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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에 푸른 눈 테러리스트 범죄 예방 어려워 가장 걱정”

크리스티앙 모아나 프랑스 국립 보안 연구원, 법무부 등을 거쳐 2014년 프랑스 법률·형사연구센터(CESDIP) 센터장에 취임했다. 『시민에 대항한 경찰』 등 저서가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안보는 전 세계 정부의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됐다. 그래서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경찰력을 늘렸고 첨단 장비를 도입했다. 그러면서 범죄율은 점점 떨어졌다. 하지만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치안 상황도 크게 나아지지 않아 각국의 국민들은 아직도 불안에 떨고 있다. 크리스티앙 모아나 프랑스 법률·형사연구센터(CESDIP) 센터장은 “이 같은 모순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파리 정치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뒤 20년 넘게 프랑스 정부에 형사정책 개선 방안을 조언한 전문가다. 최근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를 중앙SUNDAY가 만났다.


 

7일(현지시간) 미국 프로풋볼 챔피언 결정전인 수퍼보울을 앞두고 개최지인 샌프란시스코의 경비가 테러를 대비해 강화됐다. 경찰특공대 요원이 행사장을 지키고 있다. [AP 뉴시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경찰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제 국민을 엄격히 통제하고 처벌하는 존재로 변해 갔다. 국민이 원하는 우선순위가 아니라 경찰이 원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게 됐다. 마치 ‘우리는 경찰이기 때문에 당신들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식이다. 경찰 조직은 더 중앙집권화했고 관료주의가 굳건해졌다. 그런데도 거리에서 느끼는 치안은 개선된 게 없다.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 현상이다.”


-뭐가 문제였나. “프랑스의 경우 2002년 당시 내무부 장관이었던 니콜라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경찰은 장비와 인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예산 투입에 대한 효과를 따지기 위해 성과주의가 도입됐다. 범죄율을 떨어뜨리는 게 관건이 됐다. 그러면서 경찰은 예전에는 범죄로 여겨지지 않았던 행위도 범죄로 취급해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경찰관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임승차자나 쓰레기통에 불을 지른 청소년들도 잡아들였다. 길거리에서 마약을 투약한 마약사범을 체포했지만 그들에게 마약을 판 마약상은 건들지 못했다. 수사를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약사범만 쫓아다닌 것이다. 그러자 범죄율은 떨어졌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범죄율이 최근 10년간 25%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국민이나 경찰관이나 모두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국민은 경찰에 대한 신뢰를 점점 잃었고, 그러면서 경찰에게 정보를 주길 꺼렸다. 경찰이 진짜 범죄가 아니라 범죄율에 신경을 쓰면서 통계 조작도 종종 벌어졌다. 또 경찰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현장이나 거리가 아닌 사무실로 들어가는 경찰관이 많아졌다. 경찰관(police officer)은 페이퍼 오피서(paper officer)가 돼 버렸다.”


-당신은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졌다. “무관용 원칙은 작은 범죄를 용인하면 큰 범죄를 낳을 수 있다는 원칙이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치러야 할 대가(처벌)를 크게 만들어 꿈도 못 꾸게 한다. 2005년 파리 폭동 때 프랑스 정부는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그런데 결과는 공포감만 조성했다. 무관용 원칙에 앞서 폭동을 일으켰던 이민 2, 3세대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청소년들이 밤거리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하자. 경찰관은 그런 청소년들을 다른 곳으로 쫓아내거나 잡아들이기보다는 ‘왜 이런 시간에 애들이 밖에 나와 있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운동장에서 놀기를 권하는 게 훨씬 나은 방법이다. 무관용 원칙만이 능사가 아니다.”


-미국의 뉴욕 경찰은 1980년대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 이론에 따라 지하철 낙서범을 단속했더니 범죄율이 줄어들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깨진 유치창을 하나라도 방치할 경우 그 지역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다. 한때 프랑스 파리도 뉴욕 못지않게 낙서 문제가 심각했다. 그런데 파리는 낙서범을 잡지 않고 하루 두 번씩 지하철의 낙서를 지웠다. 그랬더니 낙서가 줄어들었다. 유리창이 깨진 곳에 경찰관을 투입하는 게 우선이 아니라 새 유리창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


-최근 CCTV를 치안에 활용하는 경찰이 많아졌다. “각국의 치안 총수들은 CCTV와 같은 첨단 장비가 경찰관을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이런 장비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관을 대신할 순 없다. CCTV가 범인을 잡고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니잖은가. 결국 경찰관이 하는 일이다. 유능한 경찰관은 자신이 맡은 지역을 속속들이 잘 안다. 그래서 작은 징후들을 잘 읽어 낸다.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있는데도 조용한 상황을 가정하자. 이게 좋은 상황일까. 때때로 범죄조직이 마약거래를 하는 현장일 수도 있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말썽을 안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건 CCTV로 가려낼 수 없다. 유능한 경찰관이 필요한 이유다.”


-유능한 경찰관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경찰관의 숫자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유능한 경찰관이 중요하다.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법을 집행하면서 동시에 지역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사회의 중재자(mediator)가 돼야 한다. 또 문제를 해결해 주는 존재가 돼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 ‘이거 하지 말라’ ‘저거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대신 ‘문제가 뭐냐’고 물어야 한다. 그래서 예전엔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관을 프랑스에선 ‘평화의 수호자(gardiens de la paix)’라고 불렀다. 아이가 거리에서 말썽을 피우면 ‘너희 부모에게 이른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그 아이의 부모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 경찰이 성과주의를 도입하면서 유능한 경찰관이 많이 사라졌다. 지역을 잘 파악하는 건 숫자나 성과로 나타나지 않아서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사건에서 보듯이 테러리스트들이 정부나 공공기관 대신 민간인을 테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민간인과 같은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노린 테러는 이전에도 있었다. 파리의 경우 1980~90년대 폭탄테러가 여러 번 발생해 시민이 많이 다쳤다. 지난해 1월 샤를리 에브도 총격 테러는 무슬림을 조롱하는 만평을 그린 만화가 등이 희생됐다. 그래서 프랑스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나도 샤를리(Je Suis Charlie)’라고 외치는 운동이 벌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에선 카페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차를 마시거나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보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였다. 그래서 충격이 컸다. 문제는 이슬람을 전혀 모르거나 아랍 계통이 아닌 테러리스트들이 늘어나는 점이다. 금발에 푸른 눈의 테러리스트도 곧 나타날 것이다. 그들이 무기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신념을 위해선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에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테러를 어떻게 막을 수 있나. “두 개의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 국가적으로는 정보기관이 해외 기관과 협력해 테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야 한다. 그게 대책의 전부가 아니다. 거리에선 경찰관이 테러의 징후를 파악해야 한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들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 위치를 몰랐다. 내가 근처에 사는데 샤를리 에브도는 작은 건물에 간판도 없다. 그래서 테러범들이 샤를리 에브도 근처에서 위치를 물었다고 한다. 지역 사정에 밝은 경찰관이었다면 이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단서를 잡아 테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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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