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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숫자와 그림으로 쓴 맞춤 뉴스…저널리즘 방향 보여준 NYT ‘업샷’

2004년 통계학 석사과정 중에 뉴욕타임스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한 여성이 그 인연으로 이듬해 뉴욕타임스 그래픽팀에 합류했다.

R이란 프로그래밍 언어로 자료를 분석하고 그래픽을 그려 정치부와 경제부 편집자에게 넘기던 일을 9년간 수행하다가 2014년 4월 뉴욕타임스의 데이터 저널리즘 브랜드인 ‘업샷’이 출범할 때 합류했다.

여기에서 선거 보도와 정책 보도를 주도한 공을 인정받은 그녀는 지난주 ‘업샷’의 편집자로 승진했다. 예사롭지 않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맨다 콕스라는 분이다.

‘업샷’을 창설해 데이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로 만드는 데 기여한 전임 편집자 레온하트가 전통적 언론인의 표준이라면, 콕스는 새로운 언론인의 전형이다.

레온하트는 예일대에서 신문 편집을 하던 경력을 배경으로 비즈니스위크와 워싱턴포스트를 거쳐 뉴욕타임스 경제기자가 되었으며, 경제 부문 칼럼으로 퓰리처상을 탄 경력을 자랑한다.

콕스는 미네소타의 세인트 올라프 대학을 졸업했으며, 자료를 분석하고 표 그리는 게 좋아서 연방정부은행에서 일했다는 것 외에 다른 경력이 없다. 그러나 콕스는 전통적인 뉴욕타임스 기자가 갖추지 못한 능력이 있다. 숫자와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이다.

‘업샷’의 성공 자체가 21세기 저널리즘의 진화 방향을 암시한다. 전통적인 뉴욕타임스 기사는 철저한 취재, 엄밀한 인용, 그리고 강력한 이야기 구성을 자랑해 왔다. 제목과 첫 문장을 읽으면 끝까지 멈출 수 없는 기사. 사실과 인용에 충실한 기사. 이게 좋은 기사였다.

반면 ‘업샷’이나 ‘파이브서티에잇’이 대표하는 데이터 저널리즘 기사를 보면 ‘쉽게 읽히네’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건조하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강력한 그래픽을 내세우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엄밀한 분석이 뒤따른다. 같은 기사라도 플랫폼과 채널에 따라 편집을 달리해서 내보낸다.

예컨대 종이 지면에 기사를 제공할 때는 간결하게 그림으로 제시하지만 웹으로 기사를 제공할 때에는 상호작용형 그래프, 퀴즈, 관련 자료를 함께 붙여준다. 이 때문인지 독자의 반응도 강력하고 지속적이다.

주제도 다양하다. 자료만 있다면 어떻게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어난 연도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림을 보여주고, 부모의 소득에 따라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는 정도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최근 미국 중산층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구구절절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그래프로 요점을 전달한다. 전통적 기사가 흥미로운 사건에 대해 이야기와 근거를 제공하는 논평가의 역할을 담당했다면, 데이터 저널리즘은 복잡한 사태에 대해 통찰력 있게 설명하는 선생님처럼 접근한다.

내가 언론정보학과 학생들에게 당부해 온 말이 있다. 방송기자라면,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취재 분야에 대해 20분이고 30분이고 대본 없이 ‘말이 되게’ 떠들 수 있어야 한다. 신문기자라면 당장 써야 하는 그 기사를 1500자든 2000자든 ‘글이 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취재 분야에 대해 해박하고, 무엇이 논점인지 알고, 시민의 요구를 안다면 이렇게 거침없이 말하고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저널리즘이 흥하고 새로운 종류의 언론인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당부할 게 늘었다. R로 그린 회귀모형을 근거로 요점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좋겠다고.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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