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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용 약 많은 노인 환자 주치의 정해 관리해야

일러스트 강일구


“나 이 병원 근처로 이사 왔어. 앞으로 여기 다니려고.” 하며 진료실을 들어선 할아버지 환자분이 들고 온 보따리를 펼쳤다. 여러 종류 약들과 여러 장의 처방전들이 들어있었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전립선비대증·불면증·전신가려움증·변비·관절염·이명 등으로 여기저기에서 약을 처방 받아 드시고 있었다. “나 이 병원서 어떻게 할 지 교통정리 좀 해 줘. 약만 먹어도 배가 불러.”하며 웃으신다. 소속된 과의 특성상 이런 노인 환자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조사 통계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환자 60% 이상이 5개 이상의 약을 처방 받고, 9.6%는 10개 이상의 약을 처방 받는다고 한다. 중년기부터 하나 둘 생겨난 질병은 해가 지날수록 하나씩 늘어나고 노년기에 이르러서는 그 숫자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병의 숫자만큼이나 여러 병원, 여러 과에서 처방을 받게 되는 일이 많다. 각 질병을 보는 의사들은 그에 해당하는 최선의 치료를 하지만,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먹는 약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를 일일이 상세히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를 조망해서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의사가 필요하다. 설령 불가피하게 여러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그 중에 자신을 가장 잘 알고 봐 줄 수 있는 주치의 역할을 할 의사를 정하는 것이 좋다.


노인들의 경우, 병원에서 처방 받는 약들 외에도 각 질병에 좋다고 알려진 것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약이 아니어도 그런 것들 역시 간이나 콩팥을 거치며 몸에 무리를 주기도 한다. 또한 약제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을 높이거나 하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주치의와 상의를 하고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혈전방지제, 즉 혈액을 묽게 만들어주는 성분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그와 유사한 기능이 있는 건강보조제나 식품을 같이 먹으면 오히려 출혈성 경향을 더 높일 수 있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인지기능은 떨어지는데 챙겨야 할 약은 점점 많아지다 보니 약을 잘못 먹는 경우도 많다. 약 먹은 것을 잊어버리고 또 복용한다거나, 아침 저녁 약 순서를 바꿔서 먹는다거나 하는 경우도 많다. 각 지자체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복약 지도를 하는 곳도 많으니 그런 교육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요일이 적힌 약통 등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누군가 옆에서 하나하나 다 챙겨주질 못하니 문제다.


글머리에서 언급한 할아버지 환자처럼 병원 근처에 살고 싶어하는 노인들을 주변에서도 종종 보게 된다. 이러다가는 아이들을 둔 가정이 소위 좋은 학군 주변으로 몰리는 것처럼 만성질환이 많은 노인들이 대형 병원근처로 모여드는 것은 아닐까. 이런 기이한 현상이 생기기 전에 노인 환자들을 포괄적으로 잘 돌볼 수 있는 바람직한 관리체계가 마련돼서 웬만한 노인건강 문제들은 동네단위에서 우선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해본다.


 


박경희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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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