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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vs 사회주의자…클린턴·샌더스, 거부감 덜한 쪽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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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左), 샌더스(右)


“대관식을 향한 마라톤이 시작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치러진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당원 대회) 결과를 분석한 워싱턴포스트(WP) 기사는 이런 문장으로 끝맺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의 초박빙 승부로 ‘세계 최대의 정치쇼’라는 미 대선은 화려하게 막이 올랐다.

누구나 샌더스 돌풍을 이야기했지만, 지지율 1% 미만에서 시작한 그가 아이오와에서 49.6%까지 득표할 줄은 몰랐다. 어쨌든 클린턴은 0.2%포인트로 신승했고 샌더스는 지고도 이겼다. 두 명의 승자가 앞으로 벌일 대결은 미 대선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그 덕에 민주당은 아이오와 코커스의 또 다른 승자가 됐다. 미국의 시사지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두 후보의 접전은 민주당에도 좋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독이 되기 십상인 ‘클린턴 대세론’ ‘클린턴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샌더스의 선전이 당원들의 열정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어질 선거전 흥행도 보장받았다.

더구나 공화당은 테드 크루즈(텍사스주) 상원의원와 도널드 트럼프라는 극우 강경파가 1·2위를 차지했다. 아버지와 형이 대통령 출신이어서 주목 받았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본선 대진표가 어떻게 짜일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여러모로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이다. WP가 민주당 최종 후보 결정을 ‘대관식’이라 표현한 것도 이 같은 판세를 반영한 것이다.

2008년 미국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선택했다. 공고한 인종주의의 벽을 깬 선거 결과는 그 자체로 역사가 됐다. 2016년 미국에 예정된 ‘대관식’ 역시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또는 사회주의자 대통령, 어느 쪽이든 역사적인 선택이다.

클린턴과 샌더스는 존재만으로 특별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취약하다. 아이오와 코커스 직전인 지난달 30일 현지 신문 디모인 레지스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나” “사회주의자 대통령도 괜찮은가”라는 문항이 포함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아직은 미국 사회가 두 후보의 배경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전제가 설문에 깔려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11%가 여성 대통령에게, 25%가 사회주의자 대통령에게 거부감을 나타냈다.

미국 언론도 두 사람의 경쟁력을 따지면서 성차별(sexism)과 사회주의(socialism)를 키워드로 사용하곤 한다. 대관식을 향한 마라톤은 클린턴과 샌더스, 두 사람의 대결이면서 동시에 각자의 한계를 극복하는 여정인 셈이다.

클린턴에겐 오랫동안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쏟아졌다. 클린턴의 열혈 지지층으로 꼽히는 ‘대학 교육을 받은 50~60대 여성’들은 클린턴을 통해 그들이 상상도 못했던 꿈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최소 8년의 기다림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까.

“민주당원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샌더스를 향한 열광 이면엔 성차별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샌더스가 클린턴을 역전한 뒤 미 온라인 매체 쿼츠는 그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뉴햄프셔주에 국한된 조사였지만 내내 선두를 지켰던 클린턴을 추월했기에 크게 보도됐다. 기득권 세력인 클린턴에 대한 진보적 대안으로 샌더스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여성 대통령이 껄끄러워 남성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 샌더스의 주요 지지자는 젊은이와 백인 남성이다. 젊은 층 중에서도 남성의 지지율이 더 높다.

지난달 말 NBC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4세의 남성 70%, 여성 65%가 샌더스를 지지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지지율은 낮아졌지만 65세 이상에서도 남성의 샌더스 지지율(36%)이 여성(26%)보다 높았다.

더구나 샌더스의 지지자는 백인에 집중돼 있다. 가장 급진적인 후보를 주류 기득권 유권자가 열렬히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성차별로 인해 클린턴이 손해 보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은 “샌더스가 클린턴보다 대단히 진보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거대 은행을 해체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조세개혁을 실시하겠다는 ‘경제 공약’을 제외하면 오히려 클린턴보다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샌더스는 2007년 이민법 개정에 반대했고 강력한 총기 규제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진보적 유권자와 정치평론가들이 이런 문제들은 은근슬쩍 넘긴다고 꼬집는다. 상원의원 83%가 남성인 보수적인 미국 정치판에서 클린턴조차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사회주의자라 자칭하는 건 썩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의 이야기다. 샌더스의 선전 덕에 민주당 경선의 흥행 가능성은 커졌지만 동시에 적잖은 부담이기도 하다. ‘샌더스 효과’가 대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1월 8일 대통령 선거일엔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민주당은 2014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했다. 공화당이 양원을 장악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을 운영 중이다.

다수당 자리를 탈환하는 것 역시 중요한 숙제인 민주당은 사회주의자 후보가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대중적 인기의 원천인 샌더스 공약의 실현 가능성도 문제로 거론된다. 호이어 원내총무는 “부자 증세가 필요한 샌더스의 전면적 건강보험 공약이 의회에서 승인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단언했다. 모든 이를 위한 건강보험 ‘메디케어포올(Medicare-for-all)’은 WP 역시 “허구로 가득 찬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샌더스는 주류로부터 비판받는 이 공약으로 지지율 50%를 쌓아 올렸다. 그가 대중의 뜨거운 열망을 업고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지만 현실 정치의 눈으로 따졌을 때 한계는 너무나 명백하고, 따라서 민주당과 유권자에게도 실망을 안길 위험이 무척 크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샌더스의 본선 경쟁력엔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된다.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 때문에 2008년 오바마에 비교되기도 하지만 샌더스의 지지층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당시 오바마는 미국 내 소수자인 흑인·히스패닉 등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2016년 이들은 샌더스보다 클린턴을 선호한다.

지난달 말 NBC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흑인은 전 연령대에 걸쳐 샌더스보다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공화당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마이너리티 표밭’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샌더스는 반쪽짜리 후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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