등이 특히 유사한 점이다. 그러나 오바마와는 달리 샌더스는 유색인종의 지지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어 대도시나 큰 주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편이다. 또한 조직화 전략도 오바마에 비해 정교하지 못한 편이다. 더구나 사회주의자라는 정체성은 기성세대가 받아들이기 힘든 지점이다. 오바마가 클린턴을 쉽게 이겼던 지역에서 샌더스가 클린턴에게 뒤지고 있는 데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의 바로미터라고 하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오는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샌더스의 선전은 향후 민주당 후보 경선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 것이다. 3일 매사추세츠대-로웰/7뉴스의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63%의 지지율로 30%에 그친 클린턴에 3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다수의 수퍼대의원 및 몇몇 주지사의 공개지지를 확보한 클린턴이 마지막까지 고전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샌더스가 초반 상승세를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네바다 그리고 11개 주에서 경선이 이루어지는 3월 1일 ‘수퍼 화요일’까지 이어갈 수 있다면 클린턴은 예상과 달리 상당히 힘든 경쟁을 할 수도 있다.


한편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 2위 크루즈를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트럼프가 과연 그 지지율을 유지할 것인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이오와에서의 패배가 트럼프의 캠페인 전략이 잘 수용되기 힘든 지역적·제도적 특성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일반 유권자들에게 열린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보다 쉽게 승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프라이머리 역시 정치적 관심이 높은 유권자들이 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겟아웃더보트 캠페인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될 수 있다. 뉴햄프셔에서 다시 한번 고전하게 된다면 트럼프의 거품은 상당 부분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뉴햄프셔에 이어 경선이 진행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가 또 다른 복음주의자 텃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뉴햄프셔 경선에서의 압도적 승리가 트럼프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만약 트럼프가 경선 초기 어느 지점에서 상승세를 멈추게 된다면 이번 공화당 대선은 크루즈와 루비오의 대결로 압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퍼 화요일을 지나면서 성패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오와에서처럼 후보자들의 의외의 선전이 이어질 경우 예상보다는 늦게까지 치열한 경선이 이어질 수도 있어 아직은 예측하기에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계기사 26면


 


 


오스틴(텍사스주)=이소영 대구대 국제관계학 교수?soyoung.s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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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