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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천 '백골 여중생' 아버지 "기도하면 살아날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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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여중생 변사 사건 피의자인 아버지와 계모가 부천소사경찰서에서 이송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아버지가 가출 신고한 여중생 딸이 자기 집 방에서 숨진 뒤 11개월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된 부천 최군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아버지와 계모 등의 학대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목사와 계모 그리고 이모
빗자루·빨래건조대로 5시간 폭행, 사망 혐의

이들은 딸의 시신을 집에 방치한 이유를 "기도를 하면 딸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부천 소사경찰서는 3일 폭행치사 혐의로 이모(당시 13세)양의 아버지인 목사 이모(49)씨와 계모 백모(40)씨를 긴급체포했다. 또 이양을 2012년부터 맡아 기르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등 학대한 혐의로 백씨의 여동생(39·새 이모)도 긴급 체포했다.

이씨와 백씨는 지난해 3월 17일 부천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오전 7시부터 5시간 동안 빗자루와 빨래건조대 등으로 이양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이불로 덮어 11개월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발견한 이양의 시신은 오랜 시간 방치된 탓에 밀랍형 미라 상태였다. 이씨는 "당일 딸에게 가출 이유 등을 추궁하며 폭행을 했고 '잠을 자라'고 한 뒤 다른 방에서 잠을 잤다"며 "같은 날 오후 7시쯤 일어나서 보니 딸이 죽어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씨 등은 이후 딸의 시신을 이불로 덮어 방치했다. 시신이 썩는 냄새가 밖으로 나갈 것을 우려해 방안에 향초를 켜고 방향제를 뿌리기도 했다. 경찰은 이양의 시신이 발견된 방에서 곳곳에 놓인 방향제 10여개를 발견했다.

이들은 딸이 부활할 것이라고 생각해 딸의 시신을 방 안에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이씨와 백씨는 "우리가 열심히 기도를 하면 딸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이양의 시신 주변에 초를 켜고 기도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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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딸의 시신을 장기간 집 안에 방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이씨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딸이 숨진지 보름 뒤인 지난해 3월 31일 경찰에 "이양이 17일(사망일)에 가출했다"며 거짓 가출 신고를 했다.

그러나 인천 A양(12) 학대 사건 이후 장기결석 아동과 가출 청소년 전수 조사 차원에서 이양의 행방을 추적하던 경찰에 의해 결국 덜미가 잡혔다. 경찰이 지난달 이양의 초·중학교 친구에게서 "지난해 3월 15일쯤 가출한 이양을 만났는데 종아리와 손에 멍자국이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어제(3월14일) 많이 맞았다'고 말했다"는 결정적 진술을 얻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양이 학대를 당했다고 판단하고 아동학대 혐의로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이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지난해 이양의 가출 신고를 접수한 뒤 이씨를 3차례 정도 만나고 수시로 전화 통화를 했는데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이씨가 계속 '내 직장인 학교로 오라'고 해 집에 들어가진 못했다"고 말했다.

목사인 이씨는 독일에서 유학하고 박사 학위를 땄다. 현재 수도권의 한 신학대학교에서 겸임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07년 독일에서 유방암으로 숨진 전처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뒀는데 이양이 막내다.

그는 전처가 사망한 뒤 2009년 12월 자신이 겸임교수로 있는 신학대의 평생교육원을 다니던 백씨를 만나 결혼했다. 백씨는 초혼이었다.

그러나 백씨가 자녀와 갈등을 빚으면서 가정이 붕괴됐다. 2012년 아들(19)이 가출하자 이씨는 그해 큰딸(18)은 지인의 집으로, 막내딸인 이양은 백씨의 여동생 집으로 보냈다. "백씨의 여동생에게 이양과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으니 잘 지낼 것 같았다"는 것이 이씨의 해명이었다.

이후 집에는 이씨와 백씨 부부만 살았다. 자녀와 왕래도 하지않으면서 이양의 오빠와 언니는 동생이 사망한 사실도 몰랐다고 경찰은 전했다.

백씨의 여동생에게 맡겨 진 이양은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견디다 못한 이양은 가출을 시도했다. 중학교에 입학한 지 2주 만인 지난해 3월 15일에도 가출했다. 그러나 사망 당일인 17일 오전 1시쯤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교사의 손에 이끌려 이씨와 백씨가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 사이에 한번 도망을 가기도 했지만 곧 다시 붙잡혔다. 이후 5시간 동안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고 결국 사망했다. 죽은 뒤엔 집 안에 유기됐다.

그러나 이씨는 밖에선 다정한 아버지로 행세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에는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는 두 딸의 사진을 올려놨다.

하지만 이씨는 인근 주민들과는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 인근 주민은 "사건이 일어난 그 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는 목사로서 교회 활동은 최근까지 계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담임목사로 있덨던 부천의 모 교회가 입주한 건물의 한 상인은 "어제 오후 8시까지도 교회에서 찬송가 울려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이씨가 담임 목사로 있던 교회의 신도는 20명정도 됐다"며 "매주 일요일 이씨를 만났는데 이씨는 평소 다른 사람을 보면 다소 까칠하게 대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 등을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확한 사망 시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이양이 이씨와 백씨의 직접적인 폭행이나 학대에 의해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증거가 확보되면 이들에게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천=최모란·조한대 기자, 수원=임명수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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