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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평 나오면 즉시 해결 우리만 몰랐던 ‘1등’ 서울 신신호텔

1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쉽게 찾기도 어려운 신신호텔 입구.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에 마련된 아늑한 리셉션홀이 나온다. [사진 신신호텔]

2 시원한 광안리 풍경을 볼 수 있는 파크 하얏트 부산. 3·4 세계 1위 호텔로 꼽힌 인도의 우마이드 바완 팰리스 조드푸르 호텔. 궁전 내부를 호텔로 개조했다. 실제 인도 귀족이 거주하고 있다. 5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는 서울 도심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한밤 쇼핑에 최적화된 호텔이기도 하다. [사진 트립어드바이저]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짜릿한 쾌감이 밀려오는 건 여행이 주는 특별함 때문이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찾아나선 모험자가 된 듯한 설렘마저 들 정도로 일상 탈출이 주는 에너지는 자극적이다. 여행이 인류에게 가장 잘 알려진 질병의 예방약이면서 동시에 치료제이며, 회복제란 소릴 듣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여행의 묘미는 집 밖을 나서는 데 있지만 낯선 곳에서도 먹고 자는 문제는 변함이 없다. 중앙SUNDAY는 가족·친구들과 함께, 혹은 홀로 고요히 떠나기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세계를 누비는 여행자들의 선험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여행 관련 리뷰업체인 트립어드바이저가 선정한 ‘2016년 베스트 호텔’을 소개한다.


 


트립어드바이저가 건넨 리스트 맨 윗줄에 있는 이름은 충격에 가까웠다. 한국인만 모르는 우리나라 일등 호텔이기 때문이다. 이달 3일 한국은행 화폐박물관과 북창동 먹자골목의 사잇길로 접어들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신신호텔입니까?” 직원의 표정이 달라진다. “신신은 옆 건물인데요. 음식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 건물입니다.” 아뿔싸. 첫 단추를 잘못 뀄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골든튤립 호텔 박설민 마케팅본부 매니저가 ‘옆집’ 칭찬을 한다. “손님 접대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문을 나와 지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신신호텔의 레스토랑 다인홀은 눈에 보이는데 이번엔 호텔 입구가 없다. 두 동짜리 건물 앞을 뱅뱅 돌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하나 발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내 데스크가 있는 리셉션홀이 나타났다. 지하에 손님맞이 공간을 두고 있으니 모르면 찾아오기 어려운 구조다. 홀은 한눈에도 아담하다. 어림짐작으로 66㎡(20평)도 채 안되지 싶다. 지하지만 한쪽에 유리 통창을 둬 바깥 하늘이 시원스레 보인다.


철저한 고객 중심 전략으로 입소문 신신의 역사는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의수 회장이 세운 신신사우나호텔이 모태로, 우리나라 최초로 ‘남성 핀란드식 사우나’를 도입했다. 한국 야당사의 증인으로 불리는 고흥문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3김’으로 불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사우나 단골손님이었다. 지금의 모습으로 변신한 건 2013년의 일이다. 김 회장의 딸로 미술을 전공한 김화영(60) 대표가 감각을 살려 신신호텔을 재단장했다. 사람도 끌어왔다. 리츠칼튼 호텔 출신 직원들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황수정 부총지배인도 그중 하나다. 황 지배인은 “지난해 한국 18위였던 신신호텔이 올해 1위로 뛰어오른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비결을 물었다. 신신호텔은 스탠더드형 기준으로 최저 이용료가 22만원이다. 싸진 않다는 이야기다. “객실 수가 75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격을 더 낮추거나 올리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객실 수가 적다 보니 단체손님도 거의 없다. 명동과 남대문에 인접해 있어 중국인·일본인 손님이 많다.


작은 독립 호텔이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건 철저한 고객 중심 전략에 있었다. 황 지배인은 “재단장한 2013년부터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라오는 손님들의 후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일반 이용기와 달리 트립어드바이저는 후기 조작을 막기 위해 별도로 싱가포르 본사에 300~500명에 달하는 인력을 두고 있다. 후기가 올라오면 인터넷 주소(IP) 추적도 한다. 믿을 수 있는 후기는 호텔의 교과서가 됐다. 황 지배인은 “수많은 리뷰 중 호텔에 머물면서 올라온 악평이 있다면 손님이 떠나기 전까지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손님이 물어봐야 알려주는 수동적인 호텔 서비스 대신 물어보지 않아도 알려주는 밀착형 방식을 택했다. 가령 손님이 로비에서 신문을 읽고 있다면 먼저 말을 걸어주는 식이다. 대화 중에 호텔을 떠나는 중국인 손님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황 지배인의 얼굴이 그쪽을 향했다. 정중히 양해를 구한 그는 곧 손님들 무리에 꼈다. 몇 마디 대화가 이어지더니 웃음소리가 로비를 메웠다.


호텔을 다시 찾는 손님은 하루 두 팀 정도다. 한번 투숙하면 통상 4일 정도 머무는 걸 고려해 음식에도 공을 들인다. 레스토랑 다인홀에서 이뤄지는 식사는 리츠칼튼 출신 요리사가 직접 만든다. 식빵을 제외한 크루아상·모닝빵 등 모든 빵을 직접 굽는다. 일요일 아침엔 간장과 고추장 소스로 먹을 수 있는 비빔밥도 내놓는다. 신신호텔 직원은 40명. 방을 청소해주는 인력까지 모두 정규직이다. 인원이 적다 보니 청소 업무 외엔 모든 사람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손님의 눈높이에 맞게 전담하다 보니 자연스레 호평을 받게 됐다는 이야기다. “형용사 가운데 나이스(nice)나 굿(good)은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엑설런트(excellent)는 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자 도전”이라는 것이 신신 측의 모토다. 애런 헝 트립어드바이저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자는 “호텔 순위는 전 세계 여행자들로부터 받은 수백만 건의 후기와 의견을 모아 발표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숨겨진 보석인 신신호텔을 발굴해낸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6 세계 2위 호텔로 꼽힌 캄보디아 데이 인 앙코르&리조트. 7 나폴리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탈리아의 벨뷰 시레네 호텔(세계 3위). 8 베트남 하노이 라 시에스타 호텔&스파는 세계 4위에 올랐다. [사진 트립어드바이저]


세계 1위 호텔은 인도의 궁전 국내 호텔 25위 안에 든 곳들은 대개 특급호텔이다. 하지만 부티크 호텔인 더 그랜드호텔 명동(20위), 비즈니스 호텔인 오클라우드 호텔(24위) 같이 덜 알려진 곳도 이름을 올렸다. 가족단위 여행 수요가 늘면서 관광 명소에 가깝고 가격 부담은 덜한 곳들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다. 제주에선 해비치 호텔&리조트와 롯데시티호텔 제주가 순위 안에 들었다. 서양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바다 조망’이 가능한 호텔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광안리를 바라볼 수 있는 파크하얏트 부산(2위)과 여수의 밤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엠블호텔 여수(13위) 등이다.


세계 최고의 호텔도 색다르다. 유명 특급 체인호텔이 아니다. 인도 사막 도시인 조드푸르 지역에 있는 ‘우마이드 바완 팰리스’로 이름 그대로 ‘궁전’이다. 인도의 귀족이 실제로 머물고 있는 이곳도 객실 수가 64개에 불과하다. 궁전 지하의 스파, 호텔 발코니에서 즐길 수 있는 식사로 호평을 받고 있다. 객실 이용료는 1박 기준 평균 734달러다. 세계 2위는 캄보디아 데이 인 앙코르&리조트, 3위는 나폴리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탈리아 소렌토의 벨뷰 시레네가 차지했다. 18세기 빌라를 호텔로 개조한 벨뷰 시레네는 유럽 지역 호텔 1위에 꼽힌 곳으로 소렌토 중심지까지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4위는 베트남 하노이 구시가지에 있는 라 시에스타 호텔&스파(아시아 3위)로,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식사에 만족했다는 평이 많았다. 5위는 아피토스 지역 해안가에 위치한 부티크 호텔인 그리스 아치티스(유럽 2위)다. 전문 원예사가 돌보는 잘 꾸며진 정원과 수영장, 마을까지 걸어갈 수 있는 접근성으로 여행객들의 호평을 샀다. 아쉽게도 국내 호텔은 ‘세계 톱25 리스트’에 들지 못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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