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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환경규제가 정착하려면


제19대 국회의 의정활동이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산적한 현안을 뒷전으로 한 채 정쟁에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은 어느 국회나 유사하지만 19대 국회의 성적표는 특히 초라하다. 지난해 의안처리율을 보면 12%로 역대 최저수준이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야가 견해를 달리할 법한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통합환경관리법)이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합의 통과된 건 의미가 각별하다. 이는 지난 반세기(半世紀) 동안 유지되어온 환경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법률이다.


최초의 환경법인 공해방지법이 1971년에 배출시설 허가제를 도입한 이래로 우리나라의 환경 법제는 ‘배출구(end of pipe)’ 관리를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배출구에서 대기·물·토양 등 환경매체로 나오는 오염물질의 농도를 규제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사업장에서도 배출 시설별로 각 매체에 대해서 중첩적 허가가 필요했고, 기업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속과 적발 위주로 관리가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유발됐다.


하지만 환경은 일체(oneness)다. 제조과정에서 나온 오염물질은 굴뚝을 통해 대기를 오염시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굴뚝 끝에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집진기를 설치하고 거기에 쌓인 찌꺼기를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찌꺼기 제거는 다른 환경매체를 오염시키게 마련이다. 찌꺼기를 수압으로 제거하면 수질오염을, 찌꺼기를 분리해 땅에 묻으면 토양오염을 야기한다. 그 이전에 집진기에 쓰이는 석회암 채취에 동반될 자연훼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배출구 중심의 환경관리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배출구를 막아봐야 이미 배출된 오염물질은 매체를 달리하며(대기→물→토양) 환경을 떠돌 뿐이다.


환경오염을 줄이려면 오염의 전 과정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법률이 바로 ‘통합환경관리법’이다. ‘통합관리’는 과학기술의 진보와 쌍방향 소통에 터 잡아 매체별로 분산된 사업장 허가·관리절차를 하나로 통합하고 자율적 관리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그 골자로 한다. 배출영향 분석을 통해 매체별 오염물질의 환경영향을 종합 검토한 후 기술·경제적으로 가능한 최적기술을 준거로 삼아 최대 배출기준을 책정하고 여기에 사업장의 여건과 특성을 반영해 사업장별로 맞춤형 허가배출 기준을 부여하게 된다. 이로써 10개에 이르던 인·허가가 사업장당 하나로 되고, 자연히 허가기관도, 지도점검도 통합된다. 환경기준의 설정을 최적기술과 연계하는 것은 허가 당국의 전문성을 높이고, 사업장에 최적화된 환경관리로 나아갈 기회와 기술개발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통합관리는 기업과의 소통을 매개로 허가는 꼼꼼히 하면서도 절차적 부담은 줄이고 스스로 책임을 다하게 하는 협치적(協治的)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일찍이 80~90년대부터 통합환경관리제도를 시행한 유럽 선진국들은 환경 개선은 물론, 매년 4000억원에 달하는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자원절감과 폐자원 재활용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무엇보다도 정부 당국과 산업 현장의 소통과 협업에 의한 규제 설계, 그리고 투명한 절차와 정보의 공유가 제도의 최대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합환경관리제도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사업장의 수용성을 고려해 환경영향이 큰 주요 업종별로 단계적으로 대형 사업장에 적용한다. 사업장 환경관리와 행정기관의 인허가 검토에 지침서가 될 최적가용기법(Best Available Techniques) 기준서도 업종별로 보급된다.


문제는 통합관리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란 점이다. 선행되어야 할 환경기술의 발전과 축적은 지난(至難)할 것이고, 협치는 자칫 관경(官經)유착으로 흘러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기업 환경을 살피면서 점증적으로 제도를 착근시켜야 할 것이다. 모처럼 시작한 통합관리의 창조적 발상이 똑똑한 규제가 되어 기업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고 환경기술 혁신의 계기가 되어 일자리를 만들고 환경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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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