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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첫 봅슬레이 썰매, 공식대회 첫 출전…최고시속 139.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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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마크가 새겨진 봅슬레이 썰매 앞에서 윤성빈, 원윤종, 서영우 선수와 이용 감독. [사진 중앙포토]

태극문양과 'KOREA' 라는 글자가 새겨진 은청색 썰매가 얼음 트랙 출발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세계 1위 파일럿 원윤종(31·강원도청)이 이 썰매에 올라타자 외국 선수들도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원윤종은 이 썰매를 타고 쏜살같이 트랙을 내려갔다. 최고 시속은 139.5㎞. 대한민국 기술로 만든 국산 썰매가 세계에 첫 선을 보인 순간이었다.

국산 봅슬레이 썰매가 공식 대회에 처음 등장했다. 지난 23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5차 대회에 서영우(25·경기도연맹)와 함께 아시아 첫 금메달을 땄던 원윤종은 곧바로 스위스로 이동해 이날 유러피언컵에 출전했다. 후배 김진수(21·국군체육부대)와 짝을 이뤄 현대자동차가 만든 2인승 썰매에 올라탔다. 1·2차 시기 합계 2분15초19로 36개 팀 중 15위를 차지했지만 원윤종은 만족한 표정이었다. 생전 처음 국산 썰매를 타고 질주한 원윤종은 "조금만 더 보완하면 최고의 썰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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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중앙포토]

봅슬레이는 '얼음 위의 포뮬러 원(F1)'으로 불린다.

빠른 속도로 방향을 조종하며 스피드 경쟁을 하는 자동차 경주 F1처럼 최고 시속 150㎞의 스피드로 1.5㎞ 안팎 길이의 가파른 얼음 트랙을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오는 경기다.

봅슬레이의 '썰매'는 F1의 '머신'만큼이나 중요하다. 스피드와 안전성을 겸비해야 한다.

역대 겨울올림픽 봅슬레이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16개)을 딴 독일은 스포츠장비연구소(FES)라는 전문기관에서 직접 썰매를 만든다.

최근엔 자동차 회사까지 가세했다. 이탈리아는 페라리, 영국은 맥라렌이 썰매 제작에 뛰어들었다. 독일 BMW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는 미국대표팀을 지원했다. 썰매 개발 비용만 무려 2400만달러(약 255억원)를 들였다.

그동안 국내에는 썰매를 제작하는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 심지어 다른 나라 국기가 부착된 썰매를 빌려타던 시절도 있었다.

2013년부터 네덜란드, 라트비아의 전문 회사에 나온 썰매를 사서 썼지만 국내 선수들은 체형에 맞지 않아 적응 단계부터 애를 먹었다.

2011년부터 봅슬레이대표팀을 이끈 이용(38) 감독은 지난 2014년 1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썰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그는 "외국에선 자동차 회사가 썰매를 만드는데 국내 자동차 회사에선 제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곧바로 "국산 썰매 제작을 검토하라" 고 지시했고, 그해 9월 봅슬레이대표팀과 썰매 후원 계약을 맺으면서 독자적인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자동차 개발에만 익숙해 있던 12명의 연구원들이 썰매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보디(차체), 섀시(골조), 러너(날)로 구분된 썰매의 구조부터 공부했다. 국내에 슬라이딩 트랙이 없어 실전 테스트를 할 수도 없었다. 현대차 연구원들은 3차원(3D) 스캔 기술을 활용해 선수들의 체형을 측정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공기가 썰매를 타고 어떻게 흐르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레이저를 이용한 풍동(風洞) 실험도 했다.

SK케미칼과 공동으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한 차체를 만들었다. 항공기나 로켓, 수퍼카에 사용되는 탄소섬유의 특성을 살리는 한편 특수 공법을 사용해 기존보다 강도를 10배나 높혔다. 이 감독은 "힘이 넘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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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대한민국 봅슬레이 대표팀이 캐나다 캘거리에 위치한 실내 아이스 훈련장에서 스타트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이용 감독]

아직 국산 썰매가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이번 대회에선 코너링, 핸들링 부분에서 일부 문제가 지적됐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치를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트랙에서의 실전 테스트도 중요하다.

이 감독은 "2년도 안 돼 이같은 썰매가 나온 건 기적같은 일"이라면서 "소치 겨울올림픽 땐 BMW, 페라리 등이 만든 썰매를 탄 선수들 사이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나 2년 뒤 평창에선 다르다. 홈트랙에서 우리 썰매를 타고 첫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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