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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부지깽이

부지깽이
- 조승래(1959~ )


 
기사 이미지
불을 살리고 다독이느라

함께 타며 여위어가던 어머니

아궁이마저 사라졌는데

몽땅해진 지팡이 들고

또 그 어디에서

분주하게 아궁이를

헤적이시는지


“나의 세계는 사물들 곁에서 시작한다.”(릴케) 시인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부지깽이라는 사물을 통해 다가온다. 부지깽이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축약이고, 시인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어머니를 읽는 문(門)이다. 세상은 변하고 부지깽이와 함께 어머니도 거의 무용(無用)의 상태가 됐다. 그러나 생활의 관습은 어쩔 수 없는 법. 어머니는 지금도 “몽땅해진 지팡이”로 세상의 “아궁이”를 “헤적”인다. 이 무용성이 시인을 안타깝게 한다. 어찌하나. 세계는 쓸모를 계속 만들어 내면서 동시에 많은 것의 쓸모를 버리니.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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