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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아닌데 당뇨라고? 췌장기능 떨어진 탓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경기도 성남에 사는 주부 김유숙(59·가명)씨. 5년 전 갱년기와 함께 찾아온 당뇨병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부모 중 당뇨병에 걸린 사람도 없었고 체중도 적당하게 잘 유지해온 터였다. 평소 달고 짠 음식은 입에 대지 않았고, 과식하는 일도 없었다. 그에게 당뇨병은 ‘남의 병’이었다.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나온 혈당 수치는 그를 배신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씨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엔 마른 체형임에도 당뇨병을 앓는 사람이 많다. 평소 의심 없이 지내다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슐린-비의존 당뇨병(E11)’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8만3812명이었다. 학계에선 이 가운데 20~25%를 ‘마른 당뇨병’으로 추정한다. 마른 당뇨병은 유독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게 많다. 최근 한 연구에선 그 원인이 밝혀졌다. 서울의대 내분비학교실 온정헌·곽수헌·박경수 교수와 아주의대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는 지난 2001년∼2012년 10년간 경기도 안산·안성에 거주하는 4106명을 추적 관찰했다. 관찰을 시작할 때 혈당 수치가 정상이던 사람들은 10년 후 12%(498명)가 당뇨병에, 27%(1093명)가 당뇨병 전 단계로 발전했다. 이들의 혈액을 검사해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드러났다. 췌장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과정을 통해 포도당으로 바뀐 성분이 혈액을 타고 온몸에 퍼진다. 인슐린은 혈액이 세포에 포도당을 전달할 때 통로를 열어주는 일종의 ‘문지기’ 역할을 한다.


당뇨병에 걸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문지기가 문을 충분히 열어주지 않을 때고, 다른 하나는 문지기 수가 부족할 때다. 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을 때를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진다(혹은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문지기가 부족한 상황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통 두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온 교수팀의 연구에서 10년 후에도 정상인 사람은 인슐린 감수성이 27% 감소했지만, 인슐린 분비량이 70% 늘어나 이를 상쇄했다. 반면 당뇨병에 걸린 사람은 인슐린 감수성이 64% 떨어졌으나, 인슐린 분비량은 전혀 늘지 않았다. 인슐린 분비능력의 저하는 췌장의 포도당인산화효소(glucokinase) 유전자 변이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에 마른 당뇨병 환자가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인슐린 감수성은 나이·비만에 큰 영향을 받는다. 반면 췌장기능은 타고나는 비율이 높다. 즉, 선천적으로 췌장이 약한 사람이 서양에 비해 많은 것이다.


김씨가 당뇨병을 앓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불면증과 운동 부족이다. 수면은 당뇨병과 큰 연관이 있다. 김씨는 갱년기에 접어들며 심한 불면증을 호소했다. 불면증은 대표적인 갱년기 증상이다. 발표된 울산의대 가정의학교실 김영식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의 질이 나쁜 사람은 정상인보다 당뇨병 발병가능성이 2.6배나 높았다. 체질량지수(BMI)가 1 오를 때(1.2배)보다 위험하고, 가족력이 있을 때 위험해지는 것(2.8배)과 비슷하다. 특히 수면의 양보단 질이 큰 영향을 미친다. 김 교수는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체내 당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슐린 분비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하루 4.5시간을 자는 사람은 8시간을 자는 사람에 비해 인슐린 감수성이 23% 감소하고, 당뇨병 발병 위험은 16%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콜로라도대 조시안 브루사드(Josiane Broussard) 교수는 “수면 부족은 혈중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 수치를 증가시키고 인슐린 저항이 나타나면서 혈당조절 기능마저 급격히 떨어트린다. 하루 10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면 손실된 내분비 기능을 회복하고, 인슐린 감수성이 함께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하나는 운동 부족이다. 김씨는 운동은커녕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로 실내에서 생활했다. 이는 비타민D 결핍으로 이어졌다. 비타민D 결핍은 그 동안 체중 증가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스페인 말라가대 마누엘 곤잘레즈(Manuel Gonzalez)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D가 모자라면 비만과 상관없이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곤잘레즈 교수는 “일광욕을 통해 비타민D를 충분히 합성하면 체중과 무관하게 당뇨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D는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고 햇볕을 쬘 때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마른 체형의 당뇨병 환자라면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운동이다. 췌장기능이 이미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온 교수는 “췌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살이 조금만 쪄도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반대로 얘기하면 인슐린 감수성만 감소시키지 않으면 당뇨병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는 데는 운동요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췌장 기능을 개선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 다만,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혈당을 떨어뜨리면 간접적으로 췌장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는 “혈당 관리에 실패하면 혈액 속 당과 지방이 췌장을 공격하고, 인슐린 분비는 더욱 줄어든다. 이를 막기 위해 평소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사량을 지나치게 줄이는 건 금물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소변과 함께 영양소가 배출돼 영양이 결핍되는데, 이때 식사량을 줄이면 영양 결핍이 더욱 심해진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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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