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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임원으로 산다는 것은] “별이 빛나려면 주변이 어두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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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기업의 임원을 ‘별’이라고 부른다. 신입사원 눈에는 아득히 먼 별이다. 부장들에겐 닿을 듯 말 듯 애타는 별이다. 어느 드라마의 표현처럼 그들은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디디면서도 하늘을 보는 거인(巨人)’일지 모른다. 100대의 1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오를 수 있는 자리. 대한민국 김 상무와 이 전무도 자신을 별 또는 거인으로 여길까. 대·중견·중소·벤처기업 임원 100명에게 ‘임원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대한민국 임원의 평균 모습을 지닌 가상의 ‘김 상무’를 통해 그들의 열정과 애환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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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중앙포토]

대기업에 다니는 김 상무는 올해 51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년 전 입사한 그는 16년 만에 부장을 달았고, 4년 전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상무)에 올랐다.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1000명 입사하는 경우 24명이 부장으로 승진하고 7.4명만이 임원으로 승진한다. 대기업에서 임원 승진 비율은 0.47%, 중소기업은 5.6%다). 그 사이 함께 입사한 동기는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임원으로 승진 못 한 동기는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미안해 하는 김 상무에게 동기는 “별이 빛나려면 주변이 어두워야 하는 거지”라는 말을 남겼다.

회사에서 제공한 그랜저를 타는 그는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다. 7시 30분쯤 회사에 출근하면 회의 또 회의다. 하루에 내부 회의 두세 번은 기본이다. 고객·협력사와 미팅도 수시로 잡힌다. 야근과 주말 근무는 예사다. 평균 주 2~3회는 별을 보며 퇴근한다. 일이 몰리면 주말에도 출근한다. 부하 직원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월 2~3회 회식도 한다. 고객·협력사와의 술자리는 더 많다. 보통 한 달에 6회 이상이다. 간혹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혼자 마시거나 친구와 마실 때도 있다. 김 상무는 그렇게 일주일에 3~4회 술을 마신다.

고달픈 전쟁 같은 하루

몸은 힘들지만 김 상무는 임원 자리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낀다. 업무가 더 원활하게 풀리고 휴일·휴가가 확실히 보장되면 더 행복할 듯하다.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김 상무는 “기업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지만 임원이 휴가와 휴일을 꼬박꼬박 챙기는 것은 책상을 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스트레스도 많다. 부사장이나 사장에게 질책을 받는 것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업무 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다. 김 상무는 “임원에 오르려면 리더십과 친화력, 사내 인맥을 갖춰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업무 능력”이라고 말했다. 역으로 업무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면 비정규직인 임원 자리에서 밀려날까 불안감이 몰려온다.

‘일과 삶의 균형’은 사치

직장인이면 누구나 바라는 선망의 자리지만, 그는 곧잘 외로움을 느낀다. 김 상무뿐만 아니다. 동료 임원 10명 중 8명은 외롭다는 말을 한다. 사표를 던지고 싶을 때도 많다. 김 상무는 별 중의 별이라는 사장단에 100%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가능성을 따지면 10~50% 정도다. 그렇다고 다시 만년 부장으로 돌아가기는 싫다. 어떻게 오른 자리인데….

김 상무의 고민은 또 있다. 그는 “임원의 명줄을 잡고 있는 것은 오너가 아니라 부하 직원”이라며 “부장이나 중간 관리자(과·차장)가 어떤 사람이냐가 임원의 리더십만큼 중요하다”고 털어 놨다. 그는 “임원도 사람이다 보니 좋고 싫은 부하 직원이 갈린다”고 했다. 그는 “조직 내에서 리더가 여러 구성원을 동일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리더 구성원 교환 이론(Leader Member Exchange Theory)’은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부장급보다는 과·차장급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다. 그는 “승진 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고참 부장은 사실상 임원의 경쟁자”라고 귀띔했다. 김 상무는 책임감 있고 창의적이며 업무 능력이 뛰어난 부하와 함께 일하기를 원한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조직에 충성할 줄 알고 성실하다면 금상첨화다. 반대로 절대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유형도 있다. 거짓말을 자주 하거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부하는 질색이다. 무능력하고 게으른데, 실수도 잦다면 다른 부서로 보내고 싶다. 김 상무는 “언제든 내 등에 칼을 꽂을 것 같은 부하 직원도 1급 경계 대상”이라며 웃었다.

김 상무에게 ‘일과 삶의 균형’ ‘저녁이 있는 삶’ 따위의 말은 사치다. 일주일 동안 그가 가족과 마주앉아 밥을 먹는 횟수는 두세 번이 고작이다. 일이 많을 때는 한 번도 어렵다. 자녀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시간도 거의 없다. 일주일에 30분도 얘기를 나누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 건강도 걱정이다. 김 상무는 임원이 된 후 체중이 줄고 탈모 증상을 겪었다는 주변 임원들의 얘기를 자주 듣는다. 불안한 김 상무는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2~4시간 정도 걷기·피트니스·등산 등 운동을 하려고 애쓴다. 주말에는 가끔 골프장에도 나간다. 스트레스는 주로 운동이나 취미활동으로 푼다. 임원직을 유지하거나 승진을 위해 자기계발에도 주당 2~5시간을 투자한다.

김 상무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억대 연봉을 받지만 경제적 근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공개한 ‘2014 재직자 조사’에 따르면 기업 고위 임원 평균 연봉은 1억 2181만원으로 국내 직업군 중 가장 높았다. 자산 기준 30대 그룹 상장사의 임원 연봉은 직원 평균 연봉의 10.8배라는 조사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소득은 연 3829만원이었다). 김 상무는 자신이 소득 상위 20% 내에 든다고 생각한다. 집도 있고 금융자산도 적지 않지만 노후를 생각하면 불안하다. 그래서 가끔은 로또를 사기도 한다. 김 상무는 퇴직을 하면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할 생각이다.

노후 불안해 가끔 ‘로또복권’ 사기도

김 상무는 정치·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자신의 정치성향을 ‘중도’라고 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대체로 공정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는 ‘출발과 과정에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여기지만 ‘자율과 창의가 제약받지 않고 최대한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사회’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한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정치와 노동·교육 분야 개혁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김 상무가 생각하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수행 평가 점수는 ‘C’ 또는 ‘D’다.

김태윤·박성민 기자 pin21@joongang.co.kr

응답자 평균 연령 50.5세, 임원 경력 4.1년

본문의 ‘김 상무’는 본지 설문조사에 응한 기업 임원 100명(대기업 66명, 중견·중소·벤처기업 34명)의 응답과 인터뷰, 각종 임원 관련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한 대한민국 기업 임원의 평균 모습을 지닌 가상의 인물이다. 설문조사는 1월 10~22일 e-메일 회수 방식으로 했다. 설문지는 기초조사(4문항), 회사생활(22문항), 라이프스타일(8문항), 경제생활(10문항), 사회 인식 및 정치관(10문항)으로 구성했다.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50.5세. 최연소 임원은 38세, 최고령은 62세다. 성비는 남성 87명, 여성 13명이다. 응답자의 임원 평균 경력은 4.1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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