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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개발, 단순히 협상용일까


북한이 네 번째 핵 실험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북한이 정말 핵무기를 사용할 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자. 얼마나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폭탄을 사용하게 될까. 여기서 나는 이들의 능력이 아닌 의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들이 핵무기를 쓸 수 있을지가 아니라 과연 쓸 것인지에 관해서 말이다.


한 때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싼 값에 교환할 수 있는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핵 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 북한은 반복적으로 분명하게 핵 개발이 협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2012년 4월 13일 이후 그들은 헌법을 통해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김정은은 2013년 3월 31일 연설에서 “핵 무장 군이 믿음직한 전쟁 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무기 프로그램은 협상이 아닌 전쟁 억지력을 위한 것이다. 억지력은 꼭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상대방의 가슴에 두려움을 주입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북한의 적대적인 수사법을 보면서도 그들이 화가 나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핵으로 반격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분석이 맞으려면 북한 정권이 두 가지를 믿어야 한다. 핵 공격을 개시할 경우 상대 국가도 똑같이 반격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이로 인해 북한 정권이 궤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둘 중 하나라도 믿을지는 분명치 않다. 북한 정권은 미국인을 포함해 외국인들을 경멸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주저하지 않고 반격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북한은 아주 크고 깊은 방어용 땅굴을 여러 개 파뒀다. 과거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 머지않아 자신도 공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던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핵무기의 직접적인 공격을 견뎌낼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이 땅굴에서 핵무기로 인한 방사능이 정화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냉전 때 만들었다가 폐쇄한 벙커를 1992년 대중에게 공개했다. 이 벙커는 핵무기의 직격만 아니라면 파국을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영국 정부가 핵 전쟁이 터져도 벙커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북한도 똑같이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핵무기의 사용 절차를 완전히 비밀에 부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은 담화를 통해 그들이 생각하는 바를 꽤 자주 밝혀왔기 때문이다. 2013년 핵 위기 당시 노동신문은 핵무기 사용에 관한 최종 결정은 북한 인민군 최고 사령관인 김정은의 권한이라고 분명히 보도했다. 지난달 8일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핵 문제에 관해 결정하는 7인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협의를 거친 결정은 소수의 합의보다 좀 더 균형잡힌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김정은의 몫이다. 비록 북한 간부들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를 제외하고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할지라도 북한이 믿을 수 있는 국가인가란 측면에서 보면 이런 보장엔 의구심이 든다.


중국이 선제적 핵무기 사용금지를 선언한 것은 유일한 동맹국으로서 북한에 핵 정책 방향을 제시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재래식 침략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북한의 여러 공식 발표는 이런 정책과는 반대다. 말하자면 북한은 핵 선제 공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이 스텔스 폭격기를 한반도에 출격시켜 대북 압박을 가한 2013년 3월 29일 김정은은 미국의 위협이 더 강해지면 다르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도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침략자들이 북한을 공격하려 한다면 “정의를 위한 무관용의 신성전쟁”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만약 무관용이 핵무기 사용을 의미한다면 김정은은 세계에 그의 한계점이 위험할 정도로 낮다는 걸 알린 셈이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지 여부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고, 핵 공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알려주는 정황들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것은 최근 대북한 정책들이 핵무기를 실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협은 꽤 가까운 현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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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