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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심사 깐깐해져 주택거래 ‘냉기’ 신규 분양은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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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기존 주택 매매시장은 한산한 반면 분양시장은 청약자로 북적이며 청약 열기가 식지 않았다. 지난달 말 1순위 평균 3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낸 서울 잠원동 신반포자이 견본주택에서 방문객이 아파트 모형도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집 사도 될까.” 올 설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 앉아 부동산 얘기를 한다면 가장 많이 나올 말이다.

지난해 설엔 “집을 살까”였다. 1년 새 ‘기대’에서 ‘불안’으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설엔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아파트값이 상승 무드를 탔던 반면 올해는 딴판이다.

연초부터 주택매매거래가 크게 줄고 있다. 집값 상승세는 멈추다시피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5500여 건으로 지난해 12월(8214건)보다 33% 감소했다. 지난해 1월(6824건)보다는 20%가량 적다.

지난달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0.05% 오르는 데 그쳤다(한국감정원).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0.29%)에 비하면 상승률이 뚝 떨어졌다. 월별 상승률로는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2014년 8월 이후 가장 낮다.

특히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 강남구(-0.29%)와 송파구(-0.02%)가 지난달 집값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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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지웰 테라스의 견본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방문객이 줄을 선 모습. [뉴시스]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들어 매수세가 끊기면서 호가(부르는 값)가 내리고 있다”며 “최근엔 급매물에도 매수세가 전혀 붙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설 연휴 이후에도 이어질 것 같다. 서울·수도권에선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시작돼 주택 매매 수요가 더 위축됐다. 대출 때 소득심사가 깐깐해지고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1년으로 줄어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은 집을 사기가 어려워졌다.

거치기간을 활용해 이자만 내다 가격이 오르면 되팔려는 투자 수요의 접근도 어려워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대출 규제 완화와 저금리로 풀린 자금이 집값을 떠받쳤는데 돈줄을 죄면 주택시장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불안한 국내외 경제 상황도 매수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가계도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주택 구입 같은 목돈 지출을 부담스러워한다. 주택 공급 과잉 우려에 따른 불투명한 집값 전망도 주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50만 가구가 넘게 분양됐다. 이들 단지가 입주하는 2~3년 뒤에는 주택시장이 몸살을 앓을 수 있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내놓는 기존 집과 입주하지 않고 팔려는 새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집값이 당장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세난을 피해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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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집값이 꽤 올랐지만 전셋값 상승폭이 더 커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많이 줄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과 매매가격은 26.8% 차이 난다. 2년 전 34.6%에서 꽤 줄었다. 전셋값에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규제 등으로 시장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계절적으로 비수기까지 겹쳐 연초 시장이 급랭했다”며 “주택 거래가 활발한 봄 성수기를 맞으면 다소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분위기가 냉랭하지만 내 집을 마련하거나 다른 집으로 갈아타려는 실수요마저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급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공급 과잉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전세난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수요자라면 지역 공급량 등을 따져본 뒤 매수에 나서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서도 청약 열기가 식지 않았다. 지난달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가장 비싼 3.3㎡당 4290만원에 분양된 신반포자이는 청약 1순위 평균 경쟁률이 38대 1 이었다.

신규 분양 주택은 대출규제 강화에서 제외돼 기존 주택시장 위축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분양가의 10% 정도인 계약금만 있으면 되고 입주 전에 분양권을 팔 수 있어 자금 부담이 적다.

설 이후엔 분양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다음달까지 전국에서 예년보다 많은 6만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건설업체들이 청약 온기가 남아 있는 4월 총선 전에 분양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인기지역 물량이 눈에 많이 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강북 재개발 단지를 비롯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신규 분양 물량이 대기 중이다.

서울 강남권에 남은 마지막 알짜 저층 단지로 꼽히는 강남구 개포지구 주공아파트들이 재건축돼 일반분양을 시작한다. 다음달 주공2단지를 다시 짓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첫 분양 테이프를 끊는다.

분양대행사인 미드미디앤씨 이월무 대표는 “아무리 인기 지역이라 하더라도 분양가를 꼼꼼히 따져 주변 시세보다 비싸면 분양받을 메리트가 적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늘고 있기 때문에 앞서 분양이 많은 지역도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설 이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재건축·재개발이다. 잇따른 규제완화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다음달부터는 사업승인 이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조합 설립 이후에야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어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 3분의 2 이상인 재건축 조합설립 동별 동의요건도 2분의 1 이상으로 바뀐다.

아파트와 단지 내 상가뿐 아니라 오피스텔을 들일 수도 있고, 자치단체에 공공시설용지로 무상 제공해야 하는 기부채납을 땅 대신 현금으로 낼 수도 있다. 그만큼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채산성이 좋아진 것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물론 강북권 재개발 단지도 주목할 만하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한남뉴타운 등지가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조합원 간 갈등이 적어 사업이 순항하는 구역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금리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연평균 5.5%대로 여전히 예금금리의 두 배 이상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다른 마땅한 투자처도 없어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여전히 주목받는 투자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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