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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SNS 블라인드를 아시나요"···뒷담화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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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만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지만 화자가 누군지 비밀은 보장해주는 공간. 그래서 뒷담화나 하소연이 자연스러운 곳. 믿을 만한 직장 동료 몇몇과의 술자리 쯤 될 테다.

스마트폰 안에도 이런 공간이 있다. 2013년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직장인 전용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라인드’다. 블라인드는 회사 메일을 통해 인증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 가입한 뒤엔 자신의 회사 익명 게시판과 업종 게시판을 보고 글을 쓸 수 있다. 같은 회사 소속(물론 누군지는 모른다) 회원과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쳤던, 현대판 ‘대나무 숲’인 셈이다.

이 앱을 만든 팀블라인드에 따르면 현재 블라인드엔 1100여개의 회사 게시판이 개설돼 있다. 보통 30명의 요청이 있어야 회사 게시판이 만들어지는 걸 감안하면 최소 3만명 이상이 이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종 게시판도 60개에 달한다.

블라인드가 처음 유명세를 탄 건 땅콩 회항 사건 때였다. 조현아 부사장이 마카다미아 때문에 비행기를 세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 부사장과 아버지 조양호 회장을 부를 때 쓰는 영문 약자가 쓰여 신빙성을 더했다.  누군가가 그 글을 개방형 공간에 퍼뜨렸고 언론에까지 보도됐다.

지난해 말 신입사원에까지 희망퇴직을 강요해 논란이 됐던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블라인드가 진원지였다. 희망퇴직을 권고받은 20대 직원이 “너무한 것 아니냐. 하반기 공채 지원도 할 수 없는 시기”라며 푸념하듯 올린 글이 인터넷상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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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박용만 회장이 나서 사태를 진정시킨 두산인프라코어 신입사원 희망퇴직 사건의 진원지였던 블라인드 글. 오른쪽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이어진 대한항공 직원의 블라인드 게시물.


 ◇"익명이지만, 정보는 믿을 수 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이렇게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지는 건 익명 커뮤니티임에도 ‘믿을만한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정영준 팀블라인드 대표는 “회사 메일 인증 방식을 쓰다 보니 그 회사 직원이 아니면 가입하기 어려워 글을 올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서로에 대해 신뢰한다”고 말했다.

특히 업종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땐 회사 이름이 표시되는데, 이 점도 신뢰를 높인다. 정 대표는 “회사 이름을 달고 글을 올리다 보니 거짓 정보는 잘 올리지 않는 것 같다”며 “익명 커뮤니티에선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정보와 욕설 등이 검증 없이 유통되지만 블라인드에선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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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는 익명게시판이지만 직장 메일을 통해 인증 받은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용자와 게시물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이용자들도 이걸 장점으로 꼽았다. 유통업체 직원인 김모(27)씨는 “회사 복지나 임직원 혜택 같은 정보도 블라인드에서 얻을 정도로 믿을 만 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의 식음료 회사에 다니는 김모(29)씨는 “같은 회사, 같은 업종 사람들에겐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공감대 같은 게 있어서 대화하기 좋다”고 했다.

◇‘리스크 관리’ 나선 기업, 앱 단속도
블라인드 사용자가 늘면서 기업도 ‘관리’에 들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의 홍보 담당 임원 A씨는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외부로 유출돼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생기면서 게시글과 댓글을 챙겨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엔 포스코가 직원들의 블라인드 가입을 금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땅콩 회항이 문제된 직후 대한항공 측도 임직원들에게 “블라인드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띄웠다.

실제 위기 상황으로 번진 경우도 적잖다. 지난해 초 스타벅스 직원이 블라인드에 일부 고객을 두고 ‘별거지’ ‘텀(블러)거지’ 등으로 헐뜯은 게 외부로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공분을 샀다.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스타벅스코리아 측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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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지 논란이 불거지자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사태 때도 파장이 커지자 박용만 회장이 나서 “신입사원은 희망퇴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직원들에겐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사소한 뒷담화에 기업이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큰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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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신입사원 희망퇴직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박용만 회장이 직접 나서 "신입사원을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기업이 블라인드를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블라인드 효과’란 말도 생겨났다. 블라인드에 글을 올리면 바뀐다는 얘기다. 정영준 대표는 “지인들로부터 블라인드에 불만을 올린지 얼마 안 돼 문제가 개선됐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며 “기업 측이 블라인드에 올라온 직원 여론을 살펴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위적인 기업문화, SNS 피로감도 역할
블라인드를 생산성 없는 뒷담화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권위적인 기업 문화의 또 다른 얼굴이란 얘기다. 문화평론가인 강태규씨는 “상명하복식 문화 때문에 기업 내에선 아래에서 위로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며 “그렇다 보니 사내 의사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런 식의 ‘뒷담화’로 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블라인드에 올린 한 사용자는 “문제제기를 해도 정작 가해자는 크게 처벌받지 않고 피해자에게만 주홍글씨가 붙는 걸 봤다”며 “회사 인사팀에서 블라인드를 체크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SNS에 대한 피로감이 블라인드 인기 요인이란 분석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익명게시판이나 서비스가 그간 없었던 게 아님에도 최근 이런 서비스가 주목받는 건 SNS 사용량이 늘면서 모든 걸 다 노출하고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게시물 유형은
 그렇다면 블라인드엔 어떤 게시물이 올라올까. 6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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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언·이어진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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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