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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군 장악력 강화해 ‘강군몽’ 실현 나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1일 5대 전구 출범식에서 쑹푸쉬안 북부전구 사령관 추이민 정치위원에게 군기를 수여하고 있다. [AP=뉴시스]


1979년 중월전쟁(중국·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영웅 칭호를 받은 리쭤청(李作成·62) 중국 인민해방군 상장. 그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초대’ 육군사령관에 취임했다. 올해로 창군 89년을 맞는 인민해방군의 육군사령관이 ‘초대’란 사실에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우성리(吳勝利·71) 해군사령관이 제8대, 마샤오톈(馬曉天·67) 공군사령관이 제10대 사령관인 것과 비교해도 그렇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인민해방군 230만 장병 중 160만 명이 육군이다. 하지만 단일한 육군사령부가 존재한 적이 없다. 대신 7개의 군구(軍區) 사령부가 중국 대륙을 지역별로 나눠 관할해 왔다. 군구 체제는 중국 특유의 군사전략인 ‘인민전쟁’ 개념과 ‘대(大)육군주의’의 산물이다. 창군 이래 인민해방군은 곧 육군이었고 모든 편제는 육군 위주였다. 해·공군은 아무리 전력을 증강해도 지휘계통상으로는 육군과 동격이 될 수 없었고 7대 군구 체제를 보조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 해·공군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현대전 수행에 맞지 않는 편제를 지금까지 유지해 온 것이다.


그런 인민해방군에 육군사령부가 새로이 창설된 것은 형식적으로나마 육군과 해·공군의 위상이 동등해졌다는 의미다. 군사전문가 스양(施洋)은 “중국이 2016년부터 정식으로 ‘대육군주의’와 결별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강군의 꿈(强軍夢)을 실현하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펼치고 있는 군 개혁의 일환이다.


시 주석이 표방하는 개혁 목표는 간단하다. ‘싸울 수 있는 군대(能打仗), 싸워서 이기는 군대(打勝仗)’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낡은 편제부터 바꿔야 했다. 1927년 창군 이래 본질적인 변화가 없는 야전군 우위의 ‘대육군주의’에 메스를 대는 개혁이다.

1 시진핑(習近平·63) 중앙군사위 주석 2 판창룽(范長龍·69) 중앙군사위 부주석, 상장 3 쉬치량(許其亮·66) 중앙군사위부주석, 공군상장 4 창완취안(常萬全·67) 중앙군사위 위원, 국무위원, 국방부장, 상장 5 우성리(吳勝利·71) 중앙군사위 위원, 해군사령원, 해군상장 6 마샤오톈(馬曉天·67) 중앙군사위 위원, 공군사령원, 공군상장 7 웨이펑허(魏鳳和·62) 중앙군사위 위원, 로켓군사령원, 상장



개혁 방침을 밝힌 지 두 달여 만에 단행시 주석의 군사개혁은 지난 1일 7대 군구를 5대 전구(戰區)로 개편함으로써 큰 그림이 완성됐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의 ‘8·1 대루(八一大樓)’라 불리는 중앙군사위원회 건물에서 각 전구 사령관과 정치위원들에게 군기를 수여했다. 지난해 11월 24~26일 ‘중앙군사위 개혁공작회의’를 소집하고 군 개혁 방침을 밝힌 지 두 달여 만이다. 이런 과정을 눈여겨 지켜본 우리 군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특히 천안함 사건을 겪은 뒤 군 체제를 개편한다는 논의가 무성했지만 군 내부의 반대에 부딪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며 “중국의 경우 공산당 일당 체제란 점을 감안해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군 개혁이 이뤄지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7대 군구를 5대 전구로 재편한 건 무슨 의미일까. 얼핏 관할구역을 재조정하고 군(軍)에서 전(戰)으로 글자 한 자 바꾼 데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창군 89년 만에 처음 단행되는 혁신적 개혁이라 할 수 있다. 군구는 항일전쟁과 국공내전 시절 4개 야전군으로 편제돼 있던 것을 바탕으로 49년부터 채택한 제도다. 한때 13개 군구로 나눠졌던 게 85년 이후 7대 군구로 정착됐다.


지역별로 작전 관할지역을 나누는 것이야 세계 어느 나라 군대에서나 공통된 것이지만 군구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군구는 관할 구역 내의 모든 부대에 대한 작전 지휘권을 갖는 것은 물론이고 훈련·행정관리·군수·보급과 해당 지역에서의 예비역 동원·모병·민병(民兵) 등 군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행사했다. 이는 마오쩌둥(毛澤東) 이래의 ‘인민전쟁’ 개념의 산물이었다. 중국 국토를 침범한 외적에 맞서는 전쟁은 인민해방군뿐 아니라 모든 인민이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군구 사령관이 지역통치자와 마찬가지로 관할구역 내의 모든 사항을 챙겨야 하는 이 개념하에선 군령·군정의 구별이 존재할 여지가 없다. 첨단 기술을 동원한 해·공군과의 합동 작전은 아예 개념조차 없던 시절의 군사전략을 인민해방군은 지금까지 군구 편제 속에 유지해 왔던 것이다. 인민해방군의 전략 공간이 중국대륙 바깥으로 나가 근해 방어와 원양진출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현재에는 맞지 않는 개념이다.


연합참모부는 미 합동참모본부와 비슷군구를 대신해 신설된 전구는 말 그대로 전투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전구 사령관이 갖는 권한은 작전지휘, 즉 군령권이다. 전구에 소속된 육·해·공군과 신설된 로켓군 부대의 작전까지 통합 지휘한다. 작전지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권한은 해당 군종 사령관에 속한다. 다시 말해 군령과 군정의 분리가 시 주석의 개혁에 따라 비로소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89년 만에 육군사령관을 임명한 것도 7대 군구 사령관이 나눠 갖던 권한 가운데 작전지휘권 이외의 모든 권한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요컨대 군구가 재래전에 맞는 편제였다면 전구는 현대전에 맞는 편제라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말한 ‘싸울 수 있는 군대’란 현대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를 말한다. 시 주석은 훈령을 통해 “현대전 승리 이론을 연구해 미래전쟁의 주도권을 적극적으로 쟁취하라”며 “전구는 전투에 주력하라(戰區主戰)”고 강조했다.


5개 전구의 작전지휘를 통합적으로 조정하고 지휘하는 상급 기구는 중앙군사위원회 산하의 연합참모부다. 기존의 총참모부를 재편해 비(非)본질적인 기능은 다른 부서로 이관하고 작전지휘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 기구다. 연합참모부는 미군의 합동참모본부에 비교된다. 시 주석의 개혁이 미국 사례를 연구한 결과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군은 합동참모본부가 종합작전을 짜고 각 전투지역별로 설치된 사령부가 작전을 수행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이로써 인민해방군의 작전 지휘는 연합참모부-5대 전구-예하부대의 계통으로 이뤄지게 됐다. 권한 막대해진 4총부 해체·재편예전에는 총참모부·총정치부·총후근부·총장비부를 합쳐 4총부라 불렀다. 각각 작전과 정훈·인사, 군수 등 후방지원, 무기조달을 주임무로 하던 조직으로 이 역시 모두 육군이 장악했다. 시 주석은 이 4총부를 15개의 부서로 쪼개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조했다. 조직이 비대화하면서 효율은 떨어지고 권한은 막대해진 4총부를 해체·재편함으로써 최상급 기구인 중앙군사위원회의 군 장악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당이 군을 지휘하고, 군은 당의 명령을 따르는 ‘청당지휘(聽黨指揮)’를 새롭게 다진 것이고 결국은 군사위 주석을 겸하는 시 주석의 군부 장악으로 이어진다. 베이징의 군사 소식통은 “전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은 10년간 군사위 주석을 역임하면서도 끝내 군부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 주석은 집권 3년 만에 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과감한 편제 개편까지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 주석의 군 장악이 이렇게 빨랐던 건 군내 반부패 캠페인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현역 군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인 군사위 부주석 출신의 실력자 쉬차이허우(徐才厚)와 궈보슝(郭伯雄)을 낙마시킴으로써 집권 초부터 군을 휘어잡았고 이를 바탕으로 군 개혁에 나설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시 주석이 강조한 합동작전 시스템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외관상의 편제 개편뿐 아니라 운영상의 통합이 필수적이다. C4I라 불리는 지휘·통제·통신·정보 자동화체제 구축이다. 또 다른 군사 소식통은 “근년 들어 중국이 부쩍 군종 간 합동 훈련을 자주 실시하고 있지만 C4I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구축되지 않아 현장에서 손발이 따로 논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중월전쟁 경험 지휘관 주요 지역 배치인민해방군의 또 다른 약점은 실전경험 부족이다. 가장 근래의 전투 경험으로는 79년의 중월전쟁이 마지막이다. 이미 37년 전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중월전쟁 종군 경험을 가진, 얼마 안 되는 지휘관들은 분쟁 지역이나 실제 상황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구에 배치됐다. 류웨쥔(劉軍) 동부전구 사령관, 왕자오청(王敎成) 남부전구 사령관, 자오쭝치(趙宗岐) 서부전구 사령관이 그 예다. 동부전구는 대만·일본·동중국해를 관할하며, 남부전구는 남중국해와 홍콩을, 서부전구는 신장·티베트는 물론 인도와 중앙아시아 방어가 임무다. 실전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인민해방군 지휘관들이 중월전쟁 다음으로 내세우는 게 ‘98항홍(抗洪)’, 즉 98년 홍수와의 전쟁 참여 경력이다. 군수, 보급 등에선 나름대로 경험을 쌓았겠지만 실전 경험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향후 중국은 평화유지활동(PKO)이나 국제공조 해적퇴치, 반테러 활동 등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약점인 실전 경험 부족을 메우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시 주석의 군 개혁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체제 개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랜 체질을 바꾸는 것인데 여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전구를 창설했지만 여전히 5개의 전구 사령관은 군구 시절과 마찬가지로 모두 육군 출신이 휩쓸었다. 이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육군 중심의 체질을 깨지 못한 정치적 타협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홍콩의 군사평론가인 량궈량(梁國樑)은 “해·공군에선 아직 합동작전 지휘를 담당할 만한 인재가 없어 한동안은 육군 출신의 중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군사 소식통은 “머지않은 시기에 전구의 특성에 맞춰 해·공군 출신 사령관이 임명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광저우(廣州)에 사령부가 있는 남부전구의 경우는 미국과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의 작전 수행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이를 위해서는 해군 소속 남해함대와 공군의 합동 작전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고, 새로이 건조 중인 항공모함의 배치도 예상되는 만큼 향후 해군 지휘관이 남부전구 사령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강군몽’을 꿈꾸는 시 주석의 군 개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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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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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