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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설날이 아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한 달 만에 다시 하는 게 어색하지만 대다수 한국인에겐 음력 설이 진짜 설이다. 음력과 양력으로 이중으로 새해를 맞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의 그레고리력을 도입한 뒤 설날도 철저하게 양력으로 쇠고 있다.


중화권은 알려진 대로 춘제(春節)로 불리는 설이 최대의 명절이다. 중국 노동자들은 이 기간 동안 일주일 이상 쉬는 게 일반적이다. 한 달 가까이 휴식을 즐기기도 한다. 중국 최대의 잡화 교역시장이 있는 저장(浙江)성 이우(義烏)는 점포도, 은행도 공휴일 없이 개점하기로 유명한데 춘제 때는 한 달 가까이 철시한다. 일부 공장이나 가게는 춘제 연휴가 끝나도 곧바로 가동을 하지 못한다. 춘제 때 고향에서 만난 친지·친척들로부터 조건이 나은 일자리 정보를 얻으면 연휴가 끝나고 바로 일터를 옮기는 일이 잦아서다.


설날은 사실 문화권 별로 날짜가 다르다. 전 세계 인구의 20%를 넘는 무슬림(이슬람 신자)은 히즈리력이라고 불리는 이슬람력으로 설날을 쇤다. 히즈리력은 태음력이라 설날이 그레고리력으로는 매년 조금씩 바뀐다. 올해 설날은 그레고리력으로 10월 3일이다. 현재 이슬람력 1437년인데 올해 설날을 맞으면 1438년이 된다.


이슬람 국가라고 모두 히즈리력을 쓰는 건 아니다. 이슬람권에서도 이란처럼 이슬람 시아파 거주지나 이란 문화권에 속한 지역에서는 페르시아력을 사용한다. 페르시아력은 태양력인데 춘분, 즉 3월 21일이 설날이다. 이란의 설날을 현지에서는 ‘누루즈’라고 부른다. 이란에서 누루즈는 5일을 쉬는 최대 명절이다. 누루즈는 이란 문화권에선 약 3000년 전부터 쇠어온,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설날이다. 현재 중앙아시아, 카프카스, 터키, 발칸 반도, 흑해 연안, 중동 등지에서 3억 명 이상이 쇠고 있다. 시아파 신자가 많은 아프가니스탄 서북부와 고대부터 이란 영향권이었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인도 일부와 터키·아제르바이잔에서도 누루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에서도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에선 누루즈를 설날로 쇠는 사람이 상당수다.


누루즈는 2009년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2010년에는 유엔총회에서 3월 21일을 ‘국제 누루즈의 날’로 선포했다. 세대와 가족 간 화해·평화와 연대를 강조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장려하며 서로 다른 문화권 사이의 이해와 우정에 기여하는 날로 지정됐다. 풍요·즐거움·건강·행복을 상징하는 7가지 재료로 만든 누루즈 정찬도 소중한 음식문화 유산이다.


유대인들은 고유의 달력인 헤브루력을 사용한다. 이 달력으로 올해 새해는 10월 2일이다. ‘로쉬 하사나’로 불리는 유대 설날에는 서로 덕담을 하면서 꿀에 담근 사과나 대추야자·호박·사탕무 등 달콤한 것을 즐기는 날이다. 인생이 달콤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라니, 고난의 역사를 견딘 민족의 지혜가 아닐까.


언젠가부터 한국의 설날 특집 방송에는 결혼을 통해 한국에 살게 된 남녀들이 등장하는 게 일상이 됐다. 다문화의 도도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다문화 시대를 사는 최대의 지혜는 상호 이해일 것이다. 문화권 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설날을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아시아에서 쇠는 우리의 설날도 전 세계가 함께 즐기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생각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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