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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정치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말씀 안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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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는 더불어민주당에서의 역할이나 출마 등에 대해 “아마 늦어도 한 달 내로 확실하게 밝힐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마치 면접관이 된 느낌이었다. 그의 표정이 내내 굳어 있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53)씨.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인 그는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95) 여사의 혈육이다.

이 여사는 지난달 26일 침대에서 떨어진 뒤 입원해 열흘째 강한 진통제에 의존해 쉬고 있다고 김 교수가 전했다.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그래서 더 무거웠다.

김 교수는 지난달 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 여사를 예방한 뒤 ‘지지 표명을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문을 냈다. 이어 24일에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논란 속에 25일 중국으로 떠났던 그는 이 여사가 입원한 다음 날 바로 귀국했다.
어머니가 안철수씨를 지지하셨다고 보도했는데, 그건 분명히 오보거든요. 그걸 보고 제가 어머니께 ‘이런 기사가 났습니다’ 하니까 ‘어이구 맙소사’ 하면서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나서서 해명하게 됐습니다. 어머니는 현실정치에 개입 안 하시고, 앞으로도 안 하십니다.”
정치 할 생각이 있나요.
“직업 정치인이 되거나 출마하고 싶어 나온 것은 아니고요. 무슨 역할을 해야 되겠다, 이런 것을 아직 저도 생각 중이고… 더민주도 지도부가 바뀌지 않았습니까. 그분들하고 아직 상의를 못한 상태니깐 제가 함부로 이야기하기가 이르다고 해야겠죠.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주고받는 거래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는 “아마 늦어도 한 달 내로 적절한 시기에 확실하게 밝힐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뭐라고 말했나요.
“6개월 이상 지난 일인데, ‘뭘 주겠다, 나한테 와라’ 이런 표현이 아니고 ‘같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대의명분이 있는 일이라면 나서서 도와드릴 수 있겠지만 당내 계파 간 싸움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드는 모습으로 비치는 건 할 수 없다. 제가 정치인이 되기에는 좀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정도로 말씀드렸습니다.”
문 전 대표는 김 교수가 출마를 안 할 거라고 말했는데.
“지금 말씀드린 그 부분을 강조한 거죠. 저는 출마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 두 달, 정확히 시기는 기억이 안 나는데 개인적으로 이러저러한 사정도 있고, 그 당시 정치 상황이 혼란스럽고 하니깐 과거에도 한번 말씀드렸지만, 정계에 진출하는 것은 좀 어려울 것 같다. 이런 말씀은 다른 사람을 통해 드린 적은 있습니다.”
어머니와 상의는 했나요.
“어머니와 자식 간의 대화를 다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지난해에도 어머니께서 소문을 들으시고 물어보셔서 ‘뭐 지금 별 생각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무소속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6월 문 전 대표가 김홍걸 교수를 공천하자고 제안해 이 여사에게 보고했다”고 1일 공개했다. “그랬더니 이 여사께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라고 통보하라고 하셨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부인했다.
 
“어머니는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 일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평소에도 그런 과격한 표현을 하시는 일이 없으십니다. 확인해 보고 싶어도 지금은 어머니께서 입원해 안정을 취하시고 계셔서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김 전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 봐 정치에 선을 긋는 어머니와 김 교수 입장이 다르네요.
“어머니는 과거에도 정치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신 적이 없습니다. 제가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막내니깐 아무래도 걱정이 되시지 않겠습니까. ‘신중하게 판단해서 잘해라.’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시는 부모로서의 심정이지, 정치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렇게는 말씀 안 하신다는 거죠. 그건 확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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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9월 24일 서교동성당에서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와 이희호 여사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 3남 홍걸씨와 부인 임미경씨. [중앙포토]

김대중 전 대통령도 홍일·홍업씨의 공천 문제로 논란이 일자 “나 때문에 고문을 당하고, 취직도 못하고, 고난을 겪었는데 아버지로서 막을 수가 없다”고 말했었다.

장남 홍일씨는 권노갑 전 의원으로부터 목포 지역구를 물려받아 15, 16대 의원과 17대 비례대표의원을 지냈다. 차남 홍업씨는 17대 무안-신안 보궐선거에 당선됐으나 18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김홍걸 교수는 박지원 의원의 목포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출마설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 때 3형제는 모두 비리 혐의로 수감됐다.
 
2002년 5월 최규선 게이트로 아버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는데.
“제가 어리석고 세상 물정도 모르고 해서 잘못을 저지른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고요. 두 분 어른(대통령 내외)께서 5년 임기 동안 정말 깨끗하고 공정하게 일을 수행해 오셨는데 저 때문에 오점이 남게 돼 굉장히 죄송스럽습니다.”
탈당한 아버지 측근들은 무슨 말을 했습니까.
“별 말이 없었습니다. 박양수 전 의원이 전화해서 ‘이왕 나섰으니 잘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만 해주셨습니다. 박지원 전 대표는 며칠 전 잠깐 전화해서 ‘어머님이 몸이 많이 안 좋으시니 마음 편하게 해드리자’, 그 정도 말씀만 했습니다. 저도 그분이 잘되기를 바랍니다.”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건가요.
“그분들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고, 그분들은 그분들대로 소신이 있어서 한 것이고, 저는 저대로 생각이 있어서 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그분들을 존중하는 것처럼 그분들도 저를 존중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70대 중반을 넘어 저와는 세대차이가 있죠. 사고방식도 다른 것이고요.”
왜 더민주입니까.
“욕하려는 것이 아니고 아직은 안철수 의원이나 그쪽 당의 정체성, 지향하는 바를 잘 모르겠습니다. 분열이 되어서 비슷하게 갈라져 버리면 결국 여당에만 어부지리를 주게 되니까 그것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거죠.”
그동안 정치와 관련해 해본 일은 있습니까.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 지원유세를 조금 다닌 거 빼고는 정치활동이라는 걸 해본 게 없습니다. 아버지께서 세 번 출마하셨을 때도 유학 중이었습니다.”
그는 1982년 고려대 불문과에 입학했다가 84년 미국으로 갔다. 90년 귀국해 결혼하고 복학해 93년 졸업했다. 아들 둘을 두었다. 94년 입학한 캘리포니아대에서 2000년 국제관계학 석사를 받았다.

그는 요즘 “도서관 일을 거들며 중국을 수시로 다니고, 한·중 문화·경제 교류에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김진국 대기자, 정리=안효성 기자 kim.jinkook@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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