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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를 모두 죽일 수도 없고… ‘정체’ 모르고 백신 없어 더 큰 공포

1 지카 바이러스(흑색) 전자 현미경 사진


지난 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브라질에서 퍼지기 시작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가 급격히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400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으로 WHO는 예측했다. 더욱이 머리가 작은 소두증 태아가 같은 속도로 늘고 있어서 지카 바이러스는 임산부에게 전대미문의 공포가 되고 있다. 2014년 아프리카의 에볼라로 1만1000명이 사망했을 때 발령했던 국제 비상사태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왜 갑자기 퍼지기 시작한 것일까. 얼마나 위험하고 세계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하나. 무엇보다 미국이나 브라질을 여행할 수는 있는 것일까.


 

2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


1947년 우간다 숲에서 처음 발견돼지카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브라질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이 지역에서 태어난 아기 중 머리가 작은 소두증 신생아수가 평상 수준의 여덟 배 가까이 늘면서 보건 당국을 긴장하게 했다. 소두증 아기의 급증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환자 증가와 일치했다. 현재까지 브라질에서만 4000건의 소두증이 보고됐다. 소두증은 단순히 작은 머리로 태어나는 정상아일 수도 있고, 비정상적으로 두뇌가 작은 경우가 있다. 비정상인 경우 자라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아직 모른다. 브라질에서 급증하는 소두증은 분명 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가 원인인 것은 확실한데 아직 과학자들은 정확한 증거와 연관관계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WHO는 말하고 있다. 또한 감염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혹시 바이러스가 남아있어서 태아에게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다는 것이 두렵다. 즉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는데 급격히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 세계를 두렵게 하고 있다.


 

소두증 태아 모습


제일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브라질이 국가 비상상태를 선포하고 모기 박멸에 나섰다. 건물 내부를 샅샅이 소독하고 심지어는 유전자가 변형된 ‘내시 모기’를 해당 지역에 살포하려고 하고 있다. 모기 박멸에 동원되는 근로자들이 모기 기피제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으면 파업을 하겠다고 할 만큼 브라질 내에 공포가 퍼지고 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1947년이다. 아프리카 우간다 ‘지카 숲’에서 포획한 붉은털 원숭이가 열이 나는 것을 조사하며 발견됐다. 이어 숲모기(Aedes)가 지카 바이러스를 주로 옮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기는 이미 병원체를 옮기는 주범으로 ‘낙인’찍힌 놈이다. 말라리아·황열·뎅기열·치쿤구니야열·웨스트나일열·지카 등 종류도 다양하다. 밀림에 많은 것이 모기인 것을 생각하면 이들이 바이러스 온상이란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바이러스는 모든 생물체에 다 있다. 사람들도 늘 감기바이러스와 같이 살고 있다. 다만 인체가 면역으로 바이러스가 발을 못 붙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에도 바이러스가 동거·파괴·이동하기도 한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해를 끼칠 때다. 태어난 아기가 두뇌 발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소두증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모기가 원래 살던 적도 부근의 좁은 지역을 벗어나 북미까지 이동하고 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다. 왜 이렇게 널리 퍼지게 된 것일까.


 

3 지카 바이러스 감염 위험 지역. 남미지역이 급속히 증가했다. [자료: 2016.2.2 미국CDC]


미국 워싱턴에서 네 번 월동한 모기브라질의 지카 비상사태가 미국을 뒤흔드는 데에는 미국도 지카 바이러스 모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즉 남미와는 한참 떨어진 워싱턴에서 지카 바이러스 모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4번의 겨울을 살아서 넘긴 것이다. 적도지방에서나 살고 있던 모기들이 워싱턴에서 겨울철을 4년 살아남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워싱턴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면 미국의 다른 지역에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추위가 극성인 최근에 건물 지하실에서 모기를 발견하곤 놀란 적이 있다. 하지만 겨울철 아파트에 산다는 사실보다도 두려운 건 지구온난화로 모기가 퍼진다는 사실이다. WHO는 모기가 이미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도 이동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모기도 북상한다는 이야기다. 모기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는 원인 중의 하나는 항공 이동이다.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의하면 미국 내에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유입된 경로를 확인해보니 모두 다른 지역, 주로 적도 부근의 섬에서 모기에 물려 감염된 환자였다. 이 환자들을 미국 지역 모기가 물어서 전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많은 경우 특정 모기 종류에만 산다. 따라서 원래 지카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던 적도 부근의 모기가 온난화로 서식지가 북상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3 지카 바이러스 감염 위험 지역. 남미지역이 급속히 증가했다.


현 시점에서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문제되는 것은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전혀 없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해당되는 지역을 여행해야된다면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지카 바이러스 모기는 낮에 주로 활동을 한다고 한다. 긴 팔 옷과 긴 바지를 입고 피부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모기 기피제는 필수사항이다. 가능하면 에어컨이 설치된 호텔방을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모기를 만날 확률을 줄인다. 임신중이거나 가까운 시간 내에 계획 중이라면 해당 위험지역을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 미국 보건당국이 성관계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지카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은 모기다. 그렇다고 모기를 모두 죽일 수는 없다. 정상적인 백신 제조는 시간이 걸린다. 실험실에서 백신을 만든 후에 동물에게 실험해보고 다시 점차 수를 늘려가면서 사람에게 실험해야 한다. 평균 10년 걸린다. 비상수단이 필요하다.


 동물 피 항체 ‘지맵’으로 에볼라 치료만약, 아주 만약에, 전 세계가 이름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혹은 에볼라가 전 세계로 급격히 퍼진다면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것일까.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지구 종말이 가능한 것일까. 영화 ‘월드 워 Z(미국·2013)’에서 주인공(브래드 피트)은 좀비 바이러스가 세계를 덮쳐 지구가 멸망하는 상황에서 한 연구소를 찾아간다. 그리고는 해답을 얻는다. 더 강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피가 좀비 바이러스를 막을 것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감염시켜 결국 성공한다. 현실에서는 이것이 가능할까.


2014년 에볼라 사망자가 4000명을 넘어설 때 세계는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만들어져 있지 않았음을 알고 긴장했다. 더구나 최상위 의료국가인 미국 의료진마저 감염되자 공포가 밀려왔다. 당시 2명의 에볼라 환자를 특수항공기까지 동원해 긴급히 본국으로 옮긴 미국은 실험 중이던 치료약 ‘지맵(ZMapp)‘을 주사했고 2명을 살려냈다. ‘지맵’은 에볼라가 생물학무기로 사용된 경우에 대비해 연구 중이었던 치료제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동물에게 주사해서 만든 혈액 속의 ‘항체’다. 이 항체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찰싹’ 달라붙어 죽인다. 당시 원숭이대상 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한 실험단계의 약을 비상조치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현지의 수많은 감염환자에게 주사할 수 있는 ‘지맵’은 준비돼 있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비상수단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WHO가 현지 감염환자들에서 시도한 것은 다름 아닌 회복환자의 피였다. 회복환자는 혈액 속에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돼 있었고 이를 분리해서 환자에게 주사하자는 것이었다. 임시처방이지만 유일한 처방이었다. 물론 위험성도 상당히 있다. 혈장에 있을 수 있는 다른 바이러스 등을 완벽하게 걸러내야 한다. 마치 헌혈한 피의 병원균 검사를 하듯 완벽하게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피, 그것도 에볼라에 걸렸던 사람의 피를 주사로 받는다는 것이 께름칙했던지 그리 많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1995년 콩고 에볼라사태 때 8명 환자에게 주사해서 7명이 회복된 기록이 있다. 물론 대조군이 없는 소규모결과이지만 비상시에 현지에서 급히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이 방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쓰였다.


항생제가 발견되기도 전인 1890년, 치명적인 파상풍환자를 살린 건 파상풍에 살아남은 동물의 피였다. 지금도 뱀이나 독충에 물린 응급상황 시 병원에서 맞는 해독제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독으로 만들어진다. 즉, 뱀독을 미리 말·양에게 주사해서 생성된 항체를 정제해 놓는 것이다. 해독제 속의 항체는 독에 달라붙어서 신경이나 장기를 파괴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항체를 좀 더 정밀하게 연구하고 생산한 것이 미국 에볼라 환자를 살린 ‘지맵’이다. 즉 암·질병을 일으키는 암세포·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동물세포(쥐)배양으로 대량 만들어서 환자에게 주사하는 것이 현재의 ‘항체 치료제’다. 이런 기술은 이미 확보돼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더라도 충분히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물론 미국도 비상상황임을 고려해 실험중인 ’지맵’을 사용했다. 하지만 비상 상황으로까지 가기 전에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 최상이다. WHO가 비상사태를 발령하고, 한국정부가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에 여행 경보를 발령한 것도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유일한 예방책이기 때문이다.


지카의 한국 상륙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바이러스는 자물쇠-열쇠처럼 딱 맞는 숙주만 침입한다. 한국 남부에 있다고 알려진 흰줄숲모기는 국내모기의 0.2% 정도다. 이 모기가 바이러스를 옮기려면 다른 나라에서 감염된 사람을 그 모기가 물어야 하는 아주 적은 확률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카 바이러스가 에볼라처럼 치사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이즈 바이러스도 처음부터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지카를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바이러스 지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평상시 위험 병원체에 대비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ek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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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